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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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맞은 포항 '스틸러스 웨이'

기사입력 2009.12.21 09:37 / 기사수정 2009.12.21 09:37

김지한 기자

2009년 한 해동안 K-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팀을 꼽는다면 아마 포항 스틸러스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안정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며, FA컵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보여줄 것을 모두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40대 초반의 젊은 감독,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있었고, 팀의 모토라 할 수 있는 '스틸러스 웨이(Steelers Way)'가 존재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선수단은 대회마다 기적같은 성과를 냈고, 컵대회-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K-리그 정규리그 2위(챔피언십 3위)라는 성적을 동시에 거뒀다.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에 출전해 세계무대까지 노크했던 포항은 아프리카 대표(TP마젬베), 북중미 대표(아틀란테)를 차례로 누르고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무한한 가능성도 보여줬다.

그러나 기껏 화려한 한 해를 보내놓고 포항은 한 순간에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파리아스 감독이 FIFA 클럽월드컵 3-4위전을 치른 직후, "1-2년가량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선수단에 통보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동안 K-리그를 비롯해 한국 축구사에도 길이 남을 성적을 낸 파리아스 감독은 가족 문제를 큰 이유로 내세워 형식적으로 브라질에서 안식년을 보낸 뒤, 포항에 돌아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미 포항에서 모든 것을 이룬 파리아스 감독이 새로운 무대로의 진출을 위해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어쨌든 파리아스 감독의 발언 한마디에 선수단의 충격은 말이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 구단 측은 파리아스 감독을 어떻게든 설득해 잡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열린 대안조차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동계 훈련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르지 못할 경우, 그 후유증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최근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해외 진출도 포항의 마음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클럽월드컵에서 4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른 데닐손은 아랍에미리트로의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최효진도 정대세가 속한 일본 J리그의 가와사키 프론탈레 입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장신 수비수 김형일과 AFC 챔피언스리그 MVP 노병준도 몇몇 구단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입장이다. 그 외에도 FA 자격을 얻은 3-4명의 선수가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렇게 주축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갈 경우, 포항으로서는 대안을 마련하고 새 판을 짜도록 노력해야겠지만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선수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포항은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스틸러스 웨이'를 보다 업그레이드해 최고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바람 때문에 '스틸러스 웨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은 초반부터 삐그덕될 공산이 커졌다. 화려한 한 해를 보내고, 힘겨운 마지막을 맞이한 포항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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