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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인터뷰] 대한민국 '철권의 성지'의 찾아서…

기사입력 2010.03.31 12:34 / 기사수정 2010.03.31 12:34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각종 방송 철권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등록카드에 기록된 소속 게임장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바로 서울 그린 게임랜드. 항상 수많은 유저가 찾아와 게임을 하고 있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철권의 성지로 불리고 있는 서울 그린 게임랜드의 윤경식 사장님을 만나 보았다.

MBC GAME의 테켄 크래쉬 리그를 꾸준히 보신 분이라면, 이 분의 얼굴이 왠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린 게임랜드에서는 테켄 크래쉬 리그 등에서 레버와 기기 관련 기술 지원을 해주고 있기도 하다. 철권 관련 취재를 하게되면서 항상 마주쳤지만, 왠지 말을 걸기 쉽지 않았던 이 분에게 인터뷰 요청을 드리고 서울 대림동에 위치한 그린 게임랜드를 방문했다.

▶ 철권의 성지가 될 수 있었던 진정한 이유

그린 게임랜드에서는, 압도적인 수의 최신 철권 기기 보유량보다도 각종 철권 대회의 우승 트로피와 판넬이 즐비한 것이 더 눈에 들어온다. 테켄 크래쉬 우승팀을 인터뷰 할 때 트로피는 누가 보관할 것인지 물었더니, '그린 게임랜드'에 둘 것이라는 답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그린 게임랜드를 방문하고서 그 의문이 풀렸다. 수많은 철권 대회 우승 트로피와 판넬들이 이곳 그린 게임랜드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현 재 그린 게임랜드 곳곳에 놓여있는 각종 철권 대회 우승 트로피와 판넬들, 테켄 크래쉬 전 시즌 우승 트로피와 함께 2005 투극 우승 트로피가 눈에 띈다. 우측의 큰  트로피는 이번 달 초, 일본에서 열린 남코 주최 철권6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박현규 해설이 선수로 참가해 가져온 것. 옆에 계신 분은 그린 게임랜드 사모님이다.

어떻게 이곳에 우승 트로피가 하나 둘씩 모이게 된 것일까.

"트로피 같은걸 내가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오는 건 아니잖아. 본인들이 스스로 "우리 우승했어요" 하면서 들고 온 거야. 우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음을 열어놓았고, 아들딸처럼 가까운 사이가 됐기 때문이야. "

이런 신뢰관계가 어떻게 생길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했다. 사실, 유저들과 지금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유저들에게 내 아들 딸처럼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접근을 하면서 우리 애들을 정말 따듯하게 봐줬어. 하지만 그게 금세 되는 건 아니야. 바로 접근하면 이 사람들이 다 도망가 버리지. 내가 아무리 마음의 문을 들어오라고 팔을 벌려도 안 들어와. 기다려 줘야 돼. 계속 인정하면서. 그래야 저 사람들이 나를 이용하려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스스로 느끼기 시작해야 마음의 문을 조금씩 조금씩 연다고. 그러면서 얘들의 마음의 문이 탁 열려야 변동사항이 없는 거야."

지금은 오래도록 찾아온 철권 게이머들이 아들, 딸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요즘은 특히 철권 게이머들의 결혼식에 찾아가느라 바쁘시다고. 이번 주에도 또 결혼하는 분이 계셔서 찾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자기한테 가슴이 답답한 부분이 있으면 다 털어놓고 한다고. 그런 인간관계라는 게 다른 업소에는 없는 거야. 오락실이란 게 그렇잖아 원래 동전 넣고 게임하고 그냥 가는 거지."

사장님은, 항상 지켜보던 유저들이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 기분이 남다르다고 한다.

"얘네들이 대회 같은데서 한 번 우승하게 되면, 자신감이 많이 생긴다고. 상금 같은 것보다 어느 대회건 내가 1등을 했다, 그러면 자신감이 많이 붙는 법이잖아. 나는 그걸 중요하게 봐. 그래서 얘들이 자신감을 얻기 시작해서 자기들 살아가는 길에 큰 밑거름이 됐으면, 그래서 바르게 살아가는 게 보이면 그것에 대한 기쁨이지. 그래서 어느 땐 내가 경기를 못 지켜볼 때도 많아. 결승전 같은 땐 누구를 응원하겠어. 내가 결승전을 끝까지 본적이 없어. 못 봐. 마지막 라운드에 내가 나가버려. 그만큼 얘네들에 대해서 애지중지 하고, 근데 그런 마음들을 얘네들이 알아주니까 나도 고마운 거지."

얼마 전 MBC GAME 테켄 크래쉬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상금을 받은 뒤 쌀을 사갖고 왔는데, 그 때 아주머니는 너무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아들이 몇 백 명이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이 말씀을 하면서 사장님 내외분이 활짝 웃으셨다) 그래서 항상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한다.

오랜 기간 철권 게이머들을 지켜보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지. 요즘 유명한 선수들의 예전 모습은 어땠는지 말씀을 부탁드려 봤다.

"아무래도 현규같은 경우가 기억에 남지. 걔가 고등학교 때부터 우리 집에 다녔거든. 고3땐가 고2때부터 우리 집에 다녔어. 10년 이상 우리 집에 다닌 아이지. 그밖에도 뭐 유명한 애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닌'같은 경우는 상당히 그 분야로는 성공한… 아직 더 발전해야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상당히 성공한 경우지.

예전에 잘하던 게이머들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시는지 여쭤보았다.

"그러니까 그 때 프리스타일(지금 철권 해설을 하는 박현규 씨를 비롯해 홀맨, 나락호프, 키드진, 다살기 선수 등이 소속된 배틀팀), 얘네들이 상당히 강했었고, 또 몇 개 강한 팀들이 있었는데, 역시 그때 강한 팀들이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있지"

▶ 유저를 위한 노력, 장인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방송에서 이미 '장인'이라고 언급되기도 했을 만큼, 그린 게임랜드 사장님은 레버에 대해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MBC GAME 테켄 크래쉬에서 계속 기술지원을 해왔고, 최근 열렸던 온게임넷 네임드 2010에서도 기술지원을 한 바 있다. 그만큼 아케이드 기기의 관리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얘기를 꺼내보았다.

"격투 게임은 레버, 버튼 문제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고, 계속 풀리지 않는 숙제였어. 근데 그 문제의 해법이 있었냐면, 사실 없었어. 시중에 판매하는 것은 그 제작사 나름의 스타일대로만 나올 뿐이니까, 근데 그 정도만으로는 다들 만족을 못했던 거지."

격투게임 마니아들은 레버나 버튼에 대해 항상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해결책은 시장에서 새것을 사다가 교환해 주는 것 뿐. 그러나 그렇게 해도 처음에는 뻑뻑하고 나중에는 헐거워지기만 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레버에 대해서 수정 작업을 시작했는데, 수정한다는 게 처음엔 아주 어려웠다고. 그 커맨드 값의 변화를 예를 들어서, 사실 레버라는 건 전기적인 장치기 때문에 거짓말을 안 해. 안 건드리면 안 나가는 거야. 근데 건드려 놓고서는, "난 건드리려 한 게 아닌데 건드려졌다" 그런 얘기가 되는 거거든."

그래서 유저들이 게임을 할 때의 커맨드 습관이란 게 어떤 것인지, 왜 입력이 잘못되는 것인지 오랜 시간에 걸쳐 관찰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 부품의 수정 작업에 들어갔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옆에서 들으시던 아주머니께서 말을 거드셨다.

"아마 박스로 몇 박스, 개수로 200개 이상 갖다 버렸을 거야. 연구하느라고. 그 때는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어..."

사장님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 정도 값이 구해졌기 때문에 거의 소화는 되는 수준에 와있고, 그 문제가 받쳐주지 못했다면 아마 우리가 존재하지 못했을 거지."



▲ 레버를 들고 포즈를 취해주신 윤 사장님. 아쉽게 들고계신 레버는 그린 전용 레버가 아닌 산와 레버이다.

게임 방송 쪽에 직접적으로 기술 지원을 해주시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여쭤보았다.

"얘기를 하려면 '철권 열전' 때부터 해야지… 그러니까, 거기 출연하는 애들이 다… 뭐 현규나 무릎이 홀맨같은 A급 유저들이나 또 걔네들과 같이 어울리던 애들이 우리와 아주 가까운 관계였어. 그러다 보니, 그 애들이 어디서 대회같은게 열리거나 생기면, "어디서 하는 게 좋겠다" 얘기를 해주기도 하고,  그런 쪽으로 일을 해줬어. 내가 다 시켜서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근데 지들이 들어보고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일이 생긴다면 지네들이 먼저 얘기를 해줬었지."

아무래도 선수들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면서, 게임방송 관계자 분들과도 관계를 가져오게 될 수 있었던 듯하다.

"대회 같은데도 가서 지켜보고 뒤에 버티고만 있어도 애들한테는 상당히 안정감을 주는 거지. 내가 가있으면 장비는 문제가 없단 얘기니까."

최근 MBC GAME의 한 프로그램에서 '장인의 손길을 받은 스틱'이란 말이 나온 것이 재미있어서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내보았다. 당시 콘솔용 철권 게임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을 위해서, 일본식 레버(산와 레버)가 설치된 스틱의 레버 교체작업을 해주게 되었다고 한다.

"일단은 레버 교체를 해줘야 됐는데, 달 수 있는 조건이… 상당히 안 맞았어. 그 스틱은 지름이 상당히 작게 돼 있더라고. 우리 레버를 달려면 구멍을 이만큼 뚫어줘야 돼. 천생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날 밤새 구멍을 깎아서 구멍을 늘려서 개조를 해준 거야. 여유를 두고 며칠 전에 말을 했으면 천천히 해도 되는데, 갑자기 "내일 방송에서 써야 돼요" 하는데 어떻게 해.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한 게 아닌가 싶어."

MBC GAME 테켄 크래쉬 대회 때 앞자리에 앉아서 흐뭇한 표정으로 대회를 지켜보던 사장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요즘에는 방송에서 모습을 뵐 수 없는 이유를 여쭤봤다. 아주머니께서 대신 대답을 하셨다.

"다른 게임장에서 왜 그린 쪽 사람만 앞에 앉아 있냐고 난리가 났어. 그래서 지금은 안 보이는데 숨어서 앉아 있는 거지"

방송 대회에 기술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대가를 받거나 하는 부분은 없다고 한다.

"준다고 해도 내가 거절을 해. 내가 그런데서 수익을 받을 생각이 있는 게 아니라, 애들을 위해서 가있는 거지 나를 위해서 가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집 유저들, 내 아들이 게임을 어디 가서 게임을 한다니까 내가 가는, 그런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돼. 나를 홍보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집 유저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내가 가는 것일 뿐이야"

사장님은 항상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실력이나 기세가 한 눈에 보인다고 한다. 최근에 열렸던 온게임넷의 네임드 2010 대회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때 마지막 경기를 가진 홀맨과 잡다캐릭 선수에 대해서 한 말씀 하셨다.

"5때부터 쭉 봐왔었지만, 5때도 잡다(캐릭)가 홀맨을 넘어서진 못했어. 근데 홀맨이 군대 갔다 와서 좀 빈 틈이 생긴 거지. 그래서 6와서 초기에 좀 주춤거렸던 거야."
군대 얘기가 나오면서 철권 유저의 연령층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했다.

"철권이 롱런하려면 군대 가기 전 층의 유저들이 강해져야 돼. 중간 유저 층이 없기 때문에 예전에 하다 군대 갔다 온 주력들이 지금도 주력이라고."

방송 등으로 인해 신규 유저가 많이 생기지 않았는지 얘기를 꺼내보았다.

"철권은 아시다시피 쉬운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입문이 쉽지 않아. 기술이 몇 갠데, 스타 이런 거하고는 개념이 다른 게임이에요. 캐릭터가 40개고 한 캐릭터당 기술이며 상대방 캐릭터에 대한 기술을 숙지 못하면 될 수가 없는 거지. 모르면 맞는 거니까… (웃음) 그래서 이거는 처음 하는 사람이 바로 입문하기가 쉬운 게임이 아니야. 어려운 게임이라고."

방송 대회 이후 게임장 방문객이 좀 늘었는지 여쭤보았지만, 방송 대회보다는 콘솔로 철권이 발매된 영향이 더 크다고 한다.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는 수용할 수밖에 없어. 그래도 철권7이 나오면 그 층들이 다시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져봐야지."

▶철권 해설자로 자리 잡은 박현규 선수의 뒷이야기


그린 사장님은 인터뷰 도중 박현규 씨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셨다. 그러던 중 박현규 씨가 해설의 재능에 눈 뜨게 된 계기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예전에 그린 게임랜드에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고, 여러 유저들이 번갈아 가면서 자체 해설을 했는데, 그때 가장 열심히 하던 유저가 지금의 박현규 해설이었다고 한다.

"현규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조건이 좋았던 게, 우리가 인터넷 방송을 하게 되면서 초창기 때 현규가 해설을 많이 했다고. 여기서 체계적으로 방송을 하고 이런 것들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 말도 군더더기 없이 하고, 방송을 차근차근 잘했어. 여기서 한 2년 이상 훈련이 됐었는데, 그걸 나중에 MBC GAME에서 써먹을지는 몰랐지. 의도적인 건 아니었지만 방송 연습을 한 2년 동안 하게 됐어. 시간만 되면 항상 했었으니까. 또 형규가 게임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상당히 많이 알고 있어. 그래서 그렇게MBC GAME 쪽에 가서 해설을 하는데, 지금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으니 나로서는 참 고마운 일이지.

물론 박현규 해설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그린 방송 해설을 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무 멘트 없이 시작을 했었어. 그러다가 현규가 처음부터 여기 앉아서 멘트를 시작 한갓야. 자연스럽게 여러 명이 하기도 했고, '말구'도 하고 했어. '소용돌이'도 우리 방송에서 했었지. 다 여기를 거쳐서 진출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지."

소용돌이 선수도 그린 게임랜드 방송해설을 했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라 좀 더 자세히 질문을 드렸다.

"해설을 오래는 못했지. 여기서 했던 걸 기본 삼아서 방송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데, 근데 횟수가 MBC GAME처럼 많지 않으니까 아직 발전을 못하고 있는 거지. 하는 횟수가 많아야 발전을 할 거 아니겠어. 앞으로는 더 잘할 거라고 봐."

사장님 내외분은 박현규 해설을 예전부터 지켜봐온 만큼,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박현규 해설이 2005년에 투극에서 우승을 하고 돌아왔을 때 같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고, 또 지금 해설로써 잘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또, 그린 게임랜드에서 투극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 후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철권 기기 수입사에서, 2005년 때는 후원을 해줬는데, 그 후로는 후원이 잘 안됐어. 그래서 우리가 2007년까지 좀 후원을 하기도 했어. 선발전부터 해서 뭐 크게 넉넉하게 쓸 정도는 못줬는데… 차비정도라도… 비행기 표라도 해서… 그렇게 해서 출전시키고… 우리는 얘들이 좀 더 폭넓은 경험을 하고, 또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길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기를 바랐으니까."

철권을 취재하다가 궁금한 점이, 게임장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분들이 대부분 철권의 고수이거나 방송대회 출전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직접 물어봤다.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되지. 게임은 좋아하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에, 게임장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것이겠고… 아무래도 게임장 아르바이트를 하면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테니까, 꼭 수익성이 좋아서라기 보단. 또 옛날에 비해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게, 유저 개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네임드 유저라고 할까, 잘하는 사람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면 거기에 따라오는 층들이 있기 마련이거든. 그런 것들 때문이지."


▶ 철권 성지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

그린 게임랜드는 최신 철권 기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식의 운영으로 수익이 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철권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의견과, 단지 자부심과 보람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등 서로 의견이 분분했었다.

"후자 쪽이지. 백 원짜리가 아무리 굴러도 (기기 값을) 회수하고 나면, 우리에게 실제로 이익이 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 그럼 뭐 하러 많이 사놓고 그렇게 하느냐. 유저들의 프라이드 때문이야. 우리 집 유저가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게 될 수 있는데,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절대 일본 가서 기죽지 마라'는 거야. 일본에 어느 게임장이건, 어딜 가든 기죽지 마라. 당당해라. 너희들의 놀이터인 이곳이 비록 장소는 그리 좋지 않을지언정, 내용적으로는 누구에게도 기 안 죽게 하고자 했어. 유저를 배려하는 포석인거지. 일본에 유명한 게임장 가봤자 5~6조 있는데 그런데 가서 기죽겠어? 내가 돈을 많이 벌고자 함은 아니지. 원금 회수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 생각처럼 그렇게 수입이 끌건 아니야."

그린 게임랜드는 단순하게 수익성에 대해서만 집착하지 않았다. 철권 아케이드 기기가 비싸졌지만, 좀 저렴하게 받아야 사용자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어서 끝내 롱런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찍이 철권4 시절부터 아케이드 시장에 위기가 찾아올 걸로 보고, 마니아 층 위주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해오기도 했다. 그래서 게임 세팅과 같은 부분들을 가능한 유저에게 유리하게 하고, 요금도 가급적 저렴하게 받으려는 노력을 했다. 철권6 시절에도 조건부 3개월로만 300원을 받은 뒤 200원으로 인하했다고 한다.(현재 철권6 BR 버전에서는 300원)

▶ 게임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

일찌감치 마니아 위주로 간 그린 게임랜드는, 소규모 대회를 많이 열기도 했다. 이유는 철권 유저들 간에 교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가만히 지켜보니까, 팀 활동을 하면서도 자기네 팀끼리만 얘기를 해. 다른 팀하고는 안면이 있으면서도 말을 안 하더란 말이야. 그래서 생각 끝에, 그런 유저 개인을 잘 살펴봤더니 의외로 소외계층이랄까, 가정 형편 문제도 있지만 부모님 중 한 쪽만 같이 산다거나 해서 외로움을 느끼는 애들이 많았던 거야."

서로간의 대화가 없이 자기만족에만 그치고 끝나는 것이 안타까워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랜덤 5:5 대회를 만들어서, 모르는 유저 간에 서로 대화도 나누고 이기면 박수도 쳐주고 할 수 있도록 해서 서로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 줬다고 한다. 또, 대회를 열면 1등에게 꼭 상금을 주는 게 아니라 참석자들에게 고기 뷔페를 데리고 가서 같이 밥을 먹고 오기도 했다.

"이런 부분이 청소년이 성장해가면서 사회인으로 가는 과정에 꼭 필요한 부분인 거야. 교류라는 걸 시작을 해준 거지. 또, 내성적인 성향의 유저들이, 그런 부분들로 인해서 대인관계가 많이 좋아진 거야. 그리고 또 아가씨들이 오면 서로 교제도 한번 해봐라 이런 식으로 다리도 놔주기도 했고."

꽤 오랫동안 사장님과 말씀을 나눈 뒤, 마지막으로 철권을 사랑하는 유저들에게 좋은 말씀 한마디 해주시길 부탁드렸다.

"게임은 게임이니까 질 때 열 받고 하더라도 원인 분석을 잘 하면 좀 더 나은 철권 유저로 성장하지 않을까. 져도 그냥 밋밋하면 자기발전이 없는 거기 때문에, 자신이 지면 자기가 진 부분에 대해서 철저히 분석을 한다면 자기 실력이 향상될 것 같아. 그리고 게임과 현실과 혼돈되는 일은 없어야겠지. 게임은 게임이고 현실은 현실이고. 그리고 게임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 인간관계가 중요한 법이니까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할 때는 하더라도, 서로 같은 취미 선상에 있는 사람들인 만큼, 그 외의 부분에서는 서로 관계를 돈독하게 가져가려고 노력하길 바라고, 그런 것이 자신에게 있어서 중요하고 또 유익한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

사장님과 사모님은, 10년이 넘도록 이 일을 해오고 계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모님의 말씀.

"우리는 게임장 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 돈만이 문제가 아니잖아. 항상 다들 와서 인사해주고 하는 모습이, 다들 내 아들 딸 같고 내 식구 같아. 너무 감사한 거지. 그래서 우리가 건강이 허락하고 철권이 나오는 한 게임장을 계속 합시다. 이렇게 얘기를 하죠. 너무 감사해요."



백종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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