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5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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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4차전] 승부처 다시보기

기사입력 2005.10.20 10:56 / 기사수정 2005.10.20 10:56

손병하 기자
▲ 삼성, 파죽의 4연승으로 우승
ⓒ2005 삼성라이온즈
지난 15일부터 시작되었던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3차전까지의 경기 흐름은 대동소이했다.

경기 초반은 상대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아슬아슬한 투수전이 진행되었고, 경기 후반 타자들의 집중력이 살아난 삼성이 득점을 올리며 경기의 승-패를 갈랐었다.

하지만, 19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졌던 시리즈 네 번째 경기는 지난 세 차례의 경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3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이 지난 2000년 한국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뚝심(당시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초반 3연패 뒤, 3연승으로 7차전까지 시리즈를 끌고 갔었다.)을 다시 발휘하며 강하게 반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초반부터 너무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세 경기에서의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두산 선수들은 3차전까지 보여주었던 수비에서의 집중력과 견고함마저 흐트러지면서 경기 초반 삼성에 승부의 추를 너무 쉽게 넘겨줬고, 무서운 상승세를 탄 삼성은 두산이 정신 차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여 우승을 일구어 냈다.

승부처 - 지난 세 경기에서의 허탈한 패배

이번 4차전에서는 특별한 승부처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1회와 3회, 4회 착실히 초반 득점에 성공한 삼성은 한 걸음씩 달아나 두산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데 성공했고, 두산으로서는 이미 상당부분 의지가 꺾여버린 상태였다.

6회 말 공격에서 두산이 윤승균과 전상열 그리고 최경환의 3연속 안타로 한 점을 만들어낸 뒤에 또다시 중심타선이 침묵하면서 추가 득점에 실패한 순간이 아쉽긴 하지만, 이 순간도 역시 흐름 자체를 삼성에게 뺏어오지는 못했었다.

결국, 4차전의 가장 큰 승부처는 치열한 접전에서 단 한 경기도 건져 올리지 못한 지난 1~3차전에서의 패배에 따른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2차전의 역전패가 컸고, 3차전에서도 연속 3회에 걸쳐 찾아왔던 기회를 놓쳤던 부분에 대한 잔상이 두산 선수들의 머리에 계속 남았던 것이었다.

이런 심리적인 요소들이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이런 부분들이 믿었던 선발 리오스의 어이없는 부진과 그나마 탄탄했던 수비 조직의 실종, 그리고 전체적인 경기력과 집중력의 저하로 이어졌던 것이었다.

반면 삼성의 자신감과 사기는 대단했다. 이러한 삼성 선수들의 자신감은 지난 2차전의 대역전승에서 시작되었다. 질 것 같았던 2차전을 9회 대타로 나선 김대익의 동점 홈런과 연장 12회에 터진 김재걸과 김종훈의 안타로 경기를 끝냈던 순간의 자신감을 계속 시리즈에서 이어갔던 것이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삼성은 지난 3차전에서도 피 말리는 한 점차 승부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었고, 결국 두산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고 승리할 수 있었다. 특히 6회, 1사 1-3의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마운드에 올랐던 권오준은 후속타자인 홍성흔 안경현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팀에게 승리에 대한 믿음을 심어 주었었다.

4차전에서는 지난 세 경기를 통해 확신하게 된 승리에 대한 희망과, 이긴다는 자신감이 경기 초반부터 뿜어져 나와 상대적으로 지쳐있는 두산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 특히 삼성 타자들이 지난 경기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배팅과 승부를 가져갔다는 것이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해준다.

종합하면 이번 4차전에서는 뚜렷하게 승-패의 향방을 갈랐던 '특별한 어떤 일'이 일어났다기보다는, 지난 경기에 의해 이미 결정 된 승부였다고 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이번 한국시리즈가 4-0이란 일방적인 차이로 끝나게 되었지만, 그 내면은 역대 어느 한국시리즈 못지않게 치열하고 박진감 넘쳐진 경기였다. 스포츠가 결과로 과정이 결론되어지는 부분들이 많기에 두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지만, 두산도 최선을 다하며 멋진 승부를 펼쳤음이 틀림없고 우승을 차지한 삼성 역시 그렇다.

이로써 대망의 '2005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지난 6개월간 숨가쁘게 달려왔던 프로야구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한국시리즈에서 멋진 승부를 펼친 두 팀은 물론이고, 올 시즌을 흥분과 감동에 젖게 했던 나머지 6개 구단 선수단 모두에게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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