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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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인연을 이렇게 만났네요"

기사입력 2006.03.01 07:34 / 기사수정 2006.03.01 07:34

[취재후기] 

당사자 조차 쑥스럽게 만든 올스타전 MVP 결정
, 그리고 아쉬운 평일 개최

28일 오후 3시. 시간이 많은 농구팬이 아닌 이상 놀러오기도 힘들었을 텐데, 제법 많은 관중이 몰린 가운데 잠실벌에서는 올스타전이 열렸다. 그런데 올스타전이 조금 이상하다. 평일 낮에 보는 별들의 잔치라. 평일은 그렇다치더라도 별은 '밤'에만 볼 수 있는 건데.  


▲ 많은 농구팬들이 체육관에 찾아줬다. 하지만 더 많은 관중이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 엑스포츠뉴스 이순명 기자
어쨌든 이 날 여린 2005-06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는 KCC, KT&G, SK, 전자랜드, 삼성으로 이뤄진 매직팀이 모비스, 오리온스, LG, KTF로 이룬 동부 드림팀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고 127-125로 이겼다.

이번 올스타전은 비록 휴일이 아닌 평일에 열렸음에도 불구, 경기 내용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엘리웁 덩크슛과 3점슛 세레가 이어져 체육관을 팔할 가까이 메운 농구팬들의 성원에 보답해 잠실 체육관은 경기가 끝나고도 팬들의 환호로 식을 줄 몰랐다.
▲ "못다한 인연을 이렇게 만났네요" 라며 뜻밖의 수상 소식에 놀란 서장훈 선수
ⓒ 엑스포츠뉴스 이순명 기자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이번 올스타전의 가장 뛰어난 수훈갑 MVP를 발표하는 순간, 체육관에서 느꼈던 뜨거운 분위기가 그세 냉기로 바뀐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날 MVP 선정 발표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서장훈(서울 삼성)의 이름이 불린 것이 그 원인이었다.

서장훈 선수말고 더 잘했던 선수가 많아서 그랬을까? 관중석에서는 순간 야유가 쏟아졌다. 서장훈은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47표 중 가장 많은 16표를 얻어 MVP가 됐다.

실제로 서장훈 선수 본인도 경기 후 포토라인에서 MVP 수상 여부를 알게 된 후 당황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서장훈 선수는 "별 활약도 없었는데 상을 받게 됐다. 팬들을 실망시켜 미안하다"며 준비가 덜 된 소감을 나타냈다.

서장훈은 이날 40분 중 26분여를 코트에 나서 18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기록이 결코 나쁘진 않은 기록이었지만 그렇다고 '결코' MVP를 탈 만큼의 성적은 아니었다. 찰스 민렌드(전주 KCC) 22득점에 12리바운드를 올린 것도 그렇고. 서장훈의 득점은 드림 팀내에서도 4번째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거기에 상대팀에는 과히 이 날의 스타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리 벤슨(오리온스)이 있었다. 벤슨은 이날 62득점을 올려 각종 올스타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벤슨의 62득점은 1997-98 올스타전에서 김영만이 세운 44점을 뛰어넘고,16개 덩크슛을 성공시켜 과거 래리 데이비스와 마르커스 힉스가 세운 6개 기록도 1O개나 넘어섰다.

▲ 농구팬들은 "중계 때문에 평일로 일정을 맞춘 평일 올스타전은 팬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항의하는 걸개를 걸었다.
ⓒ 엑스포츠뉴스 이순명 기자

서장훈 선수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서장훈 선수는 경기 후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많은 올스타전에 나왔었는데, 오늘 경기보다 더 잘했을 때도 MVP를 못 받았다. 그래서 베스트 5에 뽑힌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MVP 수상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며 "그런데 오늘처럼 그냥 평범한 기록을 내니까 MVP를 받았다. 아마 그간 못 탄 내가 불쌍해서 준 것 아닐까"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변화하고 매년 발전하는 리그에서 국내 토종선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서장훈 선수. 과묵하게 코트를 지키던 서장훈 선수의 얼굴에서도 올스타전 끝나고 괜히 머쓱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평일 낮에 함께한 올스타전과 뜻밖의 MVP 선정, 이번 올스타전의 추억은 오래오래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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