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7:20
스포츠

2006 K-1 서울대회 스케치

기사입력 2006.06.04 06:10 / 기사수정 2006.06.04 06:10

김종수 기자


[2006 K-1 서울대회 스케치]

박용수(한국)  대 리키죠(일본)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출신으로 관심을 모았던 198Cm의 ‘장신파이터‘ 박용수가 킥복서 출신의 리키죠를 상대로 ·통쾌한 케이오승을 거두며 첫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초반부터 적극공세를 펴며 뒤돌려차기 등 화려한 태권도의 발차기를 선보이는 박용수의 파이팅 앞에 리키죠는 시종일관 밀렸고 발차기가 터질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연신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박용수 입장에서는 데뷔전이고 아무래도 상대가 경기경험이 많은 킥복서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경기를 오래 끄는 것보다는 초반부터 적극공세로 방향을 잡은 듯 싶었다.

단기전으로 가면 좋은 결과를 얻겠지만 경기가 길게 갈 경우 노련미, 체력 등 여러 가지 부문에서 악재로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경기내용은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박용수의 돌려차기에 복부를 맞은 리키죠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다운을 당한것, 기세가 오른 박용수는 파상공세로 리키죠를 몰아부쳤고 한차례 더 다운을 뺏은 이후  레프리 스톱으로 첫 경기를 멋지게 끝냈다.

■ 리져브 파이트

이면주(한국) 대 리카이(중국) 

국내에서는 잔뼈가 굵은 이면주선수가 신장과 기량의 우세를 앞세워 시종일관 압도한 끝에 2라운드 2분 40초 만에 케이오승을 거두었다. 

상대가 산타로 유명한 리카이인지라 당초 팽팽하리라던 예상이 많았으나 노련한 이면주는 발차기와 펀치의 콤비네이션으로 시종일관 리카이를 괴롭혔고, 수세에 몰린 리카이는 이면주를 붙들고 늘어지며 자신도 모르게 산타의 던지기를 시도하려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계속적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던 이면주는 2라운드가 시작하자마자 위력적인 미들킥을 리카이에게 적중시켰고 로프 쪽으로 달아나던 리카이에게 왼발 하이킥으로 적중시키며 넉다운을 이끌었다.

좋은 경기내용에도 불구하고 본무대에서는 아쉬운 패배가 많았던 이면주로서는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좋은 경기였다.

후지모토 유스케(일본) 대 김동욱(한국)

씨름선수출신의 ‘불곰’ 김동욱이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났다.

후지모토 유스케는 무사시, 나카사카 쯔요시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 중 한명으로 투지와 노련미 거기에 일발필살의 펀치까지 장착한 파이터이다.

김동욱으로서는 체격과 힘 정도에서만 앞설 뿐 경기경험, 테크닉, 스피드 모든 면에서 불리한 상태.

1라운드는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김동욱의 큰 덩치를 의식한 듯 후지모토 역시 신중한 자세로 쉽게 들어가지 않았고, 김동욱 역시 안면가드를 견고히 한 채 상대의 타이밍에 맞추어 잽과 훅을 날리는 모습이었다.
그 기세에 후지모토가 코너까지 밀릴 정도였다.

2라운드역시 경기양상 비슷했다.주변을 돌며 로우킥과 미들킥을 간간히 날릴 뿐 김동욱의 받아치기를 의식한 탓인지 주특기인 펀치공격을 마음껏 시도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적중수에서는 앞설지 몰라도 내용자체는 평소의 후지모토 유스케의 경기와는 사뭇 달랐다.

3라운드 공이 울리기 무섭게 공세를 퍼부어보던 김동욱은 이후 다소 지친 듯 움직임이 둔해졌고 기회를 노린 후지모토의 공격이 연이어 적중되었다.

김동욱으로서는 난타전 양상에서는 힘을 앞세워 여전한 우세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해지는 후지모토의 스탭을 따라잡기 역부족이었다.

결국 후지모토가 판정승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태국) 대 나카사카 쯔요시(일본)

최홍만과 함께 서울대회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 역시 국내에서의 인기는 대단했다. 쯔요시도 많은 박수를 받았지만 카오에 대한 관중들의 함성은 대단했다.

거리조절과 함께 상대의 전진을 봉쇄하는 앞차기, 좌우로 움직이며 연속적으로 들어가는 미들 킥, 그리고 일명 매트릭스전법으로 불리던 순간 움직임은 여전했으나 노골적인 일본 주최 측의 푸대접, 맥스로의 강제전향 등으로 마음고생, 몸고생이 심했던 듯 과거만큼 압도적인 빠름은 다소 무디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과거 대결과는 다르게 쯔요시와도 크게 차이가 안날정도였다.
결국 경기는 주고받는 엇비슷한 양상 속에 2라운드에서 한차례 다운을 뺏은 쯔요시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쯔요시로서는 2년 전에 당한 패배의 설욕전이기도 했다.

무라트 바우지디(네덜란드) 대 메하디 밀다브디(이란)

대전하는 선수들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편인지라 경기 중에서 가장 덜 주목을 받는 카드로 꼽혔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상당히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다.

특히 주목을 끈 선수는 메하디 밀다브디로 장신에 우람한 체구에서 뻗어 나오는 펀치가 일품으로 간간히 앞차기와 로우킥도 섞어 쓰며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이었다.

어찌 보면 앞서 게임을 가진 김동욱과 비슷한 스타일이었지만 순간 움직임과 돌파력에서는 더 나은 기량을 보여주었다.

상대인 무라트 바우지디는 발차기와 주먹공격이 잘 조화된 네덜란드 파이터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보여주었지만 매서운 받아치기에 순간 돌파력까지 매서웠던 메하디 밀다브디를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

그러나 관중들에게 환호를 이끌어낸 모습은 메하디가 많았지만 적중률을 앞세운 포인트에서는 무라트가 앞선 듯 승부는 그의 3-0 판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준 만큼 다음경기가 기대되는 메하디였다,상업스포츠의 특성상 다소 투박하더라도 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선수로 보였다.

김민수(한국)대 김경석(한국)

씨름과 유도, 한사람은 모래판에서 또 한사람은 매트에서 던지고 넘어뜨리던 파이터들이 이번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입식타격으로 서로 맞붙었다.

데뷔전인 김경석과 달리 김민수는 몇전을 치룬 상태였으나 그동안은 유도스타일을 살렸다는 점에서 사실상 데뷔전이나 마찬가지인 상태.

김민수도 큰 체구였지만 2미터에 180킬로그램의 김경석 앞에서는 그야말로 너무나 작아보였다.

상대적으로 링 경험은 나은 김민수였으나 덩치인 자신보다도 압도적으로 큰 김경석 앞에서 다소 당황한 듯 여유는 없어보였다.

김경석의 폭풍 같은 돌진에 자신도 모르게 후다닥 도망가는가 하면 클린치상태에서 심판이 떨어지라고 하자 공이 울린 줄 알고 코너로 돌아가려고 하는 등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모습을 몇 차례 연출하기도 했다.

투박하지만 힘이 넘치는 두선수의 격돌은 링이 흔들릴 정도로 무게감이 넘쳤고 결국 승부는 적중률에서 앞선 김민수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 슈퍼파이트

  피터아츠(네덜란드) 대 호리 히라쿠(일본)

K-1이 배출한 역대최고의 스타 ‘살아있는 전설’ 피터아츠의 하이킥이 드디어 터졌다.

전성기 시절 어떤 자세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파괴적이고 압도적인 하이킥을 구사하던 그였으나 허리부상과 노쇠화로 이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대한민국 서울에서 전설적인 하이킥을 다시 선보였다.

1라운드에서는 비교적 선전하던 호리 히라쿠였으나 2라운드 들어 피터아츠의 송곳 같은 펀치에 데미지를 입으며 다운을 빼앗겼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으나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하이킥이 작렬해 버렸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로 전설적인 선수의 멋진 모습을 축하해주었다. 피터아츠의 변하지 않는 인기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준결승

후지모토 유스케(일본) 대 나카사카 쯔요시(일본)

각각 김동욱과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을 꺾고 준결승에 올라온 일본인 파이터 두명이 붙었다. 둘 다 훤칠한 키에 몸놀림이 좋은 선수들로 유스케가 하드펀치라면 쯔요시는 발차기가 조금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상황.

어느 정도 접전이 예상되었으나 적어도 오늘경기의 컨디션만을 놓고 따졌을 때는 유스케 쪽이 훨씬 나았다.

아시아권 파이터치고는 무척 주먹을 잘 쓰기로 유명한 유스케는 마치 복서를 방불케하는 현란한 주먹세례로 시종일관 쯔요시를 몰아붙였고, 쯔요시는 유달리 몸이 무거운 듯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강점인 발차기마저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3라운드에 들어서야 비로소 호각양상을 벌이며 의지를 보여주는 듯 했으나 이미 경기의 추는 유스케쪽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주먹을 앞세워 적극적인 공세를 띈 유스케의 2-0판정승.

김민수(한국)대 무라트 바우지디(네덜란드)

‘샤크는 해냈다!’

전 경기에서 상대했던 김경석과 달리 제대로 된 타격가와 맞붙은 김민수, 다소 위축될 만도 하건만 ‘죠스’라는 별명답게 양 훅을 휘두르며 거칠게 맞대응했다. 마치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듯.

적어도 1라운드에서는 이 전법이 통하는 듯 싶었다.

그러나 2라운드 들어 무라트의 로우킥 공격이 자주 시도되었고 조금씩 데미지가 쌓이게 됨을 느낀 김민수는 상대의 로우킥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안면방어도 덩달아 허술해졌고 펀치에 이은 로우킥 연타에 다운까지 당하고 만다,1, 2라운드가 무라트의 라운드였다면 3라운드는 김민수의 라운드였다.

2라운드와 달리 상대의 로우킥을 의식하지 않고 거칠게 들어가던 김민수의 오른주먹이 안면을 강타했고 무라트로부터 다운을 빼앗아냈다. 

이후 끊임없는 파상공세를 펼쳐 패배가 예상되었던 경기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연장전은 접전양상이었다. 그러나 무라트가 김민수에게 낭심을 2차례나 가격하는 반칙을 범하고 말았고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간에 벌점을 받고 말았다.

팽팽한 경기에서의 벌점은 승부의 향방을 뒤집을 만큼 큰 것, 결국 투혼을 보인 김민수가 예상을 깨고 결승에 올라가는 쾌거를 이룬다.

■ 슈퍼파이트

레이세포(뉴질랜드) 대 루슬란 카라에프(러시아)

‘떠오르는 별’ 루슬란 카라에프가 자신에게 치욕적인 데뷔전 케이오패를 안겨준 ‘쇼맨’ 레이세포와 만났다.강력하게 리벤지를 요구해온 터라 카라에프의 표정에 비장미가 흘러보였다.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두 선수는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갔다.

루슬란 카라에프는 신중히 주변을 돌며 미들킥, 로우킥, 하이킥 그리고 뒤돌려차기 등 다양한 킥 기술을 구사하며 상대를 공략했고, 레이세포는 특유의 어슬렁거리는 듯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천천히 압박하다가 기회다 싶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무시무시한 훅으로 압박하는 식이었다.

지난 경기가 너무 쉽게 끝나버려 이번에는 조금 오래가지 않을까 예상되었지만 승부는 레이세포의 오른손 훅 한방으로 역시 1라운드에서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다양한 움직임과 스피드로 강자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카라에프지만 이번경기에서도 드러났듯이 상대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파워부족이 단점으로 여실히 부각되었고 이러한 점을 고치지 못한다면 확실한 강자로 군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결승

후지모토 유스케(일본)대 김민수(한국)

‘잘 싸웠다! 김민수’

2라운드 공이 울리고 20여초가 지나는 시점, 후지모토 유스케의 왼쪽주먹이 힘차게 휘둘러졌고 그의 강력한 펀치는 김민수의 안면을 그대로 강타했다.

그리고 레프리 스톱으로 게임아웃.

최선을 다했지만 체력고갈에 큰 충격까지 받은 상태였던지라 더 이상의 게임은 무의미하다고 심판이 판단한 것이다.
사실상 입식경기출전은 처음이었던 김민수로서는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올라간 것만 해도 굉장한 성과,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소 투박한 스타일로 투지 하나만을 앞세워 대회 최종라운드에 진출한 것은 기대이상의 성적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준결승에서 대부분의 힘을 써버린 김민수는 투지를 불태웠지만 노련한 후지모토 유스케를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종수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