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배우 정준호가 'SKY 캐슬'(스카이캐슬)에서 인생캐를 만났다. 정준호는 'SKY 캐슬' 속의 강준상 역을 통해, 연기자로서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 인생의 변화도 맞았다.
정준호는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한서진(염정아 분)의 남편 강준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강준상은 엄마(정애리)가 시키는 대로 서울의대에 가고, 의대 교수가 되고, 병원장을 목표로 살아온 인물로 아이들 교육은 모두 아내에게 일임한 인물. "학력고사 1등"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제까지 정준호가 연기해 온 인물과는 어딘가 다르다. 정준호는 강준상 캐릭터를 받아들고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만의 멋을 설정하기 위해 수염을 길렀다.
"강준상 캐릭터는 어머니의 그늘 아래서 1등만 해온 친구다. 그래서 천상천하유아독존 같은 자신만의 색깔이 있을 것 같았고, 자신만의 멋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외모적으로도 캐릭터를 만들어 보려고 생각해서 난생처음으로 수염을 길렀다. 첫 촬영 날 여자 스태프들이 '수염 없는 게 낫지 않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실제로 첫 촬영 하고 나니까 감독님도 '좋은데요'라고 할 정도로 반응이 있었다."
실제 정준호와 살아온 모습도, 인생관도 다른 강준상을 표현하기 위해 정준호가 가장 신경 쓴 점은 강준상의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또한 그의 주변의 의사 지인들이 강준상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됐다.
"주변에 실제로 대학 병원 정형외과 교수도 있고, 기조실장도 있고, 병원장도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병원에서 이들이 그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힘들고 어렵겠다는 걸 많이 느꼈다. 강준상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가족 내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고, 그에 맞게 목표는 다 이루고 살아온 인물이다. 수술이든 인간관계든 자기가 1등이고 최고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 자신감을 표현해야만 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는 많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강준상과 인간 정준호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아빠로서의 모습일 것이다. 그는 아이의 교육을 엄마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맡기는 부분은 강준상과 비슷하지만, 그와 강준상은 다른 아빠라고 설명했다.
"강준상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와이프개 애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주변 분들 말을 들어보니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아이와 친구처럼 대화를 많이 하고, 스킨십을 많이 해야 대인관계도 좋아지고 사회 구성원과 잘 어울릴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배우인 아빠의 장점을 살려 책을 많이 읽어준다. 호랑이 흉내도 내고 그러면서 읽어주니까 애가 좋아하더라. 집에만 들어가면 책을 읽어달라고 가지고 온다. 확실히 강준상이랑은 다르다."
또한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교육관의 변화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SKY캐슬'을 통해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원칙도 생겼다고.
"모든 부모들이 자식에게 하는 이야기는 다 잘되라고 하는 소린데, 그 소리가 자식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다는 걸 알았다. 1등이 있으면 2등도, 3등도 있다. 나의 행복이 누군가에게 불행이 될 수도 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교육시켜야 한다. 드라마를 하면서 '절대로 이렇게 키우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게 더 많다. 지금의 부모들은 1등을 해라,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까지만 알려주고 그 이상은 안 알려준다. 1등 주의를 강요하며 스트레스를 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좋은 점도 배웠다. 우리 때만 해도 부모님이 '좋아하는 거 해라', '잘 하는 거 해라' 하고 지켜보는 스타일이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고 결혼도 하고 사업도 해보니까 아이들은 잘 모르니 부모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미래에는 어떤 쪽이 비전이 좋은지, 어떤 직업이 좋은지 아이 옆에서 관심을 가지고 디테일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면 아이들이 방황하지 않고 집중해서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더욱더 'SKY 캐슬'의 메시지에 동감할 수 있었던 건 강준상이야 말로 1등주의가 만들어낸 폐해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죽은 혜나가 자신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자신의 삶에 후회를 갖게 된 강준상의 모습을 통해 잘 드러난다.
"예서도 그런 환경 속에서 서울 의대를 가고, 의사가 된다고 해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역할은 하기 힘들었을 거라 본다. 어머니(정애리)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으로 강준상이 어떤 인물이고, 어떻게 커왔고, 어떤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지가 잘 보여진것 같다. 사실 대본만 보고는 나이 50먹고 하기에는 유치한, 사춘기 소년같은 대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신을 한 장소, 대사 하나하나가 강준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더라. 나이 50이 되어서도 엄마 그늘 아래서 아무것도 못하는 강준상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정준호 소속사, JTBC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