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4.08 02:01 / 기사수정 2010.04.08 02:01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정규시즌에서 부진해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각오를 하고 나온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여자배구의 문제점은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이들의 활약 여부가 팀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이다.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도 현대건설의 케니(31, 라이트)와 KT&G의 몬타뇨(27, 레프트)의 경쟁이 가장 큰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현대건설이 KT&G를 세트스코어 3-1로 누르고 먼저 1승을 챙겼다.
이날 경기의 수훈갑은 단연 한유미(28, 레프트)였다. 현대건설에서 가장 많이 득점을 올린 선수는 24득점의 케니였지만 진정한 해결사 역할은 한유미가 해줬다. 정규리그에서 늘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한유미는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16득점에 48.28%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또한, 국내 공격수로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50%에 근접한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한유미의 활약은 공격에만 그치지 않았다. KT&G의 주포인 몬타뇨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블로킹 득점 2득점에 유효블로킹도 6개를 기록했다. 케니가 10개의 범실을 저지르는 동안, 한유미의 범실은 3개에 불과했다. 고비처였던 3세트와 4세트 막판에 해결사 노릇은 한유미의 몫이었다.
현대건설의 황현주 감독은 "한유미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큰 경기에서 선임 선수의 활약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에서만 10년 이상을 뛴 한유미는 영광과 좌절을 모두 경험했다.
1999년 세계유스대회에서 득점상을 받은 한유미는 지경희(전 현대건설)-장윤희(전 GS칼텍스)의 뒤를 이를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았다. '여자배구 전통의 명가'인 현대건설에 입단해 신인왕 수상과 팀 우승의 기쁨을 동시에 누렸다.
그러나 여자배구가 프로화되면서 현대건설의 암흑기가 시작됐다. 특히, 2007-2008 시즌에는 고작 4승밖에 올리지 못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정대영(GS칼텍스)과 이숙자(GS칼텍스) 등이 모두 팀을 떠난 상태에서 어린 선수들을 홀로 이끌어야 했다. 당시 주장을 맡고 있던 그는 배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또한,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당한 무릎 부상도 한유미의 발목을 잡았다. 여전히 좋지 않은 무릎을 가지고 시합에 임하고 있는 한유미는 공격의 위력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빠른 스윙과 노련한 플레이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직선과 대각을 적절하게 번갈아가며 상대 코트를 공략한 한유미는 연타가 아닌 강타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외국인 선수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내 선수들이 잘해주는 팀에 승산이 있다.
현대건설과 KT&G의 명암이 여기서 엇갈렸다. 현대건설은 케니 이외에 한유미가 16득점을 올렸고 양효진(21, 센터)이 10득점, 그리고 윤혜숙(26, 레프트)이 9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KT&G는 '베테랑 센터' 장소연(8득점, 블로킹 4개)만이 분전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이 아쉬웠다. 특히, 현대건설의 한유미처럼 보조공격수 역할을 해줘야 할 이연주(21, 레프트)와 백목화(21, 라이트)의 부진은 팀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연주는 6득점에 20%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고 백목화는 4득점에 27%의 공격성공률이 그쳤다. KT&G의 박삼용 감독은 "세터 김사니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공격수들이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여자배구에서 한유미의 분전은 신선한 오아시스와 같았다. 현대건설에 입단하던 무렵, 한유미는 한국 여자배구를 짊어질 '차세대 거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최상으로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하위권을 맴돌던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10년 동안 현대건설에 몸담고 있던 한유미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오랜만에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만 승리하면 우승에 대해 70%는 땄다고 생각합니다. 7전 4선승제인 만큼, 길게 끌면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아요"
[사진 = 한유미, 양효진 (C) 현대건설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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