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의 고명석 감독이 1953년 ‘신사실파’ 동인 백영수 화백을 만나 작품 구상의 아이디어를 얻었던 계기를 공개했다.
'열두 번째 용의자'는 한 유명 시인의 살인사건을 통해 시대의 비극을 밝히는 심리 추적극으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대중에게 첫 공개되어 흥미로운 장르적, 주제적 반전의 쾌감을 선사하며 반향을 모은 웰메이드 심리 추적극이다. 육군 특무부대 소속 상사 김기채가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오리엔타르 다방'을 방문하고 그곳에 모인 12명의 사람들이 용의자로 몰리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울 명동에 자리한 ‘오리엔타르 다방’은 사건의 주요 무대가 되는 공간이자 당대 예술인들의 아지트다. 작품 내 설정이 이렇다보니 수사관 김기채(김상경 분)와 다방을 운영하는 두 부부 노석현(허성태), 장화(박선영)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문인과 화가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 전쟁 직후의 혼란한 시기를 다루면서 참전용사나 생사의 기로에 놓인 일반 시민이 아닌 예술가들을 작품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고명성 감독은 작품 구상 계기에 대해 “1953년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동하던 백영수 화백을 만나 당시 명동의 분위기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사실파’는 한국 추상미술 1세대로 불리며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백영수 화백 등이 동인으로 활동했다. 해방과 전쟁이라는 격동의 역사와 극렬한 이념 대립의 현실 속에서도 한국 근대미술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백영수 화백이 개인전을 열기도 했던 명동의 ‘모나리자 다방’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불렸던 만큼 작품의 ‘오리엔타르 다방’과 유사점을 갖는다.
극중 백두환 시인은 ‘오리엔타르 다방’에서 창작 활동에 몰두하는가 하면 동시기 활동하는 문인들이 교류하는 장면도 나온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예술가 캐릭터는 실존 인물을 다루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각 인물의 개성과 시대상을 고스란히 녹여내 사실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처럼 섬세하게 직조된 시대상황과 캐릭터들은 한층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또한 예술가들이 마주하게 될 참혹한 진실을 통해 끝내 밝혀지게 될 사건의 전모는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아픔을 상기시키며 예상치 못한 충격을 안겨준다.
'열두 번째 용의자'는 지난 10일 개봉 이래 장르적 재미는 물론 시대의 아픔을 성찰하는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역사 의식의 주제적 반전이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관객들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네이버 이미지, 굿뉴스피플 (왼쪽 이중섭화백, 오른쪽 백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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