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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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원, 팬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겨줄까?

기사입력 2006.08.23 01:08 / 기사수정 2006.08.23 01:08

이성필 기자


드디어 프로축구 후기리그가 23일 개막된다. 맥이 자주 끊기는 바람에 축구 팬들에게 전후기로 나뉘는 제도는 환영받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어찌되었든 다시 시작하는 리그는 축구 팬들에게는 흥미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가장 관심이 가는 경기는 단연 서울과 수원의 경기다. 지난 컵대회 우승 세리머니를 수원에서 화려하게 치른 서울과 FA컵 8강에서 승부차기로 물리치고 마치 홈구장인 마냥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하며 팬과 기쁨을 같이한 수원, 두 팀은 올해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않는 이상 이번이 마지막 경기이기에 불꽃 튀는 경기가 예상된다.

특히 2005년부터 지난 12일 FA컵 8강 경기 전까지 수원이 서울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면서 승리에 대한 욕구는 더욱 수원을 자극하고 있다. 2005년 이후 두 팀의 전적은 서울이 2승 3무로(FA컵 제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리그에서의 승리 욕망은 수원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잠시 지난 경기를 되돌려 볼 필요가 있다. 두 팀의 경기는 전력보다는 늘 그렇듯 분위기와 정신력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승리를 함부로 점치기 어려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05년 10월 23일 수원 0-3 서울

서울 팬들이 가장 기억하고 싶은 경기는 바로 적지인 수원에서 거둔 시원한 승리다. 이 경기에서 서울은 전반 20분 박주영의 골을 시작으로 후반 6분 정조국, 24분 한태유의 릴레이 골로 수원을 참패의 수렁에 빠트렸다.

당시 수원은 김남일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었고 차범근 감독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점점 오르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서울에 대한 승리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두 팀을 경기를 보기 위해 이날 33,479명이라는 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는 시작되었고 두 팀의 선수들은 한 치의 공간도 허락지 않기 위한 몸싸움이 여기저기서 주심 몰래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전반 20분 박주영이 중앙 수비를 보고 있던 박건하를 제치며 치고 들어가 오른발로 골대를 갈랐다. 7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고 있던 박주영의 부활을 알리는 골이었다. 한쪽에서는 박주영의 찬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다른 쪽에서는 침묵의 나락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이 실점은 수원 선수들을 흥분하게 만들었고 쓸 때 없는 반칙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였고 이런 분위기는 후반 그대로 이어졌다. 공격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수원이 득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건하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을 정조국이 그대로 감아 차 수원의 골망을 다시 흔들었다.

이후 한태유가 추가골을 터뜨리며 점수 차이는 3-0으로 벌어졌고 다급한 차범근 감독은 부상에서 갓 회복된 김남일까지 투입시키며 반전을 노렸지만 경기는 거기서 끝이었다. 이런 대패를 목도한 수원 팬들은 응원을 중단했고 일부는 경기 중간 관중석을 떠나 버리고 말았다. 남은 관중 일부는 경기 종료 후 차범근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고 그런 광경을 보며 서울 팬들은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2005년 4월 13일 서울 1-0 수원

수원 팬들에게는 ‘곽희주의 눈물’로 대변되면서 동시에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제니트에 진출해 있는 김동진이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힌 경기다. 이 경기에서 서울은 히칼도의 페널티 킥으로 1-0 승리를 가져갔다. 당시 KBS2에서 중계해 5.9%라는 시청률로 평일 저녁 시간대 프로스포츠 시청률 최고기록을 낳기도 했고 관중 역시 30,143명이 찾아 경기를 즐겼다.

경기의 시작은 거칠었다. 서울은 전반에만 3명이 경고를 받을 정도로 수원을 거칠게 몰았고 수원은 이에 대응해 공격의 우위를 점하며 골을 노렸지만 서울의 밀집 수비에 애를 먹었다. 당시 신드롬을 낳은 서울의 박주영은 ‘통곡의 벽’ 마토에게 꽁꽁 묶이며 단 두 차례의 슈팅만 날렸다.

후반이 되자 수원은 측면 공격을 더욱 강화해 안효연과 김대의가 계속 파고들었지만 박동석 골키퍼의 선방으로 서울의 골문을 뚫을 수 없었다. 이후 서울은 박주영이 아닌 옆의 김은중과 왼쪽 측면 미드필더인 김동진을 이용했고 이것은 조금씩 먹혀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후반 13분 김동진이 수원의 왼쪽 측면으로 공을 드리블하며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들었고 근처에 있던 곽희주가 그를 마크하며 공을 밖으로 내 차려는 순간 김동진이 곽희주에 밀려 넘어졌고 주심은 서울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수원 선수들은 주심에게 달려들어 김동진의 ‘할리우드 액션’을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찬스로 이어진 페널티 킥은 이날의 결승골로 이어졌다. 경기 종료 후 곽희주는 눈물을 흘리며 수원 팬들에게 다가섰고 그를 보며 수원 팬들은 ‘괜찮다.’라며 위로 해 주었다.

이 경기 후 김대의 선수는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경기 결과가 너무 황당했다.’라며 “곽희주의 눈물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라고 글을 남겨 억울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런 지난 경기 결과들을 뒤로하고 23일 벌어지는 두 팀의 경기는 또 어떤 내용으로 양 팀 팬들에게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하다.

-역대 전적

*2004년 
05/23 서울 1 : 0 수원
08/08 서울 0 : 0 수원
10/03 수원 1 : 0 서울

*2005년 
04/13 서울 1 : 0 수원
06/12 서울 1 : 1 수원
10/23 수원 0 : 3 서울

*2006년 
03/12 수원 1 : 1 서울
07/26 수원 1 : 1 서울
08/12 서울 2 : 2 수원(FA컵 승부차기 5-6)






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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