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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과 윌킨스의 만남, 그 기대와 우려

기사입력 2010.04.28 09:33 / 기사수정 2010.04.28 09:33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진성 인턴기자] 대한농구협회(이하 KBA)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울산 모비스의 2009 -  10시즌 통합우승을 일궈냈던 유재학 감독을 선임했다.

이로써 유 감독은 아시아에서 2류로 밀려난 한국을 이끌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된다. 유 감독이 사상 처음으로 대표팀을 맡으면서 울산 모비스에서 보여줬던 변화무쌍한 전술과 원칙주의 지도력을 대표팀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대표팀은 6월경에 소집돼 사상 처음으로 NBA 섬머리그 참가를 계획하고 있다.

명장과 명장의 만남

최근 한국농구는 아시아에서조차 2류로 밀려나며 1996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단 한 차례도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조차 못해본 철저한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2000년대 초반까지 그나마 아시아 2위를 자처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 이어 이란, 레바논, 카타르 등 중동 세에도 기술과 체격, 체력 등 모든 요소에서 아시아 '2위'가 아닌 '2류'로 밀린 상태다. 특히 2006 도하 아시안 게임 5위, 2009 아시아선수권 대회 7위는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뒤늦게 KBA가 '한 건' 했다.

바로 지난 6일 NBA 통산 최다 승 감독 2위 기록(1322승)에 빛나는 전설의 명장 레니 윌킨스를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까지 대표팀의 '기술고문'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최고 명장이 한국농구의 부활을 위해 의기투합하게 됐다.

농구 팬들이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실제로 유 감독은 강력한 질식수비를 바탕으로 모든 선수들에게 훈련에 있어서 예외가 없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선수 장악력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감독으로써, 비시즌만 되면 부상 치료, 컨디션 저하 등 특유의 어수선함으로 가득한 국가대표팀 조련에 안성맞춤이다. 윌킨스 고문도 마찬가지다. 30여 년에 가까운 NBA 감독 생활로 뛰어난 선수 장악력과 변화무쌍한 전술은 한국농구의 발전을 위한 비밀병기가 될 전망이다.

분위기 조성은 OK

두 사람의 조합으로 이뤄진 한국 농구 대표팀은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노린다. 11월이 NBA 시즌이라 아시아 빅리거들은 모두 각국 대표팀에서 빠질 것으로 보이지만 냉정하게 볼 때 여전히 한국은 이란, 레바논에 비해 앞선다고 할 수 없는 전력이다. 철저한 훈련과 준비가 절실한 상황에서 유재학 감독의 지휘와 윌킨스 고문의 조언은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특히 윌킨스 고문은 유 감독이 갖고 있지 않은 대표팀 우승 경력을 갖고 있다. 스타들이 가득한 美 드림팀을 이끌고 92 바르셀로나(코치), 96 애틀란타 올림픽(감독)의 우승을 이끌었던 경험은 대표팀 조련이 처음인 유 감독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표팀의 NBA 서머리그 참가가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면, 윌킨스 고문을 활용해 수준 높은 훈련 스파링 파트너를 구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선수시절 똑똑한 게임 리딩이 돋보였던 포인트가드 출신인데다 강력한 수비와 빠른 공수전환을 강조한다. 유 감독은 윌킨스 고문과 전술적 맥락에서 공감을 이루며 세계농구의 조류에 대한 조언을 전해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유 감독은 매년 비시즌 소속팀 모비스를 이끌고 미국에서 전지훈련캠프를 차리며 미국농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오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윌킨스 고문의 노하우를 잘 받아들일 조건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윌킨스 고문은 지난 3월 미국 측이 파악해갔던 KBL 선수 평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농구의 문제점에 대해 서슴없는 직언을 할 것이다.

관건은 오픈마인드

그러나 윌킨스 고문의 영입이 한국농구를 위한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무리 유 감독이 윌킨스 고문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고 해도 이를 최종적으로 한국방식에 맞게 받아들이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한국 농구 선수들은 근본적으로 개인기술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의 각종 조언을 경기력으로 표출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어차피 윌킨스 고문과 함께할 5개월이라는 시간은 한국농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부족한 시간이다. 이미 중국과 일본이 국제대회를 앞두고 외국인 감독과 코치를 영입해 실패한 전력이 있었다는 뼈아픈 사실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자세가 부족했던 과거의 행적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윌킨스 기술고문의 조언은 '수박 겉 핥기'에 그칠 전망이다. 어차피 윌킨스 고문에게 대표팀 운영의 전권은 없다. 결국, 최종적인 숙제는 유 감독과 선수들이 떠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수들은 단기간에 무언가를 바꾼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린다는 열린 마음으로 윌킨스 고문의 조언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유 감독이 수행해야 한다. 전임 대표팀 감독들과는 달리 '추가 미션'을 부여 받은 셈이다.

마지막으로 윌킨스 고문도 한국농구를 위해서 진심 어린 쓴소리를 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유 감독도 자신의 철학과 전술을 유지하되, 윌킨스 고문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참고해 덧씌우길 바란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의 결과가 한국농구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이번 기술고문 선임이 한국농구의 세계화에 기폭제가 돼야 함은 확실하다. 그 시험무대가 바로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고, 그래서 유재학 감독과 윌킨스 기술고문의 만남이 더욱 기대가 된다.


[사진=유재학 감독-윌킨스 고문ⓒKBL 제공] 



김진성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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