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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 톡] 호나우지뉴 '클래스는 영원하다'

기사입력 2009.11.23 12:03 / 기사수정 2009.11.23 12:03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AC 밀란의 구단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바람이 이루어질 것인가?

올 여름 AC 밀란은 다이아몬드 전술의 꼭짓점을 담당하는 '팀의 간판 미드필더' 카카를 레알 마드리드로 넘기며 불안한 시즌을 시작했다. 카카의 부재 때문에 공격의 중추를 잃은 AC 밀란의 유일한 희망은 호나우지뉴의 부활뿐이었다.

FC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1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2번의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끈 그는 2004, 2005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 연속 수상과 2005년 발롱드흐 수상에 성공. 자타공인 최고의 선수였으며 다른 선수들과의 한 차원 다른 플레이 때문에 외계인이란 애칭을 얻었다.

이러한 기대가 부담이 되었을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출전한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의 6번째 월드컵 우승의 선봉장이었던 호나우지뉴는 대회 내내 명성에 걸맞지 않은 부진한 활약을 선사. 대회 이후, 내리막길을 걷게 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산 시로에 입성하게 된다.

입단 첫 시즌 호나우지뉴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반쪽짜리였다. 가끔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성급한 드리블과 어설픈 개인기는 밀란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으며 경기 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에 팀의 공격 흐름을 끊기게 했었다 이 때문에 "카카의 대체자는 캄피오네인 호나우지뉴가 차지할 것이다"라는 베를루스코니 구단주의 발언은 허언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호나우지뉴는 레오나르도 체제의 밀란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잡으며 갱생하고 있다. 덧붙여 전성기에 버금가는 활약을 선사. 매 경기 나아진 경기력으로 밀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22일 밤(이하 한국시간) 산 시로에서 열린 이탈리아 세리에 A 13라운드 AC 밀란과 칼리아리의 경기는 난타전 끝에 7골이 오가는 상황에서 밀란이 4-3 재역전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획득. 리그 3위에 오르며 시즌 초반 강등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억측을 내세운 몇몇 전문가들에게 비수를 꽂았다.

AC 밀란은 호나우지뉴를 좌측 윙 포워드로서 프리롤의 역할을 부여했으며, 반대편에는 알레산데르 파투를 우측 윙 포워드로서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역할을 맡겼다. 이들의 앞선에는 마르코 보리엘로를 배치. 제공권 싸움에서 2선에서 침투하는 선수에게 공을 연결하거나 직접 득점에 가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3명의 중앙 미드필더인 마시모 암브로시니, 안드레아 피를로, 클라렌세 셰도르프는 각각 수비적인 임무와 공격의 시발점으로서 조율을 하게 하는 임무, 창의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전방 공격수에게 공을 배급하며 공간을 만드는 임무를 맡겼다.

특히 이 날 경기에서 밀란의 재역전승을 이끈 일등 공신은 호나우지뉴였다. 독감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결장할 가능성이 컸던 그는 선수들이 밀라넬로에서 야외 훈련을 하고 있을 때, 체육관에서 개인 훈련에 전념할 만큼 멘탈 부문에서 나아진 모습을 선사. 파티와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며 나태한 사생활을 보여줬던 지난날과 이별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충족시켜줬다.

경기 초반부터 위협적인 드리블과 한 박자 빠른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켰던 호나우지뉴는 왼쪽 측면에서 반대편 측면에 있는 파투에게 정확하고 빠른 롱패스를 통해 공간을 열어줬으며, 중앙에 침투하는 보리엘로에게 로빙 패스를 통해 득점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이러한 맹활약 속에 전반 38분, 호나우지뉴는 브라질 동료 파투와 함께 환상적인 호흡을 선사하며 역전 골에 큰 이바지를 했다. 암브로시니의 패스를 받은 호나우지뉴는 상대 수비수 3명이 집중 마크하는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페널티 박스 우측에서 돌파하던 파투에게 연결했으며 파투의 정확한 피니쉬가 골문에 빨려들어가며 역전에 성공했다.

그의 이 날 활약상은 동료와의 2대 1 패스를 통해 종적으로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키며 문전 앞까지 가볍게 가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몇 시즌 간 실종되었던 화려한 발재간을 통해 마법 같은 드리블을 보여주는 여유까지 선사했다.

후반 5분 중앙선에서 공을 받은 뒤, 빠른 움직임을 통해 칼리아리의 수비진을 무너뜨리며 페널티 박스 외곽까지 드리블과 개인기로 침투한 그의 모습은 전성기 시절 내로라하는 강 팀을 상대로 보여줬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지속적으로 상대 골문을 흔든 그는 후반 15분에 보리엘로가 돌파하는 과정에서 얻은 페널티 킥을 좌측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성공하며 4-3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 시즌 호나우지뉴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며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그의 천재성은 밀란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는 과정에서 그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느낌을 들게 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돌파의 위력은 잃었지만 경험에서 나오는 넓은 시야와 뛰어난 패스 감각은 상대 수비수의 넋을 놓고 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호나우지뉴는 2가지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첫 번째는 카카를 잃은 밀란의 새로운 에이스로서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밀란에서의 부활을 통한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브라질 대표팀 명단 재합류이다.

브라질 대표팀의 카를로스 둥가도 호나우지뉴를 신임하며 그의 갱생을 바란다는 것을 고려할 때, 지금 같은 활약을 꾸준히 선사한다면 카카와 호비뉴에 대항하는 플랜 B의 핵심 멤버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호나우지뉴의 모습을 일시적인 부진에서 벗어나 자신이 지닌 장기를 필드 위에서 마법같이 펼치는 점에서 이 말에 가장 상응하는 선수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과연 호나우지뉴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끝마치며 한발 더 도약할 수 있을지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 박문수 기자가 전하는 '세리에A와 브라질 축구'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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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활한 외계인 호나우지뉴 ⓒ AC 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쳐]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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