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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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리그에서 대학 스포츠를 생각하다

기사입력 2009.10.31 09:43 / 기사수정 2009.10.31 09:43

조성룡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성룡]나는 아쉽게도 대학 스포츠와의 인연이 닿지 못했다.

필자의 모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체대를 운영하지 않아 어떠한 대학 경기에서도 모교를 응원할 수가 없고, 살고 있는 곳 근처에는 대학교가 거의 없어서 심심할 때 구경하러 간다는 생각마저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여자친구도 체대가 없는 여대에 다니기 때문에 대학 스포츠와 필자는 서로 이어질 수 없는 인연 같았다.

그러한 와중에 우연히 보게 된 U리그, 그 U리그에서는 대한민국의 대학 스포츠 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하는 시간을 필자에게 선물했다.
 
지난 29일 오후 3시, 경기도 용인시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는 U리그 8강전 경희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경기가 열렸다. 지하주차장에 허겁지겁 차를 세우고 경기 시각에 늦지 않게 운동장에 도착한 필자는 관중석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로 사진으로 U리그를 봤을 때는 거의 무관중 징계 수준의 경기가 펼쳐지는 줄만 알고 있었거늘, 막상 찾아간 이 운동장에는 수많은 학생과 교수들, 그리고 저 멀리에서 온 고려대학교의 원정 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학 스포츠는 주로 '대학선수권', '체전' 등의 이름으로 모교 안의 운동장이 아닌, 대회 주최 측이 지정하는 특정 운동장, 즉 중립적인 곳에서 경기가 치러지고는 했다. 물론 학교의 응원단이나 동문, 팬들은 그곳까지 버스를 전세 내거나 개인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응원을 해야만 했다. 따라서, 그 비용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각 대학에서는 주요한 경기, 즉 연고전 같은 라이벌 전이나 팀이 4강전이나 결승전에 진출했을 때만 공식적으로 응원단을 파견하고는 했다.
 
하지만, U리그는 지금까지 계속되어왔던 이러한 관행을 아주 쉽게 깨트려 주는 역할을 해냈다. 지속적으로 열리는 리그 경기와 토너먼트를 적절히 섞어 학생들에게 1년 내내 모교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 소유의 종합운동장, 또는 건설운동장 같은 중립지역이 아닌 전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는 각 대학교의 운동장을 개최 장소로 지정하면서 모교를 열렬히 응원할 학생들에게 최고의 접근성까지 제공한 것이다.
 
사실, 각 대학교 운동장들 중에는 천연잔디부터 인조잔디, 심지어는 맨땅까지 다양한 환경의 운동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맨땅과 같은 조건이 좋지 않은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면 선수들의 부상 염려와 경기력 악화를 걱정하는 의견이 일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대에서 축구는 단순한 체력 증진의 운동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여가를 제공하고 즐거움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교내 체육대회에서 학생들이 푸른 잔디가 펼쳐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보면서 열렬히 응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들도 맨땅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열렬히 응원한다. 마찬가지로 맨땅에서 경기를 한다 해도 어떤가.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맨땅이든, 잔디든 관중이 가장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최고의 장소거늘.




▲애교심이 넘치는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모아라. 무엇이 불가능한가?

수많은 프로 스포츠 구단들은 자신들의 구단 홈경기에 많은 관중을 불러모으기 위하여 수많은 돈을 투자하고, 다양한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하고는 한다. 하지만, 아직 스포츠와 애향심이 그다지 일체화되지 않은 한국 사람들의 정서상 연고지의 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기보다는 원래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마침 연고지 안에 팀이 있으니까 경기장에 찾아가서 응원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대학교는 사정이 다르다. 학생들은 이미 자신들의 학교에 존재하는 스포츠팀을 응원하기 위한 애교심과 여러 가지 문화들을 입학 때부터 알게 모르게 몸에 습득하게 된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경기장에서 학교를 열렬히 응원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경기가 학교와는 멀리 동떨어진, 버스를 타고 두어 시간을 가야하는 곳에서 열린다면 가난하고 시간없는 대학생들이 과연 그곳까지 찾아갈지는 의문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까운 곳에서 학교의 경기가 열리는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농구, 배구와 같은 체육관이 필요한 경기는 상식적으로 환경을 조성하기가 쉽지 않을까?"

맞다. 그런데 간단히 땅만 조성하고 골대 설치하고 관중석만 설치하면 되는 운동장과 달리 체육관은 건물을 짓고, 그 안에 조명시설, 편의시설, 경기시설 등을 갖춰야 하는 체육관은 막대한 돈이 들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농구, 배구부와 같은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대학이 체육관 하나를 짓지 못한다고 주장하면 그 학교는 과연 팀을 운영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요즘은 고등학교에서도 체육관을 건설하는 시대이다. 비록 지방 자치단체에서 건설하는 것 같이 훌륭한 체육관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가. 경기를 볼 수 있고 응원을 할 수 있는 관중석만 있다면 남부럽지 않은 체육관이 될 것이다.
 
프로스포츠의 아성을 넘볼 정도로 대학 스포츠가 활성화되어있는 미국과 달리 아직 한국의 대학 스포츠는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차이는 작지만 매우 크다. 바로 학생들과의 밀착성이다.

학생들에게 쉽게 경기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라. 이 간단하지만 큰 원리는 대학 스포츠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스포츠 팬들을 양산하여 장기적으로 한국 스포츠 산업의 발전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사진1 = 경희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U리그 8강전 (c) 이다영]
[사진2 = 고연전 또는 연고전에서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고려대 학생들 (c) 엑스포츠뉴스 임재준 기자]



조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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