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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때는 전사로, 은퇴 후에는 전설로…

기사입력 2006.05.21 13:49 / 기사수정 2006.05.21 13:49

김종수 기자

'전설을 포효한다' 타이거 마스크(4)

'타이거 마스크'에 등장하는 실제 레슬러들

 
 ▲ 한 시대를 풍미한 파이터들은 후에는 전설로 남기 마련이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만화나 영화에서는 특히 실제 인물을 변형 또는 그대로 인용한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모습은 작품자체의 수월한 캐릭터 설정 외에도 매니아들이나 해당종목의 팬들을 더욱 끌어당길 수 있다는 메리트까지 같이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격투기만화 '파이터 바키(원제 GRAPPLER BAKI)'만 보더라도 최영의, 힉슨 그레이시, 피터 아츠, 케빈 랜들맨, 안토니오 이노끼, 문장규, 알렉산더 카렐린 등 격투기 팬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만한 유명한 파이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물론 이름이나 스타일 등에서 조금 바뀌어진 상태로 변형되어 나오지만 누가 봐도 그들임을 알아챌 수 있게끔 교묘히 포장되어있는 모습이다.

'타이거 마스크'역시 예외는 아니다. '파이터 바키'가 종합격투기의 인기를 바탕으로 탄생했다면 '타이거 마스크'는 프로레슬링의 부흥을 등에 업고 만들어졌던 작품이다. 이러한 모습은 전편에 걸쳐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총 100여 편이 넘는 장편인지라 소개되는 실제레슬러들의 숫자만 해도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일본의 영웅들

안토니오 이노끼와 자이언트 바바, 그리고 오오키 긴타로(大木金太郞·김일)!
'일본 프로레슬링의 신화' 역도산(力道山·Rikidozan)이 길러낸 제자들중 최고 걸작품들로 손꼽히는 이들은 '타이거 마스크'라는 만화에서 수시로 등장하며 약방의 감초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안토니오 이노끼(Antonio Inoki): 긴 얼굴에 주걱턱을 한 이 사나이를 모르는 일본 프로레슬링 팬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반과 포환던지기 선수 출신으로 브라질 챔피언쉽에서 상을 받을 정도의 유명주였던 이노끼는 우연한 기회에 역도산을 만나게 되었고, 실력은 물론 관중을 끌어들이는 쇼맨십, 사업가적 수완까지 완벽하게 배워 현재까지도 일본격투기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있는 거물중의 거물로 군림하고 있다.

정계에 진출하여 국회의원까지 지낸바있는 그는 선수시절, 타 종목의 선수들을 불러와 시합을 종종 벌였는데, 어떤 이들은 이런 모습을 이유로 그를 현재의 '이종격투기'의 근간을 이루어낸 선구자로 평가하기도 한다. '당대최고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벌인 대결은 후대에 두고두고 남는 명승부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보는 시각에 따라 어떤 이들은 졸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타이거 마스크'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파이터 바키'를 비롯 또 다른 격투기만화 '터프가이' 등 다양한 격투만화에서 모습을 보일 정도로 일본에서는 신화적인 존재이다.


◇자이언트 바바: '역도산 사단'의 맏형격이었던 자이언트 바바는 그 이름 만큼이나 엄청난 체격의 소유자였다. 210㎝의 장신을 자랑했던 그는 역도산 사단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당수촙은 물론 자신의 신체조건을 이용한 긴 발차기를 주무기로 삼았다.

원래는 프로야구 선수출신이었으나 프로레슬러로 전향해 더욱 큰 성공을 거둔 흔치않은 케이스로 1972년에 전일본 태평양 프로레슬링협회를 창설하는 등 만화 '타이거 마스크'가 한창 인기를 끌 당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레슬러중 한명이었다.

◇오오키 긴타로(大木金太郞·김일): 프로레슬링에 관심이 있고 없건 간에 30대 이상의 국민들 중에 '박치기 왕' 김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역도산보다도 훨씬 유명한 인물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지면을 할애해 자세하게 다뤄보고 싶다.

◇후지나미 타츠미(Tatsumi Fujinami): 안토니오 이누끼 등에게 가린 면도 없잖아있지만 꾸준한 지명도와 인기를 자랑하며 당시의 프로레슬링계를 활보했던 스타급 레슬러이다.

70년대에도 유명하기는 했지만 그의 진정한 공로는 프로레슬링이 일본에서 침체일로를 걷던 80년대 초반에 빛이 났다.

'난공불락의 요새'로 불리던 미국 전선에서 WWWF 쥬니어 헤비웨이트 타이틀을 따내면서 신 일본 내 주니어 디비전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던 것, 이 같은 그의 활약은 이후 '현실의 타이거 마스크' 사야마 사토루까지 이어지는 도화선 역할을 했었다.

◇ 마츠나가 미츠히로(Mitsuhiro Matsunaga): 1966년 3월 24일생인 그는 89년 10월, 제1차 FMW에 프로공수가로서 첫 모습을 드러냈으며 1992년 1월에 프로레슬러로 전향 데뷔했다. 일본의 데스매치를 논할 때면 절대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이 방면에서는 정통이 나있는 마츠나가는 FMW, 대일본, IWA JAPAN, 배틀아츠 등 여러 단체를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상대선수들을 초죽음으로 만들어 놓을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워낙에 데스매치를 즐겨 '미스터 데인져'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마츠히로는 대일본에 참전한 후에는 전갈, 선인장, 압정, 가시철선, 피라니아, 건축현장, 형광등, 대못, 관, 파이어, 가시철선네트, 악어 등 셀수도 없을 만큼 많은 데스매치를 고안해 직접 자신이 경기에 출전했다.

데스매치를 즐기는 성격답게 배짱도 두둑한데, 코라쿠엔홀의 2층 발코니에서 다이빙한 것은 이미 전설이 기록되어있으며 입식타격대회인 K-1에까지 출전한 적이 있다.

그외… 과거의 명선수에서 요즘은 일본의 인기연예인 사카구치 켄지(坂口憲二)의 아버지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있는 사카구치 세이지,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뛰고있는 초슈 리키(44ㆍ張州力) 등의 흔적을 만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 타이거 마스크 애니메이션 중에서  


■외국레슬러들

◇ 헐크 호건(HULK HOGAN): 1953년 조지아 오거스트에서 태어난 금발의 거한 헐크 호건은 농구의 마이클 조던, 축구의 펠레처럼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잘 알려진 명선수이다.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락밴드 출신이자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스포츠맨이었으나 안토니오 이노끼와 무하마드 알리의 이종격투기시합을 본 후 프로레슬링계에 입문하였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타이거 마스크'는 물론 장태산 화백의 '스카이 레슬러'에도 헐크 호건의 입문과정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에피소드가 만화적인 재미와 느낌을 주기 위해 재창조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완벽한 실화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위기가 닥칠수록 괴력을 발휘,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 기적의 역전승을 이끌어내는 경기 내용과 그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쇼맨십으로 한때는 수많은 매니아를 몰고 다니며 프로레슬링계의 영웅으로 군림했다. '영원한 영웅'으로 기억하는 팬들에게 요즘의 '악역' 변신은 아쉽기만 하다.

◇ 안드레 더 자이언트(Andre the Giant): 한창때의 헐크 호건을 수시로 괴롭히며 선과 악의 라이벌구도를 형성해나갔던(후에는 어스퀘이커로 배턴이 넘어간 듯 했지만) 이 선수는 2미터가 훌쩍 넘는 신장에 550 파운드라는 무지막지한 체중을 자랑했던 말 그대로 거인레슬러의 대명사이다.

◇ 압둘라 더 부쳐(Abudullah the Butcher): 프로레슬링계에서 '검은 주술사'로 불렸던 압둘라 더 부쳐는 검은색의 피부에 스모 선수를 연상케 하는 육중한 체구가 인상적이었다.

출렁거리는 가슴의 크기는 웬만한 여성을 능가할(?) 정도였으며 뒤뚱거리며 걸어다니는 모습에 관객들은 혐오감과 함께 코믹함을 느꼈다고 한다.
현 프라이드 무대에서 '괴물캐릭터'로 종종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줄루(Zulu)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그의 외모가 연상될 듯 싶다.

그러나 외모와는 달리 경기장에서의 플레이스타일은 그 어떤 선수보다도 극단적으로 잔인했다. 큼지막한 포크를 꺼내들고 상대의 이마를 찌르는 것으로 유명한데, 말이 찌르는 것이지, 이마를 포크로 후벼판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정도로 흉악한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포크 공격 외에도 붕대 감은 손끝으로 목 등의 급소를 공격한다든가 육중한 체구를 최대한 활용한 엘보드롭에 수많은 상대가 나가떨어졌다.

만화 '타이거 마스크'에서는 그가 자라난 내력이나 수행 시대의 에피소드가 정중하게 소개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졌으며 타이거 마스크와는 격렬한 시합 뒤에 서로를 인정, 우정을 나누는 멋진 캐릭터로 묘사된다.

언젠가 이왕표씨의 인터뷰기사를 보니까 스승인 김일씨가 겨뤘던 외국의 강자 중 가장 인상깊은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압둘라 더 뷰처와 안토니오 이노끼를 꼽는걸 본적이 있다.

◇ 스탠 한센(Stan Hansen): 헐크 호건이 등장하기 직전까지 실력과 카리스마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던 '링 위의 난폭자'로 외국판 자이언트 바바라고 불려질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하였던 사나이다. 텍사스출신답게 거칠기 그지없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상대를 묵사발을 내버렸으며 뜻하지 않은 돌발행동으로 프로레슬링판에 항상 새로운 기사거리를 전해주는 트러블메이커이이기도 했다.

고속브레인버스터, 보스턴 크랩, 엘보드롭, 파워봄, 웨스턴라이어트 등 다양한 필살기가 있었던 한센은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스타 중 한명 임에 틀림없었다.

◇ 다이너마이트 키드(Dynamite Kid): 현실 속의 '타이거 마스크' 1세 사야마 사토루와 함께 경량급을 양분하던 스타플레이어, 준수한 외모에 80kg정도 밖에 나가지 않는 체중으로 인해 '타이거 마스크'와 곡예에 가까운, 당시로서는 보기 힘든 스타일의 경기를 펼쳤고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었다.

'타이거 마스크'가 사야마 사토루 이후 가네모토 코지 등으로 이어진 것처럼, 다이너마이트 키드의 계보를 잇는 선수로는 크리스 베노아가 꼽히고 있으며 그 3대가 되는 선수로 아메리칸 드래곤이 떠오르고있는 추세이다.

1981년 4월 23일, 일본 국기관에서 '타이거 마스크' 사야마 사토루와 벌인 시합풍경은 고스란히 만화 속에서도 묘사되고 있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타이거 마스크'는 만화와 현실의 이중 세계라는 묘한 구도를 이뤄나간다.

그 외… '아마추어 레슬러출신'의 호프 그란트와 빌 로빈슨, '미식축구선수 출신'의 후안 크라스 그리고 왕발산과 밧트 아렌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계속)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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