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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박누리 감독의 책임감 "관객과의 공감, 잘 완성하고 싶었다"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4.08 07:20 / 기사수정 2019.04.07 21:58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박누리 감독이 영화 '돈'을 통해 감독으로 첫 발자국을 뗐다. '더 게임'(2008) 스크립터, '부당거래'(2010)와 '베를린'(2013)의 조감독, '남자가 사랑할 때'(2014) 등의 각색과 조감독을 거쳐 자신이 연출에 나선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며 대중과의 소통에 나섰다.

3월 20일 개봉한 '돈'은 부자가 되고 싶었던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게 된 후 엄청난 거액을 건 작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개봉 후 관객들의 꾸준한 관심 속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감독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떨리는 마음도 크다'고 전한 박누리 감독은 2015년 동명의 원작소설을 읽게 되면서 시작했던 이야기, 2017년 5월 크랭크인해 8월까지 촬영을 마친 후 2년 여 만에 개봉하게 된 시간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나갔다.

"개봉까지 오래 걸렸다기보다, 개봉하기 좋은 때를 기다렸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조금 더 고민할 수 있는 부분들, 조금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낼 수 있던 것 같아 오히려 감사하죠. 또 많은 분들이 그만큼 기다려주셨다는 얘기기도 하니까 그것 역시 감사하고요.(웃음)"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하지만, '돈'이라는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완성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평소 주식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박누리 감독은 "처음 소설의 첫 장을 펼쳤을 때부터 마지막에 덮을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쭉 보게 됐죠. 저처럼 주식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렇게 재밌게 인물에 몰입해서 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공부를 더 할 것을 감수하고라도 이 이야기를 인물과 함께 매력적으로 품어서 영화로 만들면 모두가 재미있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되겠다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영화 자체로의 완성된 이야기가 가질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했다. 박누리 감독은 실제 여의도 증권가를 찾아 꼼꼼히 취재에 나섰고, 방대한 기록들을 덜어내는 과정을 거치며 이야기를 완성해나갔다.

"고민을 많이 했죠. 단순히 분량을 줄여서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개념을 떠나서, 주식 같은 것을 전혀 모르시는 분들이 봐도 쉽고 재미있는 영화 자체로 보실 수 있는 방법이 뭘까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했어요. 공부도, 취재도 많이 한 건 사실이었죠. 제가 아는 세계로 그려야 하니까요.(웃음) 주식을 떠나서 인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설명을 빼게 됐죠."

영화 속에는 장면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완성해놓은 박누리 감독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1분 1초가 바쁘게 돌아가는 증권가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 취재하면서 봤던 시계를 곳곳에 배치해 긴장감을 높였다.

박누리 감독은 "영화적인 볼거리를 더하고 싶어서 시계도 많이 달고, 전광판도 꽉 채워서 사무실이 돌아가는 느낌으로 꽉 채워보려고 했죠. 실제 증권사 사무실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또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6개까지 모니터를 사용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정도가 되면 모니터만 보이지 사람이 안보이거든요. 개인이 고립돼서 모니터와 씨름하는 것 같은 그런 리얼함을 담아내려고 했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여기에 캐릭터에 몰입한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며 현실감을 더한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얼굴이 핏줄이 설 정도로 몰입하는 류준열의 얼굴도 '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누리 감독은 "첫 작품을 마치기까지, 고통스럽다는 표현도 틀리진 않겠지만 정말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첫 영화라는 것 외에도, 이런 여러 거래 장면들이나 모니터 화면들을 구성하는 작은 부분까지도 제게는 모두 다 도전이었던 것이잖아요.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던 기억으로 남아있죠. 직장인의 생활을 취재하면서 정말 그 분들께 존경심을 갖게 됐고, 그런 직장인의 애환들이 극 중의 몇몇 캐릭터들에게 잘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더 신경 썼던 것 같아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돈'의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감독'이라는 이름으로 남다른 책임감과 무게감을 갖게 됐다.

"호칭을 떠나서, 영화를 완성해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라고 다시 말문을 연 박누리 감독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책임감이 생기는 것은 맞는 것 같고요. 이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하고 만드는 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참여를 했고 함께 해주신 것이잖아요. 끝까지 잘 완성해서 보여드려야 한다는 책임감과 무게감이 가장 컸죠"라고 덧붙였다.

"감독으로의 제 이름이 박힌 의자가 모니터 앞에 있는데 그 순간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저기에 나 앉아도 되는 거지?' 혼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고요.(웃음) 물론 감독으로서 준비를 계속 해왔다고 하지만, 막상 또 제 이름이 박힌 의자에 앉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무게인 것인지를 체감하는 순간이었죠. 의자에 앉는데 몸의 무게가 딱 느껴지고, 그 때의 감정이 계속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완성하고 싶었죠."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조금은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꿈이지만 스물네 살 처음으로 영화 현장에 참여하며 15년여를 꾸준히 영화와 함께 해올 수 있었다. 대학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며 학교 안에 있던 영화를 만드는 동아리에 들어가 영화를 삶 안에 조금씩 들여놓았고, 단순히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이 아닌 진지한 마음으로 하나씩 문을 두드리며 지금의 시간까지 이를 수 있었다.

박누리 감독은 이 여정에 함께 해 준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와 스태프들을 향해 "제가 조감독일 때부터 오랜 시간 봐왔던 분들이라 잘해야 한다는 무게감을 더 느끼기도 했던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이 늘 크죠"라고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를 정말 많이 존중해주셨고, 영화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최대한 다 해볼 수 있게끔 그 기반을 만들어주셨어요. 감독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좋은 의견들을 많이 주시고, 아이디어를 만들어주셨죠. 늘 같은 편이라는 느낌이 정말 든든했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게끔, 또 만들 수 있게끔 해주셨고 지금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돈'의 이야기를 전하며 '공감'이라는 단어로 관객과의 교감을 바라는 마음도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성공적인 상업영화 데뷔에 이어,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는 박누리의 감독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셈이다.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보시는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마음을 가져주시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렇게 또 느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고요. 영화 안에 담겨 있는 감정들을 서로 다르게 느껴주시는 것도 흥미로웠죠. 제게 보내주시는 응원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웃음)"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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