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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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딜레마 Part 2-2 '쫓기는 대표팀'

기사입력 2006.02.22 19:33 / 기사수정 2006.02.22 19:33

이철규 기자
아드보카트의 선택

아드보카트가 진정 원했던 형태는 무엇이었을까? 실제로 경기진행에 따라 앞서 말한 세 가지 형태와 지금부터 말할 정삼각형 형태 모두를 보여주는 것이 원래의 4-3-3 포메이션에서 나타나는 ‘토탈사커’다. 그런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횡적 형태에서 말한 세 명의 선수들의 고른 기량이 핵심이고, 그게 가능한 국가는 극히 드물다.

역삼각형을 취했다 한 두 번의 빠른 패스와 압도적인 체력으로 한국을 무참하게 패배시켰던 덴마크와의 경기모습이나,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전에서 취한 횡적 형태에서 보여준 바 있는 넓어진 공간과 서로 호흡을 맞추는 데 걸릴 시간이나 김남일의 체력 문제가 걸림돌이 된 종적 형태 모두, 불안한 수비를 안정시키거나 공격의 시작점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남은 것이 정삼각형 미드필드 형태.


정삼각형 미드필드 형태

대표팀은 일반적인 정삼각형 미드필드 대신,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이하 DM) 출신의 선수들과 한 명의 중앙 미드필더(이하 CM)을 기용해 중앙의 장악력을 높였다. 여기서 최진철과 호흡을 맞출 선수가 어느 정도 윤곽을 보인다. 김진규. 젊고 체력적으로 가장 왕성하며, 포백 경험이 있는 공격적인 ‘스토퍼’. 스리백에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유경렬이나 대표팀의 유일한 ‘커맨더’ 김영철의 느린 발, DM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김상식에 비해 최진철의 불안함을 보완해줄 선수로 꼽힌다.

김남일-백지훈, 김남일-이호 라는 방식으로 미드필드의 수비를 두 개의 선으로 만들며, 상황에 따라 측면 공격수(이하 WF) 또는 측면 수비수 (이하 FB)들이 미드필드에 위치하며 상대의 공격을 우선 저지한다. 수비가담력이 좋은 한국의 WF들에게 적정 수준의 수비부담을 주고, 공격성향이 강한 FB들과 함께 공격에 나서기에 좋은 위치에 설 수 있는 방법. 히딩크때와 다르게 측면에서 시원한 공격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 된다.

또한 김남일이 종적으로 움직이며 미드필드의 수비를 지휘하고, 최진철의 바로 뒤에서 이운재가 수비를 지휘하는 분명한 선이 그어지자, 지휘체계에 문제를 보였던 역삼각형이나 미드필드의 수비지휘가 없이 보이던 종적에 비해 훨씬 안정감을 가진 ‘포백’이 탄생했다.



풀리지 않는 숙제

정삼각형 형태가 완전히 대표팀의 중심 형태로 자리잡으려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가 현재 김두현과 백지훈이 경합 중인 CM의 능력. 두 DM이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을 저지한 뒤, 긴 패스와 짧은 패스로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이 모습들은 상대의 수비조직이 어디까지나 올라왔을 때를 가정한 것.

수비조직이 올라오지 않고 자리를 잡고 있을 때 중요해지는 것이 CM의 패스와 최전방 공격수(이하 CF)의 좌우이동폭 그리고 포스트플레이다. CF가 만약 수비수를 등지고 높이 오는 패스를 받을 수 없다면 좌우로 크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조직을 흔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CM의 패스가 매우 뛰어나야 한다. 소위 창의적이라는 패스들이 자유롭게 구사되어야 가능한 것. 이런 창의성의 부재 내지 패스의 질의 한계는 대표팀의 중앙에서 득점 상황을 쉽게 만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이상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수비조직을 갖추는 데 걸리는 시간과 현재 인적자원의 한계에 따른 완성도다. 대표팀의 수비조직을 보면, 파란 선을 따라 유기적으로 한 명의 DM이 측면을 맡아주며 FB-CB-CB 형식의 3백으로 중앙수비를 강화하고, CM과 DM이 다시 수비벽을 미드필드에서 구성한다. 이 때, 조원희(WB)가 수비수들보다 앞선 선상에서 DM의 수비부담을 덜어주는 모습을 보인다.

세 번째는 유연성의 문제다. 4-3-3 포메이션이란 것과 토탈사커는 ‘비정형성’, 상황에 따른 변화무쌍함을 기본으로 하고 이를 위해 11명 모두 다양한 역할 수행이 가능하면서도 각 부분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과연 한국에 그런 선수가 몇 명이나 되는가? 토탈사커가 탄생한 국가에서조차 수십 년 동안 이런 ‘토탈사커’ 이념에 기초해 선수를 육성했지만, 여전히 23-25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당연한 것이 선수들의 특성이 같을 수 없기 때문.

그런데 이렇게 급한 상황에 하나의 형태로 팀을 구성했을 때, 이런 유연성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현재 대표팀이 채택할 것으로 보이는 정삼각형 형태는 투톱을 상정해 만들어진 형태. 원톱으로 나왔을 경우, 좀 더 김남일이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지만 세계적인 공격수를 역삼각형 형태로 했을 때 다시 나올 수비불안을 이호와 김진규라는 어린 선수들이 충분히 막을 수 있는가? 라는 현실적인 걱정이 생긴다. 결국 김남일이 올라가지 못하면 공격에서의 숫자가 하나가 빠지는 셈이 되고, 당연히 연쇄적으로 감독이 생각하는 여러 방법들이 생각만으로 끝나게 되는 것.

백지훈의 패스가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 측면의 WF 한 명은 중앙침투를 하고 다른 한 명이 공격을 풀어준다. 막혔을 때는? 셋피스 때의 득점 외에 미드필드에서 풀어나갈 방법은 없는 것인가? 김남일과 이호의 공격가담이 원활하지 않을 월드컵 본선에 과연 이 미드필드에서 수의 열세와 공격을 풀어나갈 방법은 무엇인가?


이런 수비조직이 갖추어지는 시간과 선수들의 능력은 완성도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고, 결국 맡은 바 위치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과 맞붙을 프랑스, 스위스를 생각하면 낙관할 수 없다. 상대의 침투공격이나 공중볼 부분에 대한 신체적 열세 등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유럽에 비해 개개인의 기본기와 개인기에 차이를 보이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현재 대표팀의 상황에 이 이상의 안정감을 가져다 줄 형태가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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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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