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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했던 '이탈리아 더비'의 엇갈린 명암

기사입력 2009.12.06 09:34 / 기사수정 2009.12.06 09:34

유성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성현] 양 팀이 만들어낸 8장의 경고와 2번의 퇴장이 말해주듯, 올 시즌 처음 맞붙은 유벤투스와 인테르의 '이탈리아 더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거칠고 격렬했다.

하지만, 양 팀의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도 리그 선두 인테르보다 더욱 승리가 절실했던 유벤투스의 '급박함'이 결국 승부를 가르는 열쇠가 됐다.

유벤투스는 6일(한국시간) 새벽 토리노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10시즌 세리에A 15라운드 인테르 밀란과의 경기에서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의 환상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1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첫 골은 유벤투스에게 행운이 깃들였다. 유벤투스는 전반 21분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얻어낸 셋피스 상황에서, 디에구가 문전 앞으로 올려준 공이 헤딩 경합 중이던 키엘리니의 머리에 약하게 맞으면서 세자르 골키퍼의 손을 스치며 힘없이 골문 안으로 들어가 운 좋게 한 골을 얻어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인테르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인테르는 불과 5분여가 지난 전반 26분, 스탄코비치가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에투가 문전으로 달려들며 침착하게 헤딩으로 마무리해 다시 경기의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경기의 흐름은 이번 더비의 주인공인 마르키시오에 의해 후반 13분이 되어서야 깨졌다. 마르키시오는 시소코의 중거리 슛을 세자르 골키퍼가 막아내며 흐른 공을 따내, 간결한 두 번의 터치로 따라오던 수비수 사무엘을 제친 뒤 세자르 골키퍼를 살짝 넘기는 로빙 슛으로 완벽히 마무리했다. 2초 남짓의 순식간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골이었다.

후반 막판에는 만회골을 노리는 인테르의 적극적인 공세와 함께 경기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며 잠시 양 팀 선수들 간의 몸싸움도 있었지만, 결국 스코어는 경기 마지막까지 변하지 않은 채 유벤투스의 아슬아슬한 승리로 끝났다.

이 날의 맞대결 승리로 유벤투스는 선두 인테르와의 승점차를 5점으로 줄이며 선두 탈환의 여지를 남겨놓은 채 추격의 고삐를 재차 당길 수 있게 됐다. 반면 인테르는 리그 2위 밀란에 승점 4점차로 쫓기면서 그동안 굳건히 다져왔던 독주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유벤투스의 올 시즌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이번 경기에서의 승리에 가장 크게 기뻐한 사람은 바로 치로 페라라 감독이다. 최근 팀의 계속된 부진으로 인해 다수 언론으로부터 '경질 압박'을 받아왔던 페라라 감독은 이 날의 승리로 그간의 근심을 크게 덜게 됐다.

페라라 감독에게는 아직 또 하나의 큰 시험 무대인 주중 챔피언스리그 뮌헨과의 경기가 남아있지만 홈경기의 이점을 업은 채 최소 무승부만 거둬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어 꽤 유리한 입장이다. 라이벌전 승리로 인해 팀 분위기가 상승세로 반등 되었다는 것 또한 페라라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고 있다.

반면, 인테르의 무리뉴 감독은 또다시 팬들의 비난 여론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 날 경기에서 무리뉴 감독은 전반 중반에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 결국 퇴장 명령을 받아 인테르 패배의 빌미를 간접적으로 제공한 점에 대해서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이번 경기에서도 인테르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부각되던 '공격 전개 능력'은 스네이더와 마이콘이 빠진 빈자리를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지난주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완패한 이후 무리뉴의 능력이 재조명되면서 '무리뉴 거품론'까지 대두하는 시점에서의 이번 패배는 타격이 크다.

인테르도 주중 챔피언스리그에서 루빈 카잔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만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어 인테르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챔스 우승'이라는 인테르의 숙원을 풀기 위해 임명된 무리뉴 감독이 16강조차 진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것은 ‘감독 경질’이라는 최후의 방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위기 상황에 놓인 채 서로 겨눠야 했던 양 팀 감독들의 맞대결 승패는 가려졌다. 곧 이어질 중요한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양 팀 감독들의 엇갈린 명암은 그 결과만큼 더욱 극명해 보인다.

[사진 = '이탈리아 더비'에서 환상적인 결승골을 넣은 유벤투스의 마르키시오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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