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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피겨의 지향점, '모호함'보다 '정확성'으로 가야한다

기사입력 2010.05.28 17:24 / 기사수정 2010.05.28 17:2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현행 규정에 반하는 요구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한국시간), 일본 측은 ISU(국제빙상경기연맹)에 새로운 규정을 제의했다. 오는 6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ISU 정기 총회에서는 피겨 스케이팅 2010-2011 시즌의 새 규정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미 공개된 임시 안에서는 트리플 악셀 점수를 높이고 룹 점프의 기초점수를 높인다는 안이 들어가 있었다. 대신, 러츠와 플립 등의 점프는 기초 점수가 올라가지 않았다.

점프에 대한 점수 배분을 보면 특정 선수에 대한 일방적인 배려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데 26일 일본 측에서 제의한 긴급 제안을 보면 '가장 어려운 기술 요소를 수행한 선수에게는 보너스 점수 2.0을 부여받도록 해야한다'는 구절이 들어가 있다.

또한, 이 제안서를 보면 '보너스 점수는 롱프로그램과 쇼트프로그램에서 각각 한 개씩 받고 최고 2개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일본 피겨의 간판'인 아사다 마오(20, 일본 츄코대)가 구사하는 트리플 악셀을 크게 인정해 줘야 한다는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러한 제안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일본 언론들은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을 3번이나 구사한 선수가 금메달리스트가 되지 못한 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만약 여자 싱글에서 트리플 악셀의 점수를 높이고 보너스 점수까지 주게 된다면 트리플 악셀의 의미는 매우 높아진다. 점프의 회전수가 부족해도 트리플 악셀을 시도할 수 있는 선수가 누리는 이득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현역 여자 싱글 스케이터 중,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는 스케이터는 아사다 마오 이외에는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면서 트리플 악셀에 도전하겠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능성만 있다면 트리플 악셀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추구했던 '점프의 정확성'이 퇴색된다는 점이다. 국내 유망주들은 모두 '피겨의 교과서'인 김연아(20, 고려대)를 멘토로 삼아 정확한 점프의 중요성을 인지하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밴쿠버 올림픽이 이후 제기되고 있는 '4회전, 혹은 트리플 악셀에 대한 장려' 문제가 기존 판도를 위협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규정안이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정확한 점프를 익히는 것보다는 트리플 악셀에 도전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점프를 익히는 것이 어려운 기술에 도전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제기된 제안서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정석 점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선수들의 특징에 따라 점프의 차이점와 개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도약과 회전수, 그리고 에지의 정확성까지 차별성이 생긴다면 정확한 점프의 기준은 사라지게 된다.

또한, 어려운 기술에 보너스를 주자는 제안도 명확성이 결여돼 있다. 선수에 따라 악셀 점프같은 에지 점프에 강한 선수가 있는 반면, 러츠와 플립 같은 '토 계열'의 점프에 강세를 가지는 선수도 있다.

이렇듯, 애매모호한 '어려운 기술'에 기준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기술'에 중심을 두는 것이 올바른 지향점이다. 그리고 에지와 도약 등을 변칙적인 방법으로 시도하면 기술의 성공률도 떨어지고 '질이 뛰어난 점프'는 좀처럼 나타나기 힘들게 된다.

이번에 ISU에 제안서를 제출한 국가는 일본과 프랑스이다. 프랑스는 '올림픽이 개최되는 해에는 유럽선수권대회와 4대륙 대회를 축소하고 올림픽 이후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로 대신하는 것을 제안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회 개최에 대해 제안을 한 프랑스에 비해 일본은 대조적으로 특정 기술의 보너스 점수를 제기했다. 그리고 여자 싱글에서 트리플 악셀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일은 꾸준하게 진행돼왔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려운 기술'에 대한 기준도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트리플 악셀과 4회전 점프처럼 트리플 + 트리플 점프와 같은 콤비네이션 점프도 매우 어려운 기술이며 룹 점프의 점수가 올리자는데 반해, 그보다 더 어려운 러츠와 플립 점프가 오르지 않는 점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또한, '정석 점프'의 기준이 사라질수 있는 점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2010-2011 시즌을 이끌어갈 새 규정이 정해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사진 = 김연아, 곽민정, 아사다 마오 (C) 엑스포츠뉴스 DB]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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