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어떤 역할이든 안정감 있게 소화하는 배우 박기웅은 작은 부분도 가볍게 넘어가지 않고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다.
박기웅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투지 넘치는 세자이자 내면에 슬픔을 가진 왕세자 이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평소에 소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저음을 내려고 노력했다”며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시청자가 느끼기에 큰 차이를 못 느낄 수 있지만 저는 캐릭터 잡을 때 처음 고민하는 게 소리예요. ‘신입사관 구해령’에서는 저음으로 내려고 노력했어요. 소리가 엄청나게 변화한 건 아닌데, 고민 후 저음으로 해봤죠. 대사 녹음도 정말 많이 해보고 친한 동생이 하는 연기학원에서 리딩도 했어요. 목소리가 바뀌어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한 분도 있더라고요.
세자이지만 대리청정을 통해 왕의 역할을 대신하는 역할이었고 선배님들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에너지를 줘야 했어요. 신뢰감 있고 힘 있는 소리를 내고 싶었죠. 이번에 알게 된 게 제가 연기할 때 비근 뒤쪽 공간을 많이 쓰더라고요. 콧수염을 처음 붙여봤는데 많이 움직이면 본드로 붙인 게 떨어져서 힘들었어요.”
연기뿐만 아니라 팀워크도 박기웅이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다. 그런 점에서 ‘신입사관 구해령’은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다.
“'신입사관 구해령'을 하면서 감사했던 게 모난 배우가 없었어요. 작품할 때 모난 배우를 많이 만난 편은 아니지만 그런 배우를 만난 적도 있긴 하거든요. 소통이 잘 안 될 때가 있긴 하죠. 쉽게 설명하면 가수가 팀 활동을 한다면, 전 가수는 아니지만 매번 유닛 활동을 하는 것과 같아요. 계속 다른 배우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데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노릇은 없어요. 연출님이나 제작진분들이 (배우들이) 어떤지 알고 캐스팅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구성된 건 복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은 모두 많이 얘기하고 좋았어요.”
그중에서도 브로맨스 호흡을 맞춘 도원대군 이림 역의 차은우에게 애정을 내비쳤다. 초반 차은우는 어색한 어투와 표정으로 연기력 논란이 일었다. 이후 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나아졌고 극에 녹아들었다. 박기웅 역시 차은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제가 정확히 은우 나이 때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 주인공을 했어요. 그때의 저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아요. 그때 저는 여유가 없었고 내 것을 하기도 바빴거든요. 주인공은 본인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차은우가) 오래 한 선배님들처럼 노련할 순 없죠. 하지만 주변도 챙기는 걸 보면 그때 당시의 저보다는 잘했고 좋은 배우인 것 같아요. 진짜로 하는 말이에요. 너무 기특해요.”
이진은 조선 최초로 여사 제도를 도입한 누구 보다 깨어 있는 왕세자다. 백성을 아끼고 정의를 따른 인물이다. 드라마 '추노', '각시탈', '리턴', 영화 ‘최종병기활’ 등에서 악역 연기로 인상을 남긴 그이기에 이진을 통해 이와는 또다른 모습을 엿보게 했다.
“(시청자들이) 악역을 기억하는 이유가 악역의 승률이 더 좋다 보니 임팩트가 강해서일 수도 있고 선한 역보다 악역을 잘해서일 수도 있어요. 악역할 때마다 주목을 받은 게 사실이에요. 실제로 지금도 선한 역보다 악역 대본이 많이 들어와요.
개인적으로 악역 연기가 감정의 소모가 커 세 배는 힘들더라고요. 저도 사람이니까 악역을 많이 하다 보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름대로 다르게 하려고 하지만 ‘각시탈’ 기무라 슌지 아니냐고 할까봐 고민하기도 해요. 악역이 또 들어오면 고민해서 넘어야 하는 숙제인 것 같아요. 사실 악역 이미지에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결핍된 걸 부러워하니 ‘나 선한 역도 잘하는데’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받아들여요. '내가 악역을 잘하나?' 하거나 '악역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만드는 분들이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아까 말한 숙제를 고민해서 더 좋은 악역을 연구해봐야죠.”
앞으로는 선한 역, 악역에 기준을 두지 않고 새로운 매력을 발산할 역할을 하고 싶단다. “지금은 러프한, 힘 빠진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최근에는 악역, 선한 역을 떠나 부자나 각 잡힌 역할을 많이 했거든요. 30대 되고는 거의 다 그랬던 것 같아요. 사극하다보면 현대극하고 싶고 현대극하면 사극하고 싶듯 요새는 힘 빼고 러프하고 애드리브도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사투리 연기도요. 원래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전라도 사투리도 잘해요. 그런 역할이 들어오면 하고 싶어서 공부했거든요. 그런 류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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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