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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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지성, '승천한' 청용…한 시즌 막 내렸다

기사입력 2010.05.10 07:55 / 기사수정 2010.05.10 07:55

유성현 기자

시즌의 시작에는 4명이었으나, 지금은 단 둘 뿐이다. 머나먼 잉글랜드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이야기다.

이번 시즌 비록 선수는 반으로 줄었지만, 국내 축구팬들의 마음속엔 배 이상의 멋진 활약으로 기억될 멋진 시즌이었다. 아쉬움을 안고 국내 무대로 복귀한 설기현과 조원희의 몫까지 프리미어리그를 쉼 없이 누볐던 박지성과 이청용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기나긴 9개월간의 대장정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수많은 축구팬의 밤잠을 설치게 하였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멋진 활약도 잠시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한 시즌, 돌이켜보면 한 마디로 박지성은 여전했으며 이청용은 새로이 떠올랐다.

▲ 박지성 - 부상 이겨내며 큰 경기 '펄펄'…팀 승리 공식 여전해

유럽을 대표하는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들었던 '산소 탱크' 박지성. 하지만, 시즌 초반 박지성의 이름은 경기를 앞둔 선수 명단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 수술을 받았던 무릎 부상의 여파였다.

한때 12경기 연속 결장으로 위기설까지 나돌던 박지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2월부터 점차 힘을 내기 시작했다. 맨유 수비진의 줄부상 당시에는 풀백으로, 챔피언스리그 AC밀란전과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해 뛰어난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과시했다.

팀의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맹활약에 저절로 공격 포인트도 따랐다. 특히나 만만치 않은 팀들과의 중요한 일전에서 박지성의 진가는 빛을 발했다. 박지성은 아스널, AC밀란, 리버풀 등을 상대로 득점을 기록하며 특유의 '큰 경기 본능'을 유감없이 뽐냈다.

공수를 넘나들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선보이며 현지 언론에도 '맨유의 승리 공식'에 필수적인 선수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자 이번엔 경미한 발목 부상이 잘 나가던 박지성의 발목을 잡았다. 흥미롭게도 박지성의 교체나 결장 이후 맨유는 경기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거둘 때가 적지 않았다.

박지성은 리그 최종전인 위건과의 경기에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되며 축구 팬들에게 올 시즌 마지막 모습을 선보였다. 그것도 단순한 인사 차원이 아닌, 자신의 시즌 4번째 득점과 함께였다. 부상을 털어내고 최종전에서 골까지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박지성의 모습은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처럼 여전했다.

▲ 이청용 - 믿기 힘든 빠른 적응력…팀 에이스로 '우뚝'

시즌 초·중반 박지성의 장기 결장으로 허전했던 국내 축구팬들의 마음은 '블루 드래곤' 이청용이 완벽히 메워줬다. 이청용은 국내 리그를 소화하던 도중 볼턴으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리그 적응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믿기 힘든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더 큰 무대에 재빨리 녹아들어 갔다.

사실 초기에는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걱정스런 시선도 있었다. 한국 무대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유럽 선수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 조건도 약점으로 지적되곤 했다. 그러나 이청용은 이러한 약점을 특유의 테크닉과 발 빠른 스피드로 만회하며 ‘EPL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시즌 개막 이후 몇 번의 교체 출장으로 경기 감각을 익혔던 이청용은, 한 달의 짧은 적응 기간을 마친 후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9월 말 데뷔 첫 도움 기록에 그치지 않고, 이어진 버밍엄 시티와의 경기에서는 후반 막판 환상적인 볼 컨트롤에 이은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몹시 투박했던 볼턴의 경기 스타일 속에서, '빠르고 능수능란했던' 이청용의 플레이는 확실히 눈에 띄었다. 점차 늘어가는 현지 팬들의 열렬한 성원 속에서 이청용은 5골 8도움이라는 훌륭한 기록으로 한 시즌을 마감했다. 리그 입성 첫 시즌 만에 '한국인 단일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라는 놀라운 기록도 세웠다.

비록 시즌 막판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출장 시간이 적어지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적응력이라면 앞으로의 개선을 통해 다음 시즌 더 큰 활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 마리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한 것처럼, 프리미어리그 새내기에서 당당히 '볼턴의 에이스'로 거듭난 이청용의 쾌속 상승에 국내 축구팬들의 기대는 어느덧 월드컵 무대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 = 시즌을 마감한 맨유의 박지성과 볼턴의 이청용 (C) 맨유·볼턴 홈페이지]



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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