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24 13:20 / 기사수정 2009.12.24 13:20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지난 19일부터 용인실내체육관에서는 제63회 이안컵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탁구는 기자로서도 스포츠 팬으로서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죠.
이번 취재를 준비하면서 포털 검색창에 '탁구'를 입력했습니다. 별다른 정보가 있을까 싶었는데 탁구에 대한 모든 정보가 수록된 개인 블로그부터 동호회까지 숨겨진 탁구의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이 열기는 용인 실내체육관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죠. 조금 늦게 도착한 용인 실내체육관의 문을 열기가 무섭게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텅 비어있으리라 여겨졌던 관중석은 선수단과 그 들을 응원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은 팬들로 북적이더군요. '오빠부대'는 없었지만 그보다 뜨거운 '아줌마 부대'가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경기는 역시 '거성' 유승민과 '신성' 김민석의 단체전 4단 식이었습니다. 사실 여자부 경기를 보다 대우증권의 이현에게 잠시 눈길을 주기도 했지만, 박진감 넘치는 남자부 경기에 시선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유일하게 얼굴을 아는 선수가 유승민이라 반가움까지 느껴졌습니다. 단식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을 고교생 서현덕에게 덜미를 잡히며 3연패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었던지라 마찬가지로 고등학생인 김민석에게 설욕을 할 수 있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둘의 경기는 시소게임으로 이뤄졌습니다. 유승민은 관록과 경험으로, 김민석은 패기로 상대를 제압하려 했죠. 김민석이 종종 실수를 보여 역시 관록이 앞서나 했지만, 그의 패기는 관록으로도 쉽게 누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유승민이 점점 밀려갈수록 관중석 한쪽에 삼성생명의 유니폼을 입고 유승민의 이름이 적힌 수건을 든 아줌마 팬들의 안타까운 탄성과 몸짓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반대로, 그들과 대각선 아래에 앉은 KT&G 선수단과 응원단의 환희에 찬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죠.
결국, 경기는 김민석의 승리로 마무리됐고, 김민석은 대선배를 잡았다는 성취감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단식에 이어 고교생에게 패하며 고배를 마신 유승민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죠.
대회 6연패를 노리던 삼성생명은 에이스 유승민의 패배로 위업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고 '신성'의 승리로 KT&G는 팀 창단 후 처음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김민석과 유승민의 표정처럼 양 팀의 운명이 갈린 것입니다.
함께 경기를 관전하던 한 기자가 "유승민도 슬슬 쇠퇴기가 오는 것 같다"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어느 종목이든 영원한 강자는 없습니다. 탁구도 세대교체의 바람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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