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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를 막아라] 허정무는 마라도나를 어떻게 막았을까

기사입력 2009.12.11 08:40 / 기사수정 2009.12.11 08:40

김지한 기자

(특집) 메시를 막아라 ①  24년 전의 맞대결에서 얻은 교훈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24년 만의 만남'.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축구가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본선에서 24년 만에 만난다. 지난 5일 새벽(한국시각)에 있었던 남아공월드컵 조추첨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더불어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함께  B조에 편성돼 16강행 티켓 2장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이게 된다.

특히,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여러 가지로 흥밋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24년 전, 선수로서 맞대결을 펼쳤던 허정무 감독과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이 감독으로 다시 '머리싸움'을 벌이게 된 것이다. 여기에 21세기 한국 최고의 축구 스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의 맞대결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것 못지 않은 흥미로운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라도나 그리고 그의 재림, 메시

한국이 아르헨티나전을 대비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거론되는 리오넬 메시는 세계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로 꼽히는 설명이 필요없는 선수다. 이미 얼마 전, 유럽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상을 수상한 메시는 현재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는 선수 가운데서도 단연 상승세에 올라 있는 '최고 중의 최고'다. 메시의 맹활약을 앞세워 한동안 주춤했던 아르헨티나 축구는 남아공월드컵에서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메시의 활약을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오버랩되는 옛 스타 선수가 있다면 바로 현재 아르헨티나 사령탑을 맡고 있는 마라도나다. 1980년대 세계 축구를 주름잡으며 '축구 영웅'으로 신격화되다시피 했던 마라도나는 현역을 뛰는 선수들이 닮고 싶어하는 롤모델로 자주 거론될 만큼 그 영향력이 지금도 엄청나다.

24년 전의 만남, 마라도나 VS 허정무

하지만, 천하를 호령했던 마라도나도 1986년 멕시코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조금 혼이 났던 상대가 있었으니 그 상대자는 바로 '진돗개' 허정무였다. 멕시코월드컵 조별 예선 1차전에서 만난 두 선수는 지금도 일부 '올드 팬'들에게 회자하고 있을 만큼 인상적인 대결을 펼쳐 양국의 스타 플레이어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경기 초반, 한국은 마라도나의 현란한 기술과 아르헨티나팀 조직력에 밀려 잇따라 두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초반 잇따른 실점으로 분위기가 아르헨티나 쪽으로 넘어가자 허정무는 그때부터 마라도나를 전담 마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미 허정무는 PSV 에인트호벤에서 활약하며 네덜란드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수비 능력에서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던 선수였다.

맞대결을 시작하자마자 허정무는 마라도나를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초반의 위력이 온데간데없이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후반 중반에 한국 수비진 세 명을 제치던 마라도나를 왼쪽 허벅지 부분을 가격하며 고통스럽게 만든 순간은 '태권 축구'라는 별칭이 따라붙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순간을 두고 당시 마라도나는 축구인지 태권도인지 분간을 못 한다며 거친 수비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렇게 '태권 축구'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허정무의 강한 수비 능력 덕분에 한국은 박창선의 추가골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고, 비교적 대등한 분위기 속에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24년 전의 맞대결에서 얻은 교훈

사실 한국은 마라도나를 막기 위해 공격수보다 수비 숫자를 늘리면서 수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작전을 구사했다. 그러나 워낙 패싱과 드리블 같은 개인 능력이 뛰어난 덕에 거의 통하지 않았다. 여기에 마라도나 외에도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전반적인 경기력이 뛰어났기에 여기에서 밀린 한국 선수들은 경기를 풀어가는 실마리를 거의 찾지 못했다.

그러나 키플레이어를 전담 마크하는 선수가 제 역할을 하면서 초반의 위력적이었던 아르헨티나 공격을 조금 누그러트릴 수 있었다. 또한, 초반의 실점에도 자신감 있게 주눅이 들지 않는 경기력으로 분위기를 찾으면서 후반에는 어느 정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수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보다 잘 갖춰진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보다 강하게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는 얘기다.

24년 전에 아르헨티나를 만났던 선수가 월드컵 본선 아르헨티나전 감독으로 나선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더욱이 당시 만났던 선수가 적장으로 나서는데다 그의 판박이라 할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가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에 허정무 감독 입장에서는 '옛 생각'을 떠올리며 아르헨티나를 자신있게 여길 수도 있다.

24년 전에 얻은 교훈, 자신감을 발판 삼아 또 한 번 '축구 영웅' 그리고 새로운 '축구 천재'를 교란시키는 '진돗개', 그리고 한국 축구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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