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연극 무대에서 ‘열일’ 중인 배우 안혜경에게 ‘가족입니다’는 의미 깊은 작품이다.
2014년 소규모 소극장에서 시작해 2015년을 거쳐 2016년 동숭아트센터에서 개막하기까지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어 올해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서 주인공 진이 역할로 또 한 번 관객을 찾고 있다. 슬럼프를 겪을 때 찾아와 준 고마운 작품이란다.
“2014년 5월, 12월 2015년 5월, 2016년 1월에 공연한 뒤 3년 만에 하는 거예요. 2014년에 일이 잘 안 풀려서 드라마나 연극을 못한 적이 있었어요. 2년 정도 (연기 활동을) 놓은 기간이었죠. 2009년에 연극(‘춘천 거기’)을 처음 시작할 때 지금 김진욱 연출님이 제 상대 배우였어요. 5년 뒤에 연락이 왔어요. 자기가 연출한 작품이 있다며 보러 오라고요. ‘가족입니다’의 원래 이름은 ‘아가’ 였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내년에 작품을 할 거라며 같이 할 생각이 있냐고 묻길래 너무 좋다고 했죠.”
‘가족입니다’는 부모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매가 어른이 된 뒤 20년 만에 집을 나간 엄마와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는다. 안혜경은 진이 역할을 맡았다. 어린 시절 남매를 버리고 떠난 엄마를 원망하지만 동시에 연민을 갖고 이해하려는 딸이다. 하나뿐인 오빠와는 티격태격하지만, 누구보다 오빠를 살뜰히 챙긴다.
“원래는 주인공급은 절대 생각하지 않았어요. 진이 역할은 감정 소모가 심하고 어떻게 하냐에 따라 극이 바뀔 수 있어 부담됐거든요. 그럴 만한 역량은 아니라고 생각해 진이 오빠의 여자친구인 은아 역할을 하고 싶었죠. 감정 소모가 적고 귀엽고 발랄하게 하면 될 것 같았어요. 그때 가서 보자던 연출님이 주인공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또 해줘 진이 역할을 하게 됐죠.”
두려움이 컸지만 용기 내 도전했고, 이제는 진이와 한 몸이 됐다.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캐릭터를 깊어진 눈빛과 감정으로 소화한다.
“엄마에게 죽을 끓여주는 신, 오빠에게 소리치며 오열하는 신, 은아와 술 먹는 신이 삼단콤보로 감정을 연결해야 해요. 공연을 많이 해도 긴장은 늘 돼요. 예전만큼 청심환을 먹을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처음 들어갈 때 긴장은 되죠. 그래도 하다 보면 어느새 풀어져있어요. 매번 똑같은 팀으로 하는 게 아니라 배역을 바꿔서 하니 누가 상대역을 하냐에 따라 다르더라고요. 똑같은 연기를 하면 안 되겠다 싶어 할 때마다 많이 고민해요.”
‘가족입니다’는 잘 사는 것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서툴지만 순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안혜경은 “제목 그대로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따뜻한 연극”이라며 자신했다.
“친구와 보러간 뒤에 아빠나 엄마, 동생을 다시 데리고 와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이에요. 혹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엄마 아빠에게 전화할 수 있는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가족입니다’를 보고 아빠와 같이 왔다, 엄마와 같이 왔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전화로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관객도 있었어요.
대학로에 재미나 코믹 위주의 작품이 많잖아요. 웃고 재밌을 수는 있지만 남는 건 많이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족입니다’는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라고 봐요. 부모님과 보면 좋을 공연이기도 하고요. 저희 부모님은 예전에 봤어요. 강원도에 살아서 연극만 보러 서울에 오기가 힘들긴 해요. 제가 연극을 하기 전에는 한 번도 보여드리거나 한 적이 없는데 보여드리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극단 웃어의 소속 배우로 활발히 활동 중인 안혜경은 연극을 통해 배우로의 기반을 다졌다. 2016년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날씨했던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비행기 탈 때 직업란에 뭘 쓸지 애매하더라. 배우라고 적기에는 부족한 것만 같고 자신이 없는 것 같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최근 다시 만난 그는 “지금은 배우로 쓴다”며 미소 지었다. “배우로 쓸 만큼 내면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동남아에 갈 때면 가끔 어디에 나왔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요. 두루두루 나왔다고, 곧 뜰 배우, 샤이니 스타라고 말해요. (웃음) 강연을 하거나 진로를 상담할 때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직업을 하나씩 품으라고 얘기해주기도 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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