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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의 '깜짝' 구원 등판, 괜찮을까

기사입력 2010.05.22 04:23 / 기사수정 2010.05.22 04:23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진성 기자] 선발투수의 '깜짝' 구원 등판이 또 나왔다. 

KIA 조범현 감독은 지난 21일, 광주 넥센전에서 선발요원 로페즈를 9회에 '깜짝' 마무리 등판을 시켰다. 로페즈는 2루타와 볼넷을 하나씩 내줬으나 후속타자들을 잘 막아냈고, 한국무대 데뷔 2년 만에 첫 세이브를 따냈다.

그런데 이는 올 시즌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미 KIA는 지난 8일 잠실 LG전에서 에이스 윤석민이 9회 깜짝 등판해 세이브를 올린 바 있었다. 또한, 두산 김경문 감독도 지난 16일 문학 SK전 7회말 2사 1루에서 선발 히메네스를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볼넷에 이어 김재현에게 2점 홈런을 맞아 두산의 '악수'로 끝났다. 과연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선발투수의 다음 등판 준비과정일 뿐

윤석민, 히메네스, 로페즈 모두 마무리로 등판했던 날은 불펜 피칭을 실전 등판으로 대체한 것이었다. 실제로 선발투수가 5일 로테이션을 할 때, 등판 이후 첫날은 공을 잡지 않고 가볍게 러닝을 통해 피로를 푼다. 둘째 날도 첫날보다는 강도를 높게 하는 경우가 있지만, 역시 공은 잡지 않고 러닝과 스트레칭을 통해 몸 상태를 점검한다. 셋째 날은 단거리 왕복 러닝과 함께 공을 잡고 가볍게 롱 토스로 몸을 푼다.

그리고 넷째 날 불펜 피칭으로 다음 선발등판준비를 시작한다. 경기 전 훈련 시간에 불펜에서 포수를 앉혀놓고 70~80%의 힘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구질을 모두 시험하고, 몸 상태를 점검한다. 마지막 날은 등판을 하루 앞두고 다시 한번 불펜 피칭을 통해 최종 점검을 하거나 아예 쉬면서 어깨를 보호하기도 한다. 투수들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대개 이러한 과정을 거쳐 로테이션을 소화한다.

윤석민의 경우 4일 광주 한화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을 던졌다. 그리고 정확히 등판 후 넷째 날인 8일 마무리로 자원 등판했다. 로테이션에 따르면 불펜 피칭을 생략하고 실전에 등판해 1이닝을 공 12개로 막아냈다.

히메네스도 12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을 던진 후 넷째 날인 16일 문학 SK전에서 공 10개를 던지고 내려갔다. 역시 불펜 피칭 대신 실전 등판을 했다. 두 선수는 11일 광주 넥센전과 19일 잠실 한화전에 '정상적'으로 선발 등판했다.

로페즈 또한 이해할 수 있는 등판이었다. 16일 대전 한화전 등판 이후 5일째 지난 날인 21일에 마무리로 20개의 공을 던졌다. 18일 경기가 우천 취소돼 로테이션이 하루 밀려 5일째 날에도 불펜 피칭이 잡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 선수 모두 일정상 무리가 없는 마무리 등판이었다. 로페즈는 다음주 초반에 선발등판을 할 것으로 보인다.

KIA 조범현 감독은 지난 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윤석민은 마무리 등판을 자청한 것이었다"며 감독의 지시가 아니었음을 밝혔다. 두산 김경문 감독도 히메네스가 홈런을 맞아 흐름을 완전히 빼앗긴 후 곧바로 그를 뺐다. 결코, 감독이 선발 투수를 혹사 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불펜 피칭을 실전 등판으로 대체하면서 얻는 장점이 있다. 결과가 좋을 경우 팀이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며 그 투수가 다음 선발등판을 할 때 좋은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설령 구원등판 내용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실전등판을 함으로써 불펜 피칭에 비해 자신의 구위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선발등판에서 이를 참고할 수도 있다.

게다가 아무래도 투구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펜 피칭 대신 종종 실전등판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습관적이지만 않다면 가끔 불펜 피칭을 건너뛰고 실전 등판으로 1이닝 정도를 막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엄연히 다른 불펜피칭과 실전투구

한편,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불펜 피칭의 주요목적은 그 투수가 다음 선발등판을 앞두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컨디션을 최종 점검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전등판은 절대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거나 컨디션 점검 차원의 등판이 될 수 없다. 엄연히 자신이 던진 공에 대한 결과가 고스란히 승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연히 컨디션 점검 차원의 불펜피칭보다 더 집중해서 온 힘을 다해 던져야 한다. 전력 피칭이 필요하지 않다면 벤치에서 애초에 깜짝 등판을 결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한, 불펜 피칭의 경우 직구의 구속과 변화구의 로케이션을 확인해 좋지 않은 점을 발견하면 투수코치와 상의해 상황에 맞게 대처를 할 수 있으나 실전등판에서는 좋지 않은 점을 발견해도 곧바로 고칠 수가 없다.

이를테면 투수가 특정 변화구의 제구가 좋지 않을 때 불펜 피칭의 경우 투수코치와 상의를 할 수 있어 수정 가능하다. 그러나 실전 등판에서는 타석에 들어선 타격감이 유독 좋은 타자가 정황상 그 특정 변화구에만 약하다고 파악되면 투수로서는 그 구질을 던지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구질을 던져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도리어 결과가 나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투수의 투구 밸런스가 망가질 수도 있다.

또한, 결과가 나쁘다면 그 투수의 심리적인 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투수에 따라 다르지만, 평소에 했던 불펜 피칭 대신 실전등판을 하게 되면 오히려 자신이 평소에 갖고 있었던 신체의 리듬이 깨질 수도 있다.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히메네스는 16일 깜짝 불펜 등판 이후 불의의 부상으로 조기강판 됐던 것과는 별개로 19일 투구 내용 자체가 평소에 비해 썩 좋지 않았다.

과연 선발투수의 구원 등판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가끔이라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투수의 분업화가 완전히 자리 잡힌 현대야구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자주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잦은 '변칙' 등판은 해당 투수와 팀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진=로페즈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히메네스 (C) 두산 베어스 제공]



김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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