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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의 쇼트 판정이 가혹한 이유

기사입력 2009.12.04 23:27 / 기사수정 2009.12.04 23:2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점프 하나의 실수로 이렇게 많은 점수가 깎일 수 있을까. 1회전에 그친 '트리플 플립'은 그렇다해도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에 매겨진 다운그레이드는 너무나 가혹했다.

4일 저녁,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연아(19)가 TES(기술요소) 33.80, PCS(프로그램 구성요소) 31.84점을 합산한 총점 65.64로 쇼트프로그램 2위에 올랐다. 1위는 66.20의 점수를 받은 안도 미키(21, 일본)이다.

2007-2008 시즌, 고관절 부상에 시달릴 무렵, 김연아는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5위를 기록했었다. 그때 이후, 65.64의 점수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가장 낮은 점수였다.

우선, 김연아의 경기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면, '최상의 상태'는 아니었다.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 성공 이후, 김연아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지는 듯했지만 '트리플 플립'를 싱글로 처리하고 말았다. 그러나 김연아는 레이백 스핀과 스파이럴을 시도하며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러나 트리플 플립 실패 후, 다소 경직됐는지 평소보다 스피드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김연아의 위기 대처는 뛰어났다. 스파이럴 후에 이어진 더블 악셀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김연아는 경쾌한 스텝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을 마지막으로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다소 아쉬운 표정으로 '키스 앤 크라이존'에 들어왔다.

기초 점수가 5.5인 트리플 플립의 실수로 김연아는 5점에 이르는 큰 점수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문제는 첫 번째 과제였던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의 판정이었다. 테크니컬 패널(선수가 구사하는 기술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인원 : 주로 피겨 현장에 있는 코치들이 담당함)들은 두 번째 점프인 토룹이 회전 수가 부족해 더블로 처리하고 말았다.

이 판정으로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의 기본 점수인 10점을 받지 못했다. 가산점 2까지 더해져서 12점을 받아온 김연아이지만 트리플 플립의 실패와 토룹의 다운그레이드로 순식간에 10점에 이르는 점수를 잃고 말았다.

테크니컬 패널들은 토룹의 회전 수가 부족하다고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슬로우 비디오로 확인한 김연아의 토룹은 큰 문제가 없었다. 고성희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 이사는 "다른 경기 때와 비교해 전혀 문제가 없었다. 트리플 플립에서 큰 실수는 있었지만 토룹의 회전수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날 경기를 지켜본 몇몇 피겨 전문가들은 "트리플 토룹의 회전수는 별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김연아 앞에서 경기를 한 안도 미키(21, 일본)의 콤비네이션 점프가 더 이상해 보였다. 엄격한 기준을 가진 국내에서 그렇게 뛰었다면 다운 그레이드가 왰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연아는 활주 후에 큰 포물선을 그리는 트리플 러츠에 성공한 뒤, 곧바로 토룹을 구사했다.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이루어지는 두 번째 점프는 앞에 있었던 점프의 영향을 받는다. 첫 번째 점프의 비거리가 좋으면 두 번째 점프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두 번째 점프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김연아의 첫 번째 점프는 매우 좋았고 곧바로 이어진 두 번째 점프의 질도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대회에서 2~3점의 가산점을 받아온 기술에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이번 시즌부터 새롭게 규정된 방법 때문에 패크니컬 패널의 판단은 심판들에게 크게 적용되지 않는다. 테크니컬 패널은 김연아의 트리플 토룹에 다운그레이드를 줬지만 오히려 심판들은 1.6의 가산점을 매겼다.

김연아의 점프가 확실하게 문제가 있었다면 이러한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정석적인 기술을 구사하고도 김연아는 석연찮은 판정으로 많은 점수를 잃었다.

또한, 김연아 앞에서 경기를 한 안도 미키의 경기와 비교를 해볼 필요가 있다. 이날 안도 미키는 당초에 뛰겠다고 밝힌 트리플 러츠 + 트리플 룹 대신 트리플 러츠에 이은 더블 룹을 구사했다. 그러나 다소 불안했던 러츠 뒤에 이어인 룹도 깔끔하지 못했다. 김연아의 트리플 토룹의 회전과 안도 미키의 회전을 비교해보면 똑같은 '더블'이라고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김연아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는 피겨 역사상 가장 완벽한 콤비네이션 점프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시즌 '롱 에지' 사건에 이어 또다시 석연찮은 판정을 받은 김연아는 이해하기 힘든 점수를 받고 말았다.

김연아의 콤비네이션과 안도 미키가 구사한 트리플 + 더블 점프를 비교해보면 해답은 쉽게 나타난다. 같은 대회에서 이렇게 상반되는 판정이 내려지는 현상은 '판정의 공정함'에 위배되고 있었다.

[사진 = 김연아 (C) IB 스포츠 제공, 엑스포츠뉴스 한만성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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