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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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또 한 단계 성장했다.

기사입력 2005.11.29 09:18 / 기사수정 2005.11.29 09:18

손병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이 또 한 번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분명하게 입증했다.

28일 새벽(한국시각), 업튼 파크에서 펼쳐졌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에서 박지성은 최고 수준의 킬 패스와 경기력을 수차례 선보이며 맨체스터의 리그 연승을 이끌었다.

지난 2002년 한, 일 월드컵이 공격수란 포지션의 임무와 역할에 눈을 뜨게 했던 계기였다면, 네덜란드 에레디비지 P.S.V 에인트호벤에서의 2년은 공격수로서의 재능을 발견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박지성은 정상급 공격수로 발돋움하고 있는 시기이며, 그러기 위해 공격수가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들을 하나씩 습득해 나가고 있다.

박지성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

사실 에인트호벤에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로 이적할 당시 박지성은 그리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공격수는 아니었다. 특히 한 번의 볼 터치가 득점으로 연결되는 공격수의 특성상 그의 다소 투박한 볼 트래핑과 키핑 능력은 단연 보완 과제 1순위였다. 거기에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섬세한 골 결정력도 박지성이 살아남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였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란 별명에 걸맞게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경기장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는 성실함,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을 이용하는 영리한 드리블과 볼에 대한 강한 집중력 등이 박지성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들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가지고 프리미어리그에서 그것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란 거함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 박지성 선수
ⓒ 맨체스터 Utd.
리그 초반 박지성은 자신의 장기인 왕성한 움직임과 활동량을 자랑할 겨를도 없이 스피디한 프리미어리그의 경기 속도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었다. 실제 본인도 '수비하러 내려갈 틈이 없다.'라고 말하며 적응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에레디비지와는 비교하기 힘들만큼 빠른 프리미어리그의 경기 속도가 자신의 가장 큰 장기인 체력을 앞세운 축구를 선보일 여유를 주지 않았던 것.

또, 볼에 대한 집중력과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현재 맨체스터에서 상대 선수의 파울을 가장 많이 유도해 내는 선수가 되었지만, 공격 포인트로 그 능력을 저울질하는 공격수로서는 뭔가 부족한 '2%'가 있었다. 더군다나 팀 내 좋은 키커들이 많아 자신이 얻은 프리킥 기회를 직접 살릴 수 없다는 점도 빛나는 주연이 되기보다는 묵묵히 궂은일을 도맡는 조연 정도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장점보다는 보완해야 할 단점을 더 많이 갖고 있었던 박지성이 지난 28일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기대를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분명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가장 두드러지게 좋아진 모습은 넓게 트인 시야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기를 읽는 '눈'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은 전반과 후반에 걸쳐 십여 차례의 전진 패스를 선보였는데, 그 중에서 논스톱 패스가 절반에 가까운 5차례나 된다. 논스톱 패스는 자신과 볼은 물론이고, 상대 수비수들의 위치와 움직임 그리고 동료의 이동 경로와 속도 등을 모두 정확히 파악해야 가능하다.

공을 키핑하지 않고 곧바로 동료에게 성공적인 패스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모든 움직임들에 대해 읽고 있어야 한다. 이는 경기를 읽는 시야가 넓지 않으면 불가능한 부분이다. 더군다나 그 패스가 횡이나 아군 진영으로 돌리는 백 패스가 아닌, 상대의 수비 진영을 단번에 무너트릴 수 있는 논스톱-킬 패스라면 더욱 그렇다.

전반 10분, 스미스의 패스를 상대 골 마우스로 쇄도하던 반 니스텔루이에게 연결한 논스톱 패스와 11분, 공중볼 헤딩 경합에서도 달려오던 폴 스콜스에게 정확히 연결해준 장면, 그리고 후반 14분에 보여 주었던 환상적인 힐패스는 한 층 넓고 세련되진 경기장을 읽는 시야가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정작 박지성의 AS는 후반 2분, 루니에게 연결된 전진패스였지만 이 패스보다 더욱 감탄하게 만들었던 연결들이 바로 위의 장면들이었다.

또, 박지성은 그동안 지적받았던 볼 트래핑 능력도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정상급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기량을 선보였다. 4-4-2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섰지만 박지성은 반대편의 대런 플레쳐보다 공격에 무게 중심을 두며 상대 진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상대 진영에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웨스트햄의 미드필더와 수비수들과 볼을 다투는 상황도 그만큼 많아졌다.

이런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박지성은 공중볼 경합에서 상대에게 뒤진 장면을 제외하면 이날 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볼 트래핑 미스로 볼의 소유권을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는 순간에도 안정적인 트래핑으로 소유권을 지켜냈고, 자신이 트래핑한 공과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을 모두 적절히 이용하는 드리블과 패스로 이어나갔다.

특히, 후반 2분 웨스트햄의 진영에서 볼 경합중에 맨체스터 선수의 가슴을 맞고 튕기며 투박하게 바운드 된 볼을 기다렸다는 듯이 순간적으로 회전하며 공과 자신의 몸 방향을 바꿔 트래핑한 장면은, 박지성의 볼 트래핑 능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장면이었다.

맨체스터의 저지를 입은 지 불과 4개월 남짓.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박지성은 이렇게 한 번 더 성장한 것이다.

박지성은 이제 상대에게 단순한 위협을 주는 공격수에서 팀의 승리를 어시스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앞으로 팀의 승리를 직접 결정지을 수 있는 최고 공격수로서의 도약을 해낼 수 있을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맨체스터의 '신형 엔진' 박지성의 모습에 기대와 관심이 모아진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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