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17 08:27 / 기사수정 2009.12.17 08:27
"축구는 영국이 만들었지만, 브라질에 의해 완성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브라질이 세계 최고의 축구팀이란 사실을 쉽게 인정하며, 무의식적으로 인식된 브라질 축구의 강력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오래된 관습으로 자리매김했지요. '엑스포츠뉴스'는 매주 목요일 본지 박문수 기자를 통해 브라질 축구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연재물 '삼바 토크'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 주]
- 기량 회복 호나우지뉴, 대표팀 승선 가능성은?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전성기에 버금가는 최고의 경기력으로 마술사같은 활약을 보여주던 예전 모습에는 모자라지만, 밀란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기대 이상이다.
그렇다면, 호나우지뉴의 부활이 브라질 대표팀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우선 현재 카를로스 둥가가 이끄는 브라질 대표팀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그 다음에 호나우지뉴가 합류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알아보자.
둥가의 브라질은 안정성을 추구한다. [기존의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보인 파헤이라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 4-2-2-2의 변형 형태인 4-3-1-2를 토대로 경기에 나서는] 현 브라질은 3명의 미드필드 진의 운용을 통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브라질 축구의 단편을 제거한 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즉, 기존의 브라질이 추구했던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특유의 쇼트 패스와 선수 개인의 테크닉을 극대화하는 '삼바 리듬'을 버린 것이다.
현역 시절 강력한 카리스마를 통해 브라질을 이끄는 주장이자 중원의 핵심이었던 둥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방식의 축구를 대표팀에 전수하며 진정한 개혁가로 변신하였다. 공격적인 색깔을 포기한 그의 브라질은 초기에 경기력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과감하게 수정한 전술과 스타 플레이어일지라도 엔트리에서 주저 없이 배제하는 진보적인 움직임을 통해 현재의 브라질을 완성했다.
[현재까지 둥가를 압박하는 그에 대한 끊임없는 잡음과 구설수는 좌불안석의 브라질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위협했으며 경질설이 수시로 대두하였지만, 실리를 추구하며 2007 코파 아메리카와 2009 FIFA 남아공 컨페더레이션스 컵 우승에 성공. 이탈리아에 내준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일시적으로 회복하며 '삼바 축구의 저력'을 과시했다.]
둥가는 3명의 중앙 미드필더 위인 '1' 자리에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를 배치하는 형태를 자신의 주 전술로 사용한다. 3명의 미드필더 중 질베르토 실바에게는 완전한 수비적인 임무를 부여하면서 그의 파트너로 적극적인 공수 가담을 주문하는 펠리페 멜루,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공격의 흐름을 전개하는 역할을 부여하며 종횡무진 그라운드 위에서 패스를 공급하는 엘라누 블루메르를 선발로 세운다.
2006년 브라질 대표팀이 이메르송에게 막중한 수비 가담을 요구하면서 제 호베르투에게 '두 명의 지휘자' 카카와 호나우디뉴에게 공을 배급하는 역할을 맡긴 것과는 달리, 카카에게 단 한 명의 지휘자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그의 개인 능력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한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팀으로서의 브라질을 완성한 것이다.
그럼에도, 둥가는 앞서 언급한 호나우지뉴의 부활과 더불어 플라멩고의 아드리아누, 코린치안스의 호나우두가 월드컵이란 동기 부여 때문에 갱생함으로써 선수 선발 과정에서 고심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아드리아누의 대표팀 복귀를 기원한다는 발언과 호나우두의 월드컵 최다 득점 기록의 갱신은 자국민과 나아가 전 세계 브라질 축구팬의 관심거리이므로 둥가 본인도 잘 알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직전까지 축구팬을 설레게 했던 마법의 4중주 중 3명의 선수가 갱생하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이 모든 선수를 브라질이라는 세계 최고의 축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팀에 넣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가장 큰 호나우지뉴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호나우지뉴가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그와 카카의 공존 가능성을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호나우지유와 카카를 그라운드 위에서 같이 보기 위해서는 AC 밀란과 레알 마드리드 간의 경기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두 선수의 공존 문제에 대한 논의는 몇 차례에 걸친 실험 끝에 실패했으며 호나우지뉴가 2008년 여름 바르셀로나를 떠나 AC 밀란의 유니폼을 입단 후에도 카카와의 호흡은 기대 이하였다. 이는 호나우지뉴의 컨디션이 절정인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1+1의 정답을 물어보면 모든 사람들은 2라고 대답할 것이지만, 이 두 선수의 조합은 기존의 논리를 깨버리는 1+1이 1이라는 답을 제시한다. 이처럼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과 좌측에서 겹치는 동선 문제는 브라질이 풀지 못한 딜레마일 것이다.
결국, 대표팀에서의 호나우지뉴는 둥가 감독이 해결하지 못한 플랜 B의 핵심 멤버로서 대표팀에 나설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브라질 전술을 수정한 시스템이며 최근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페르난도 토레스를 제외하며 다비드 비야를 원 톱으로 내세운 것과 비야의 파트너로 세비야의 알바로 네그레도를 낙점한 것에서 볼 수 있다.
브라질과 함께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 강력한 우승후보인 스페인이 기존의 전술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또 다른 전술인 플랜 B의 가동을 준비하는 점은 브라질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둥가가 중용하는 밸런스 축구는 효율적이지만 상대에 따라서 전술의 수정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 브라질이 사용하는 밸런스를 추구하는 전술에서 벗어나 호나우지뉴를 다용도로 활용하는 대책인 플랜 B는 호비뉴의 부재시 호나우지뉴나 카카에게 전혀 다른 임무를 부여함으로써 세컨드 탑 포워드로 기용하거나 카카가 결장한다면 호비뉴가 오른쪽으로 위치를 변경하여 좌우 윙 포워드로 활용하는 방안이 이에 해당된다.
만일 알레산드레 파투가 아드리아누와 호나우두를 제치고 최종적으로 대표팀에 입성한다면 호나우지뉴와 파투에게 AC 밀란에서 맡은 좌우 윙 포워드 역할을 부여하며 최전방 포워드로 백업 요원인 니우마르를 내세우는 것도 효과적이다. 니우마르는 신장이 큰 편은 아니지만 제공권 싸움에 능하며 포스트 플레이에서도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두 명의 지원만 원활하다면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완수할 것이다.
현재 브라질 대표팀에서 호나우지뉴가 주전 자리를 확보할 가능성은 적다. 이 때문에 둥가는 호나우지뉴를 선발한다면 적절한 백업요원으로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부여할 것이다.
만일 호나우지뉴가 밀란에서 절정의 폼을 유지하며 전성기에 버금가는 경기력을 선사하는 동시에, 카카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속적으로 부진한다면 호나우지뉴를 팀의 중심으로 내세우는 전술로 개편하겠지만, 이러한 도박은 월드컵을 반 년 앞둔 상황에서 무모하다. 또한, 카카가 레알 마드리드의 사령관으로서 팀에 적응했기 때문에 현실성도 떨어진다.
결국, 호나우지뉴는 대표팀 입성을 통해 주전 자리를 확보하며 브라질의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주연이 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조연으로서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야 될 것이다.
[관련 기사] ▶ [삼바 토크] ⑤ 주목되는 브라질 출신 기대주는? 下
[사진=브라질 대표팀의 에이스 카카와 호나우지뉴의 활약상 보도하는 피파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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