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1.06 20:12 / 기사수정 2009.11.06 20:12
[위클리엑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순항하고 있지만 그곳에 박지성은 없었다.
지난 2005년 여름 박지성의 영입 이후, 국내 축구팬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국민 팀으로 부상한 맨 유는 박지성의 출전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팀으로써, 축구 팬의 애정과 원망을 동시에 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상이란 명분 때문에 벤치조차 지키지 못한 박지성의 부재는 새벽잠을 설치며 브라운관 앞에서 그의 등장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팬들에게 실망감을 더해주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높은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위기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박지성은 산소 탱크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발한 움직임과 지구력, 체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그렇다면, 박지성의 입지를 줄어들게 한 경쟁자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우선, 상대 풀백보다 더욱 수비적인 모습을 바탕으로 새로운 유형의 윙 어인 '수비형 윙 어'로 유럽 축구계에 파장을 일으켰던 박지성은 이번 시즌 영입된 안토니오 발렌시아와의 역할 중복 때문에 자신의 입지를 잃었다. 박지성과 중복된 역할을 담당하지만 더욱 공격적인 발렌시아는 지난 CSKA 모스크바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3,4차전에서 결정적인 득점에 성공. 자신의 입지를 굳히며 맨 유의 주전 윙 어로 성장하고 있다.
설상가상 프랑스 출신인 가브리엘 오베르탄도 정식 데뷔 이후 꾸준히 좋은 모습을 선사. 호나우두가 떠난 맨 유의 윙 어 자원 내 전국시대를 예고했다. 지난 4일(한국시간) 올드 트래프드에서 열린 CSKA 모스크바와의 챔스 4차전에서 오베르탄은 이 날 경기에 선발 출장한 나니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상황에서 교체 투입된 후, 발렌시아와 함께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맨 유의 극적인 무승부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주전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오베르탄이 로테이션 시스템의 수혜자가 된다면 박지성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한편, 퍼거슨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호나우두가 맡았던 역할을 나니에게 고스란히 넘겼다. 수비보다 공격에 치중하는 나니는 지난 시즌까지 보여준 부진에서 탈출하며, 맨 유의 주전 윙 어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애초, 나니의 중용은 호나우두의 대체자 영입 실패 때문에 받게 된 우연으로 여겨졌다. 4-4-2와 4-3-3전술을 주 전술로 사용하는 퍼거슨은 상대팀에 따라 적절한 사용을 통해 대처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술의 중심인 호나우두의 부재는 루니를 조연에서 주연으로 탈바꿈하였으며 루니를 받쳐주는 공격력이 이전에 비해 약해지면서 부족한 부분을 나니로 메우고 있다.]
'백전노장' 라이언 긱스의 회춘도 무섭다. 과거, '오른발의 달인' 데이비드 베컴과 왼발의 달인' 긱스를 좌우 측면에 배치한 맨 유는 '좌 긱스, 우 베컴'이란 최고의 윙 어를 보유하면서 트레블과 EPL 연속 우승에 성공하며 전성기를 맞이했었다.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 LA 갤럭시를 거쳐 AC 밀란에 임대 신분으로 노장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면, 긱스는 변함없이 맨 유의 일원으로 [점점 줄어드는 선발 출장과 이에 따른 교체 출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모습을 선사.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앙과 측면 미드필더를 소화하며 36살이란 고령의 나이를 잊은 듯, 회춘한 긱스는 뛰어난 활동량과 유연한 돌파력을 동시에 선사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맨 유의 핵심 멤버로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실종되었던 그의 화려한 드리블과 뛰어난 움직임, 기량은 맨 유 팬과 퍼거슨 감독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세월의 흐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긱스의 적지 않은 나이와 맨 유 주전 윙 어의 모습이 기대 이상이지만 여전히 우려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술 이해도가 뛰어난 박지성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을 발휘한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나니가 지닌 '공격적인 재능' 빠른 발놀림과 득점력은 부족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면 토너먼트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박지성이 PSV 에인트호벤에서 아르옌 로벤과 함께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점을 잊어서 안 된다. 그는 2004-2005 챔스 4강 2차전에서, 최고의 수비진을 보유한 AC 밀란의 무실점 기록을 깼으며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D조 조별 예선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감각적인 트래핑을 골로 연결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경력도 있다. 게다가, 측면에 한정된 움직임에 국한되지 않고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에 주력하는 박지성의 스타일은 실험에 임하고 있는 퍼거슨에게 유효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호나우두가 떠난 상황에서 박지성의 능력은 돋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박지성이 지닌 자신만의 장점인 뛰어난 전술 이해도와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공격력 증대가 이루어진다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맨유의 13번으로써 좋은 모습을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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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기의 남자' 박지성 ⓒ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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