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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우, 이젠 비상할 차례

기사입력 2006.07.31 08:32 / 기사수정 2006.07.31 08:32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지난 26일, 수원에서 펼쳐졌던 수원과 서울의 컵 대회 12라운드. 안양이 서울로 연고 이전을 한 탓에 일부 수원 팬들은 서울을 라이벌이라고 여기는 것에 반발하지만,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대결은 여전히 K-리그의 최대 흥행카드이자 최고의 라이벌이다. 


폭우에 가까운 많은 양의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수원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2만 2천여 명의 관중도 분명, 최고 수준의 라이벌 매치를 보고 싶었을 것이다.

비기기만 해도 컵 대회 우승을 확정짓는 서울과 홈에서 라이벌인 서울의 잔치를 볼 수 없다는 수원의 치열한 싸움은 이미 경기 전부터 달아오르고 있었다.

차범근 감독은 팀 적응은커녕 구단 프런트와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눴을 이관우를 선발 출장시키며 승리에 강한 집념을 보였고, 서울의 이장수 감독도 베스트 멤버를 총 출동시키며 무승부보다 확실한 승리의 의지를 다졌었다.

이런 두 팀의 라이벌 의식과 꼭 이기겠다는 의지가 결합 된 경기는 오랜만에 K-리그를 찾은 많은 관중과 TV로 시청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기쁨을 선사했었다. 점수는 1-1에 불과했지만, 장대비 속에서 치러진 이 날 경기는 분명 흥미진진했고 우리네 프로축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만한 그런 경기였다.

어느 하나 마음과 눈을 뗄 수 없었던 경기지만, 필자의 시선은 경기 내내 이관우에게로 쏠려 있었다. 수원으로 이적 후 첫 경기. 아직 손발은 물론이거니와 의사소통의 방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이관우가 수원에서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느냐에 쏠려 있었다.

'잘 가세요. 더 크게 비상하세요.'

지난 23일, 수원으로 현금 트레이드된 이관우의 소식이 대전 시티즌 팬들에게 알려졌을 때, 대전 팬들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 ‘대전의 별’이라 불리는 에이스 이관우의 갑작스런 이적에도 불구하고 구단을, 원망하거나 이관우를 탓하는 팬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오히려 수원으로 가는 이관우의 더 멋지고 화려한 앞날을 빌어주는 팬들이 더 많았다.

물론 팀의 주축 선수의 이적으로 약화된 팀의 분위기와 전력을 걱정하는 팬들도 많았고, 구단의 행정력에 아쉬움과 불만을 토로하는 팬들도 많았지만, 그것보다는 이관우의 더 큰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팬들이 더 많았다.  

대전에 입단한지 어느덧 7년. 대전과 대전 팬들에 있어 이관우는 매우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축구 실력은 둘 째 치더라도, 변변한 스타 하나 없는 시민 구단에서 긴 세월을 싫은 내색 없이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대전과 시티즌을 사랑한 이관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관우가 떠나는 순간 대전 팬들은 애지중지했던 자식이 부모의 품을 떠나 더 큰 곳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배웅하는 것처럼, 이관우를 격려하고 또 격려하며 떠나는 그의 발걸음이 무겁지 않도록 가벼운 웃음으로 그를 떠나보냈다. 긴 세월 힘든 대전에서의 생활을 이제 마감하고, 더 좋은 곳에서 더 멋진 선수 생활로 보답하라는 듯이 말이다.

그런 대전 팬들의 마음을 알았을까? 이관우는 26일 펼쳐졌던 서울과의 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며 ‘부활’의 서막을 알렸었다. 처음 호흡을 맞추는 김대의 서동현 등이 포진한 공격진에게 특유의 감각적인 터치로 공격의 활로를 제공했고, 적극적이고 수준 높은 공격을 진두지휘하면서 수원이 라이벌 서울에 앞서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었다. 

그리고 이관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신인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뛰었다는 말로, 수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대전 팬들에 다시 한 번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고, 더 큰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도 다시 한 번 더했다.

수원은 더 큰 도약을 위한 구름판이다

7년의 세월 동안 대전에서 머무른 이관우의 성적은 그의 이름값에 비춰보면 보잘것없는 것들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이관우가 대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전에서 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무엇 하나 잘할 수 없었다.

대전에서 이관우는 매우 특별한 존재다. 경기를 이끌어가는 리더이자, 승패를 결정짓는 해결사다. 여기에 공격과 수비도 조율해야 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했다. 그야말로 대전의 별이자 에이스였던 셈이다.

이렇게 이관우가 해야 할 일이 많은 대전에 있다 보니, 정작 이관우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펼쳐보이기에 부족했다. 송곳 같은 패스와 감각적인 드리블 그리고 상대 수비의 타이밍을 빼앗는 절묘한 슈팅 대신, 그라운드 이곳저곳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대전의 거의 모든 살림을 챙겨야 했다. 단짝이었던 김은중이 서울로 이적한 후에는 그 책임과 소임이 배가되었었다.

수원으로 이적하는 이관우의 미래가 충분히 밝아 보이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원에서는 이관우가 이전처럼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경기 조율은 동기생인 김남일이 해줄 것이고, 전방에는 김대의를 비롯한 수준급의 공격진들의 이관우의 패스를 기다리고 있다.

또, 송종국 김남일 김진우 이병근 등으로 구성될 허리진은 이관우가 공격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그리고 탄탄한 수비진의 도움 역시 이관우가 공격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여기저기에 치이면서 제대로 된 날개를 펼치지 못했던 이관우가 이제야말로 화려한 비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더 높이 날 수 있었던 새가, 이제 좁은 새장에서 나와 더 큰 새장으로 둥지를 옮긴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속 시원한 날개짓을 하지 못했었던 이관우. 수원이라는 새로운 둥지에서 어떤 날개짓으로 얼마만큼 높이 비상할 수 있을지, 늘 밝지 못했던 그의 축구 인생이 수원을 계기로 더 크고 화려하게 비상하길 기원해 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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