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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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케니, 플레이에 정성을 다하는 '배구 도사'

기사입력 2009.12.23 12:09 / 기사수정 2009.12.23 12:0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2일 벌어진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3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이 세트스코어 3-1(18-25, 25-18, 28-26, 26-2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세트를 거의 내줄뻔했던 현대건설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고비 때 터진 블로킹과 서브에이스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알토란같은 득점을 올린 케니 모레노(30, 라이트, 콜롬비아)가 없었다면 현대건설의 역전은 불가능했다.

경기가 끝난 뒤, 현대건설의 황현주 감독은 "케니는 우리 팀의 기둥이자 분위기 메이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 들어온 여자배구 외국인 선수 중, 지난 2008-2009 시즌에 뛴 데라크루즈(23, 전 GS 칼텍스, 도미니카)가 역대 최고의 선수였다고 평가를 받았다.

탄력과 힘이 좋은 데라크루즈는 V-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부상하며 GS 칼텍스의 공격을 책임졌다. 하지만, 데라크루즈는 위기 극복 능력이 부족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잦은 범실을 범한 점이 데라크루즈의 단점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케니는 위기 상황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팀과 접전을 펼치고 있을 때,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점은 데라크루즈를 능가하고 있다. 젊은 데라크루즈에 비해 케니는 여러 배구 리그를 거치면서 얻은 구력이 풍부하다.

KBSN의 박미희 해설위원은 "케니는 배구를 제대로 알면서 경기를 하는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강타는 물론, 연타도 적절히 섞어서 칠 줄 아는 기교가 케니의 장점이다.

3세트와 4세트 막판, 케니는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구사했다. 접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집중력이 한층 살아난 케니는 빠른 움직임으로 백어텍을 성공시켰다. 또한, 강타가 올 것을 대비해 위치를 잡고 있는 수비수를 확인한 케니는 상대의 빈 코트를 확인한 뒤, 절묘한 연타공격을 시도했다.

재치 있는 케니의 공격에 흥국생명의 수비진은 흔들렸다. 파워와 높이는 좋지만 공격 패턴이 단조로우면 막을 수 있는 길은 쉽게 보인다.

하지만, 강타는 물론 연타도 적절하게 구사하는 선수는 대비하기 힘들다. 경험이 풍부한 케니는 상대 코트를 확인한 뒤,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볼을 따라가기에 급급해 상대 수비수의 위치를 확인하지 않고 볼을 때리는 공격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케니의 장점은 경기력에만 있지 않다. 황현주 감독이 말한 것처럼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선수들을 독려하는 다양한 제스처로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케니는 팀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 선수의 역할은 팀의 구성과 선수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기가 할 역할만 묵묵하게 수행하는 선수가 있고 팀과 융화가 되지 못해 중도하차하는 경우도 있다. 케니의 경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팀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 선수 영입은 프로리그에 장단점을 모두 제공한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펼치면 그 팀에 있는 선수들은 좋은 롤 모델을 볼 수 있다. 올 시즌 영입된 케니는 젊은 선수들이 배워야 할 장점이 많은 선수다.

케니는 빠른 움직임과 호쾌한 공격은 물론, 뛰어난 배구 센스까지 갖췄다.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포인트는 상대의 코트 끝에 떨어지는 절묘한 밀어 넣기를 시도했다. 상대의 코트를 항상 읽고 있다는 점이 이 부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수많은 리그를 거치면서 얻은 경험이 지금의 케니를 완성했지만 볼 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플레이를 하더라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인 케니가 주는 교훈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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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케니 모레노 (C) 현대건설 구단 제공,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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