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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지 못했지만…개척자들의 도전은 빛났다

기사입력 2010.02.22 01:18 / 기사수정 2010.02.22 01:18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반환점을 돌았다. 최고의 명승부와 새로운 스타들이 잇따라 탄생되고 있지만 잦은 경기 연기, 대회 운영 미숙 등 곳곳에서 허점도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서 한국 동계 스포츠는 사상 최고 성적을 향해 순항하며,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이어 또 한 번의 신화를 자신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스피드 스케이팅이 있었다. 남자 500m에서 모태범이 사상 첫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여자 500m에서 이상화(이상 한국체대)도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스피드 스케이팅 단거리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앞서 장거리 종목인 남자 5,000m에서 이승훈(한국체대)이 은메달을 따냈고, 남자 1,000m에서 모태범이 또 하나의 은메달을 추가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또, 대표적인 '효자 종목' 쇼트트랙도 지금까지 치러진 4개 종목 가운데 2개 금메달을 가져오며 '쇼트트랙 최강국'의 명성을 이어갔다.

빙상 종목에서 쾌거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메달이 유망한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고도 '무관심'으로 소외된 우리 선수들의 빛나는 도전 역시 이번 올림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개척자' 정신으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바라는 이들의 투혼은 비록 큰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한국 동계스포츠의 질적인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인 것만은 분명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며 한국을 빛내기 위해 뛰고 또 뛰는 이들의 활약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소중한 경험' 스키점프, 가능성 보여준 모굴 스키-스노보드

영화 '국가대표'를 통해 큰 관심을 받은 스키점프는 개인전 노멀힐, 라지힐 두 개 종목에서 김현기, 최흥철(이상 하이원)이 결선 1라운드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비록, 역대 개인전 최고 성적인 결선 2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결선에 오른 이들의 성과는 분명히 눈부시고도 남았다. 목표했던 단체전 출전이 좌절돼 다소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질 뻔도 했지만 10년 넘게 다져온 동료 의식으로 이를 극복해낸 스키점프팀의 이번 경험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더 멀리 나는 꿈을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유일하게 출전해 가능성을 확인한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모굴 스키의 서정화(남가주대)는 예선에서 21위를 기록해 지난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윤채린이 기록했던 30위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또, 스노보드의 김호준(한국체대)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무대에 충분히 도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 좋은 경험을 쌓았다.

'설원 위의 마라톤'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선수들, 그리고 '썰매 종목' 루지와 스켈레톤 선수들의 투혼도 있었다. 비록 성적은 중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비인기 종목'에 도전자를 자처하며 올림픽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당당히 누빈 그 모습만으로도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봅슬레이-알파인 스키의 '무한 도전'에 격려를

앞으로도 '비(非) 빙상' 종목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은 남아 있다. '썰매 종목의 선구자' 강광배(강원도청)는 27일, 봅슬레이 4인승 종목에 김동현, 김정수, 이진희(이상 강원도청)와 함께 호흡을 맞춰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알파인 스키 간판, 정동현(한국체대)과 김선주(경기도 체육회), 김우성(하이원)도 대회전, 회전 경기에 출전해 20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설원 위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메달권 기록에 상관없이 이들은 자신만이 세운 목표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해낼 것이다. 비록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에 나섰음에도 '일등만을 기억하는 현실'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년간 힘들게 준비해 어렵게 관문을 뚫고 세계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만도 메달리스트만큼 이들의 개척자 정신, 도전 의지에도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야 할 것이다.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로서 동계스포츠의 희망을 보여주는 이들이 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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