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5.12 13:17 / 기사수정 2010.05.12 13:17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무엇보다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된 점과 그리스 칼라마타 대회보다 점수도 올라간 점에 만족하고 있어요"
'리듬체조의 희망' 손연재(16, 세종고)가 FIG(국제체조연맹) 리듬체조 월드컵 콜베이 대회를 마치고 11일 귀국했다. 시니어 자격으로는 2번째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손연재는 개인 종합 11위에 올랐다.
손연재는 줄(25.400점)과 후프(25.425점), 그리고 볼(25.950점)과 리본(25.625점)을 합산한 총점 102.400점을 획득했다. 처음으로 출전한 시니어 국제대회인 그리스 칼라마타 대회에서 기록한 총점은 98.450점이었다.
현재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신수지(19, 세종대)는 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해 개인종합 13위에 올랐다. 손연재는 콜베이 대회는 물론,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 국내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시니어 시즌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 훈련이 좀처럼 의도대로 되지 않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고생을 했어요. 하지만, 4개 종목에서 모두 25점대의 점수를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 그리스 칼라마타 대회에서 손연재가 4개 종목에서 기록한 점수대는 모두 23점 후반과 24점대였다. 리듬체조는 점수를 단기간 내에 끌어올리기가 매우 힘들다. 또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선수들의 순위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리듬체조의 규정도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매번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선수가 지닌 장점을 살리고 실력을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려면 국제 심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일이 중요하다.
국제대회 출전이 많은 선수일수록 좋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 손연재가 지금까지 가장 고생했던 부분은 여기에 있었다. 지난해 말까지 손연재의 존재는 국제무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슬로베니아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손연재의 진가는 조금씩 살아났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중, 손연재는 가장 어린 축에 속했다. 시니어 대회에 두 번째 출전해 종합 11위에 오른 성적은 과소평가할 결과가 아니다.
리듬체조는 선수 생명이 긴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성장하는 기간도 오래 걸리며 표현력은 20세를 넘겨야 전성기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표현력의 여제’ 안나 베소노바(우크라이나)는 26세까지 현역 선수로 활동했다.
지난 시즌까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훈련해야 했던 손연재는 훈련을 지원해줄 스폰서가 생기면서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가장 기쁜 것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쟁쟁한 실력을 지닌 정상급 선수들의 연기도 볼 수 있었다.
"콜베이 같은 큰 무대에 설 수 있었던 점이 가장 기뻤어요.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다리아 콘다코바(19, 러시아)의 연기를 인상깊게 봤어요. 러시아 선수들은 한 달에 3번 정도 대회에 참가하는데 경험이 많다 보니 자신감 있게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리듬체조의 여왕'인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0, 러시아)가 고열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세계 최고의 연기를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쟁쟁한 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개인 최고 성적을 낸 손연재는 '자신감'이란 큰 선물을 안고 왔다.
잠시 국내에 귀국한 손연재는 13일, 러시아 벨그라드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그곳에는 손연재를 어렸을 때부터 봐온 갈리아 코치가 기다리고 있다. 갈리아 코치는 올 겨울, 국내에 입국해 손연재의 특훈을 전담한 지도자다.
"이번 콜베이 대회를 마친 선수들 중, 계속 이어지는 스페인 시리즈와 벨라루시 민스크 대회에 출전하는 이들도 많아요. 앞으로 6월과 7월 달은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이라 이번 대회가 저에겐 중요했습니다. 전지훈련에서 새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싶고 다음 대회에서는 26점대의 점수도 노려보고 싶어요"
이번 대회의 성과는 리듬체조의 거목들이 손연재의 연기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시니어 선수들 중, 가장 어린 손연재가 11위에 오른 점은 그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번 대회를 참관한 세키타 국제체조연맹 부위원장은 "손연재는 뛰어난 실력과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외모는 어린 소녀같이 보이지만 경기를 보면 강렬한 카리스마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손연재는 아시아 선수들 중, 종합 6위에 오른 안나 알야예바(카자흐스탄)에 이어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1위부터 10위에 오른 선수들의 국적은 모두 '리듬체조 강국'인 러시아, 벨라루시, 아제르바이젠, 프랑스, 우크라이나였다.
손연재와 함께 출전한 김윤희(19, 세종대)도 종합 20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차디찬 겨울에 난방조차 되지 않고 선수층도 엷은 국내에서 이 정도의 성과가 나온 점은 대단한 일이다.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아시아국가에서 리듬체조가 가장 성행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그러나 일본은 근래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손연재의 선전으로 한국 리듬체조가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선수층의 확대와 추위로 인해 꽁꽁 언 손발로 훈련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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