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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김태균의 '맹타'와 승엽, 범호의 '기복'

기사입력 2010.05.04 08:52 / 기사수정 2010.05.04 08:52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진성 인턴기자] 지바 롯데 김태균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있다.

최근 8경기 연속 안타에 이틀 간격으로 멀티 홈런을 쏘아 올리며 5경기 연속 타점을 올렸다. 4일 현재 타율 0.321 7홈런 33타점으로 퍼시픽리그 강타자 반열에 들어섰다. 들쭉날쭉한 출전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승엽과 이범호와는 다르다.

이승엽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주니치 전에서 연이어 홈런을 때린 후 이후 두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합계 7타수 1안타를 때린 이후 다시 벤치에 앉았다. 지난 3일에는 대타로 출장해 2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200, 4홈런 6타점의 초라한 성적이다. 이범호 또한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 지명타자와 대타로 번갈아 가며 출장 중인 그는 지난 2일에도 대타로 나와 1안타를 추가해 타율 0.232 2홈런 4타점에 그치고 있다.

팀 역학관계의 차이

김태균은 개막 이후 전 경기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장하고 있으며, 그에 걸맞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을 하고 있다. 그가 데뷔 첫 해 첫 시즌을 큰 문제 없이 순항하고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그의 실력만큼이나 니시무리 노리후미 감독의 확실한 '믿음'이 밑바탕이 됐다.

시즌 초반 김태균은 홈런도 드물고 삼진도 많았지만 구단의 믿음을 바탕으로 적응기를 거쳐 5월의 포문을 열자마자 신들린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데뷔시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순항' 중이다. 팀 내 그를 대체할 거포가 없는 것이 계속된 출장과 순항의 원인이지만 풍부한 인재 풀로 중무장한 일본프로야구 인만큼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경쟁자를 붙일 수 있었다. 그러나 김태균은 니시무라 감독의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승엽과 이범호의 소속팀 요미우리와 소프트뱅크는 그렇지 않다. 이승엽의 포지션 경쟁자인 가메이 요시유키는 지난달 29일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상황이며, 팀의 심장으로 불리고 있는 다카하시 요시노부 또한 시즌 초반부터 1루수로 꾸준히 선발 출장하고 있지만 성적이 좋지 않다. 하지만,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이승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범호도 마찬가지다. 이미 주전 3루수는 마쓰다 노부히로의 텃밭이 돼버렸다. 그런데 지명타자로도 출장이 쉽지 않다. 당초 강력한 경쟁자라고 여겼던 베테랑 마쓰나카 노부히코는 이미 타격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키야마 고지 감독은 그를 모리모토 사토루와 번갈아 기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믿음의 중요성

사실 세 선수는 모두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닌 훌륭한 선수들이다. 그러나 그 장점을 지바 롯데가 요미우리나 소프트뱅크보다 잘 활용하고 있다. 입단 초기부터 김태균을 간판타자로 기용하겠다는 구단의 의도와 그에 부응한 김태균의 맹활약이 절묘하게 팀 내 역학관계와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현재 이승엽과 이범호는 정당한 경쟁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하라 감독은 모처럼 지난달 27,28일 이틀 연속 홈런을 때린 선수에게 그 이후 단 이틀간의 선발출장 기회를 끝으로 다시 벤치로 몰아넣었다. 급기야 지난 2일에는 9회 말 한 점 뒤진 상황에서 보내기 번트를 지시하기도 했다. 아무리 예전만큼의 믿음을 거뒀다고 해도 최근 한 방이 살아있음이 확인된 이승엽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범호도 겉으로는 지명타자 포지션을 경쟁자들과 돌아가면서 부여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마쓰나카가 부진으로 2군 강등되면서 또 다른 경쟁자 모리모토 사토루를 붙이고 있다. 그는 데뷔 후 홈런은 하나도 없고 지난 3년간 타율도 0.240에 불과하다. 당연히 실적이 떨어지는 선수인데도 불구하고 이범호가 입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2일에는 또 다른 용병 페타지니의 입단기자회견을 열어 그의 활용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엽과 이범호가 타격의 신이 아닌 이상 '기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사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누구나 희생될 수 있다. 그리고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며 현재 세 팀이 처한 상황 또한 각기 다르다. 


매년 우승이 절실한 요미우리는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이승엽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범호 또한 입단 초부터 벤치와 프런트에서 전력 보강을 둔 입장에 엇박자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 애초에 탄탄한 입지를 다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팀 역학관계를 빌미로 선수 기용에 '주관'이 개입돼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기회는 선수가 잡는 것이지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실력 외의 면에서 최상의 환경을 제시해주는 것은 프런트와 벤치가 해야 할 일이다. 그 환경 제시에 있어서 용병이라고 해서 편견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언젠가는 김태균도 슬럼프에 빠질 수 있고, 이승엽과 이범호가 작은 틈을 비집고 맹활약을 펼칠 수 있다. 다만, 벤치가 그때 얼마만큼 바뀐 상황에 맞게 선수를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은 선수의 실력만큼 선수를 향한 벤치의 '믿음'이 중요하다.

지금으로서는 이승엽과 이범호가 반전을 이룬다고 해도 그 반전이 오래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김태균은 슬럼프에 빠져도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는 구단의 '믿음'이 뒷받침 될 것이다.

'기복'(起伏)은 기세가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동시에 복을 빈다는 의미의 '기복'(祈福)도 있다. 이승엽과 이범호, '기복'(起伏) 대신 '기복'(祈福)이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실현되려면 선수의 실력만큼이나 구단의 '믿음'이 중요하다.  

[사진=김태균-이범호-이승엽ⓒ엑스포츠뉴스 서영원 기자, 지바 롯데-요미우리 공식 홈페이지]



김진성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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