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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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UEFA 챔피언스리그

기사입력 2010.03.19 08:57 / 기사수정 2010.03.19 08:57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올랭피크 리옹, 지롱댕 보르도, FC 바르셀로나, 인테르 밀란, 바이에른 뮌헨, CSKA 모스크바. 지난 8월 개막한 2009/10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여전히 살아남은 영광의 여덟 팀이다. 

국적별로 분류하면 잉글랜드와 프랑스 팀이 두 팀, 그리고 에스파냐,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에서 각각 한 팀을 배출해내었다. 무려 6개에 달하는 리그에서 이번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이 배출된 것인데 이는 현행 챔피언스리그 제도하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결과이다.

각 리그의 우승팀만이 출전할 수 있던 유러피언 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시절은 논외로 치더라도 챔피언스리그 초창기만 해도 올해 대회처럼 어느 특정국가가 당해 년도 챔피언스리그를 주름잡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가 양적으로 팽창함에 따라 늘어난 출전권의 대다수는 소위 말하는 빅리그에 할당되었고 오늘날처럼 한 국가에서 최대 4팀이 출전할 수 있게 된 1999/00시즌 이후, 군소리그 팀의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되었다. 2000년대 초반의 라 리가, 중반의 세리에-A, 후반의 EPL처럼 챔피언스리그의 8강 진출팀을 어느 한 리그에서 3~4팀 배출하는 것은 21세기 챔피언스리그에서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올해 챔피언스리그는 어느 리그의 독주도 허용하지 않았다. 6개 국가의 리그에서 8강 진출팀이 나온 것도 1999/00시즌 이후로는 처음 있은 일이다. 과연 어떠한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EPL 독주체제의 종식
 
최근 몇 년간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잉글랜드 클럽들의 행보는 가히 독보적이었다. 2006/07시즌 세 팀을 대회 8강에 올려놓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 잉글랜드의 시대를 선언한 EPL 클럽들은 이후 2년 연속 BIG 4 네 팀 모두가 8강에 진출하며 챔피언스리그를 잉글랜드 클럽의 전유물로 만들어놓았다. 비록 그 기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이 유럽의 왕좌에 오를 수 있었지만 챔피언스리그가 영국 대 대륙의 형국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역시 EPL의 BIG 4 네 팀은 잉글랜드에 할당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독점하며 사이 좋게 32강 조별리그에 안착했다. 출발은 산뜻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네 팀 모두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리버풀이 피렌체 원정에서 피오렌티나에 0-2로 힘없이 패배하면서 불안감의 서막이 조성되었다. 결국 리버풀은 졸전 끝에 E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감했고 남은 유럽 무대에서의 일정을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유로파 리그에서 치르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그래도 나머지 세 팀은 모두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16강 대진에서 행운의 여신은 잉글랜드 클럽을 빗겨갔다. 이탈리아 최강으로 군림하는 밀라노의 두 팀 모두, 16강전 상대가 잉글랜드 팀으로 결정된 것이다. 결국 EPL과 세리에-A 간의 자존심을 건 대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인테르 밀란이 사이좋게 승리를 나눠 가졌다. 첼시는 조별리그에서 막강한 위용을 자랑했지만 인테르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다시 한번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다.
 
나머지 한 팀 아스날은 16강에서 포르투갈의 강자 FC 포르투를 맞아 1차전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했지만 홈경기에서 5-0 대승을 일구며 8강에 합류, EPL에 최소한의 자존심을 허락했다.
 

프랑스 리그 1의 약진
 
리그 1의 터줏대감 올랭피크 리옹이 3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8강에 복귀했다. 그것도 거함 레알 마드리드를 침몰시키고 말이다. 조별리그에서 리버풀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6강에 진출한 리옹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홈에서 1-0 승리,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두고 8강에 합류했다. 호날두, 이과인, 라울, 카카 등을 앞세우며 조별리그 최다 골을 기록한 레알 마드리드의 초호화 공격진은 리옹의 단단한 수비진을 상대로 고작 1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런데 올해는 리옹뿐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 리그 1에서 올랭피크 리옹의 8연패를 저지한 지롱댕 보르도도 8강에 합류, 리그 1은 6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8강에 두 팀을 올려놓았다.
 
보르도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이름 날리던 로랑 블랑의 지도 하에 강력한 수비망을 구축, 조별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점을 기록하며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바이에른 뮌헨도, 유벤투스도 보르도의 거침없는 행보를 막아내지 못했고 보르도는 1차전 유벤투스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 이후, 5연승을 거두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선 그리스의 강호 올림피아코스를 가볍게 물리치고 8강에 합류했다.
 
동유럽의 자존심 CSKA 모스크바

 
2004/05시즌의 CSKA 모스크바, 2007/08시즌의 제니트 상페테르부르크, 2008/09시즌의 디나모 키예프. 이미 동유럽세는 지난 5년간의 UEFA컵에서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해, 동유럽 축구의 선두주자 CSKA 모스크바가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동유럽 축구 클럽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의 문턱에 들어섰다. 세브쳉코가 활약하던 1998/99시즌 디나모 키예프의 준결승 진출 이후 무려 11년 만의 일이다.
 
조별리그 B조에서 불스부르크를 따돌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은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CSKA 모스크바는 혼다 게이스케의 활약에 힘입어 라 리가의 강호, 세비야를 물리치고 8강에 합류했다. 불안한 수비조직력이 약점이나 승리에 대한 열망만큼은 어느 팀에 밀리지 않는 게 CSKA의 강점이다.
 
UEFA 컵을 집어삼켰던 동유럽 축구의 위세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얼마만큼 발휘될지도 큰 관심거리이다.
 
체면치레를 한 라 리가, 세리에-A, 분데스리가
 
FC 바르셀로나, 인테르 밀란, 바이에른 뮌헨 등 라 리가와 세리에-A, 분데스리가의 최강자들도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하며 유럽 5대 리그에 속한 소속리그의 자존심을 세웠다.
 
사실 라 리가는 AT 마드리드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며 32강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지만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세비야 등 나머지 세 팀은 다른 팀을 압도하며 조 1위로 16강행을 확정 지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와 세비야가 16강전 이변의 희생양이 되며 중도 하차했고 바르셀로나만이 슈투트가르트를 상대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8강에 진출했다.
 
세리에-A에선 피오렌티나의 탈락이 아쉽다. 자국 리그에서는 실망스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만큼은 피오렌티나는 완전히 다른 축구를 보여주고 있었다. 조별리그 1차전 리옹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한 이후 피오렌티나는 5연승을 거두었고 리버풀을 상대로는 홈과 원정에서 모두 승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16강에서 독일의 최강 바이에른 뮌헨에 원정 다득점에 의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그 밖에 올 시즌 총체적 난국에 빠진 유벤투스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라운드 3위로 대회를 마감했고 AC 밀란은 16강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궤멸당하고 말았다. 인테르 밀란만이 16강에서 첼시를  물리치고 8강에 올라갔다.
 
유로파 리그에서 선전 중인 분데스리가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무난한 행보를 보였다. 불스부르크가 아쉽게 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바이에른 뮌헨과 슈투트가르트는 조 2위를 차지, 16강에 진출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피오렌티나와의 격전 끝에 승리를 차지, 8강에 진출했지만 바르셀로나를 만난 슈투트가르트는 자신들의 한계를 확인해야만 했다.      
 
  
 



윤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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