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5.13 00:15 / 기사수정 2010.05.13 00:15
AC 밀란의 에이스 호나우지뉴가 2010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브라질 대표팀 감독 카를루스 둥가는 지난 12일 새벽(한국시각) 히우 지 자네이루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남아공 월드컵에 나설 명단을 발표했다. 카카를 비롯한 기존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 가운데, 기대를 모은 호나우지뉴는 아드리아누, 알레산드레 파투와 함께 발탁되지 못한 불운의 스타가 됐다.
그렇다면 왜 둥가는 호나우지뉴를 뽑지 않았을까? 둥가의 브라질과 결부하여 그가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카를루스 파헤이라에 이어 브라질 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된 둥가는 이름값에 치중하지 않는, 효율적인 브라질을 만들 것임을 밝혔다. 이러한 그의 슬로건은 부임 직후부터 드러나는데 그는 다니엘 카르발류와 엘라누 블루메르로 대표되는 신예 선수들을 중용했다.
이러한 그의 축구 철학에 희생양은 호나우지뉴였다.
호나우두, 히바우두와 함께 3R을 구성하며 2002 FIFA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호나우지뉴는 2006 FIFA 독일 월드컵까지 브라질 대표팀의 중추로서 상징적인 선수가 됐다. 최근에야 명맥이 끊겼다지만, 그는 브라질을 자랑하는 선수의 계보를 이으면서 자신의 명성을 이어갔다. 단적인 예로 그는 FC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두 번의 FIFA 올해의 선수상과 한 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그럼에도, 정작 주연으로 나선 독일 월드컵에서 그는 졸전 끝에 조국의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비난의 화살은 호나우지뉴에 꽂혔으며 자신의 고향에 세워진 동상이 파되되는 굴욕까지 겪게 된다.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 호나우지뉴는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평소 놀기 좋아하기로 소문난 그는 무절제한 사생활을 바탕으로 팀 훈련에 무단 이탈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줄어드는 훈련량은 늘어나는 뱃살로 바로 드러났으며 날씬한 그의 몸은 거구로 돌변했다. 탄탄한 근육질을 자랑하던 그의 몸은 어느덧 살로 변했으며 이러한 체격적 변화는 경기에서의 움직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결국 그의 前 소속팀 바르사는 호나우지뉴를 AC 밀란으로 보낸다. 그나마도 평소 호나우지뉴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바람이 밑바탕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밀란에 입성한 호나우지뉴는 現 첼시 감독인 카를로 안첼로티 체제에서 고전했지만, 이번 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호나우지뉴, 이름값에 치중하지 않는 둥가의 희생양
우선 호나우지뉴는 미드필더 꼭짓점에서 공격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이 돋보였음에도, 중앙에서 공격을 조율할 수 있는 지휘자라 하기에는 부족하다. 레오나르두 체제에서 부활에 성공한 것돠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호나우지뉴가 대표팀 주전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매우 적었다. 반면 카카는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종적인 움직임에 능한 선수다. 기존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비교하면 주력에서도 빼어난 모습을 보여줬으며 공격수에 버금가는 득점포를 장착했다.
특히 카카는 호나우지뉴와 다르게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팀플레이를 최대한 살려준다. 비록 호나우지뉴가 번뜩이는 움직임과 패스로 상대 수비가 예측할 수 없는 공격전개를 구사할지라도, 카카는 기본적으로 반 박자 빠른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면에서 더욱 유용하다.
게다가 카카와 호나우지뉴는 공존할 수 없다. 만일 호나우지뉴를 대표팀에 넣는다면 카카를 중앙으로 내세우면서 호비뉴를 왼쪽으로 보내야 한다. 아쉽게도 호나우지뉴는 철저하게 왼쪽에서의 움직임을 중시하는 선수이다. 아무리 클래스가 뛰어난 선수일지라도 한 시즌 움직임이 좋았다는 이유로 이미 판이 짜인 팀을 재정비하기에는 무리다.
이번 명단에서 호나우지뉴가 제외된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둥가는 호나우지뉴에게 충분한 기회를 줬다. 카카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둥가는 그의 공백을 호나우지뉴로 메웠다. 그럼에도, 호나우지뉴는 자신의 위치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후보로 나온 AS 로마의 줄리우 바프티스타가 나은 모습을 보였다.
플랜 B를 위해서라도 호나우지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브라질 대표팀 측면 수비의 특징은 공격적 능력이 매우 우수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둥가의 의중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마이콘과 다니 아우베스는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생략하더라도, 왼쪽 측면 수비수로 뽑힌 미첼 바스토스는 올림피크 리옹에서 윙 포워드로 나온다. 이번 시즌 리옹의 챔스 4강 진출에 많은 공헌을 한 그에게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하면서 지우베르투를 투입하면 그만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언론의 극성일 것이다. 지난 1994 미국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파헤이라 감독은 둥가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전력에 중점을 뒀다. 결과는 브라질의 우승이었지만, 뜻밖에 자국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전통적으로 공격 축구의 최고봉으로 오른 브라질이 수비적인 경기로 대회에 우승하는 것을 팬들은 원하지 않은 모양이다.
결국 브라질에 다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축구 철학에 어긋나는 공격적인 브라질을 선보였다. 극단적인 공격과 수비를 선수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여 정착시키고자 한 그의 노력은 대회 5위라는 다소 참혹한 성적으로 실패하게 된다. 파헤이라의 몰락을 통해 둥가는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그는 철저하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중시한다. 지난 2009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드러나듯이 브라질은 경기에서 지는 상황에서도 철저하게 개인의 능력을 위주로 경기에 나서는 것을 중시한다.
최근까지 둥가는 호나우지뉴의 대표팀 승선 여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몇몇 기자의 접근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저항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결국 호나우지뉴의 제외는 공격 축구를 갈망하며 대회 기간 내내 둥가에게 태클을 걸지 모르는 언론과 자국 팬들에 대한 미연의 방지책일 것이다. 둥가로서는 자신의 은사인 파헤이라의 전철을 밟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펠리페 멜루를 비롯해 몇몇 주전급 선수들이 소속팀과 다르게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경기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점도 주요원인일 것이다. 이번 명단에서 의아한 선수 중 하나인 줄리우 밥티스타는 AS 로마에서 공격수임에도 팀의 구멍이지만, 브라질에서는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유연한 볼 터치까지 선사하는 뼛속까지 노란색 피가 흐르는 애국자다.
[사진= 호나우지뉴 ⓒ 엑스포츠뉴스 박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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