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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삼국지] 하키타운 '안양'에서 '한라'가 살아가는 법-①

기사입력 2009.11.06 23:12 / 기사수정 2009.11.06 23:12

김경주 기자



안양 한라가 홈으로 쓰고 있는 안양 빙상장 한쪽 천장에는 몇 개의 깃발이 걸려있다. 안양 한라의 구단기와 태극기, 원정팀의 국기와 구단기가 걸려있는 가장 왼쪽에는 붉은색의 깃발이 두 개 더 달려있다.

아시아리그에 참여한 이래 안양 한라가 겪었던 '영광의 순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그 두 개의 깃발은 '08-09시즌 정규리그 우승기'와 '05-06시즌 하키 타운기'다. 아시아리그에서 시즌이 끝나면 7개 팀 중 관중 수와 호응도를 보고 뽑는 하키 타운은 아시아리그에 참가하는 팀들에게는 우승만큼이나 영광스러운 수상이다.

꼭 하키 타운이 되기 위해서가 아닌 아이스하키 저변 확대와 '함께 즐기는' 아이스하키를 위해 안양 한라는 오늘도 남다른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위클리엑츠에서 하키타운 안양을 만나보자. [편집자 주]

[위클리엑츠=김경주] #1 . 본 경기보다 분주한 준비

경기가 열리는 날 오후 4시, 보통 경기는 오후 7시에 열리지만 안양 한라의 프런트의 본 경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상품 판매대를 꾸리는 것은 물론, 추운 빙상장에서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볼 수 있도록 마련된 방석과 신나는 응원을 위해 도입한 응원 막대를 출입구 쪽에 비치하는 것 또한 프런트의 일이다.

신종 플루의 유행으로 손 소독제도 마련됐고, 경기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는 퍽 프레스라는 소식지도 출입문 근처에 놓여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가 읽어보고 그날 경기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이 소식지에는 안양 한라뿐만이 아니라 상대팀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들어있다. 한·중·일 3개국이 모여 치르는 리그인 탓에 같은 한국팀인 하이원이 아니고서야 상대팀의 주축 선수 등을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안양 한라 팬들이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 중 하나다.

안양 한라는 올 시즌 빙상장 로비에 또 하나의 볼거리를 만들었다. 주제를 주고 팬이 직접 선수 이름 밑에 스티커를 붙여 투표를 하는 보드 판인데, 각 피리어드가 끝난 후 언 몸을 녹일 겸 로비에 모여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팬들에게 또 하나의 놀거리가 생긴 것.

맘에 드는 질문이면 내가 좋아하는 선수에게 몰표를 주기도 하며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다음 피리어드를 알리는 차임벨이 울린다.

안양 한라의 팬들은 20분의 경기를 즐기고 다시 로비로 나와 보드 판을 살피며 변화된 스티커의 수를 보고 다시 즐거워한다. 그렇게 빙상장 안에 발을 들임과 동시에 안양 한라의 팬들은 쉴 틈도 없이 아이스하키를 즐길 수 있다. 

관중석과 로비에서만 아이스하키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양 한라는 1피리어드가 끝나면 미리 신청했던 팬 중 추첨을 통해 3팀 정도를 빙판으로 불러들인다.

각 팀 별로 한 명은 썰매에 앉고 한 명은 끌며 반환점을 돌아오는 게임을 치러 상품을 나눠준다. 예전 시즌에는 골대에 판을 설치 그 가운데 작은 구멍을 뚫어 슈팅 후 퍽이 들어가면 자동차를 주는 이벤트도 벌인 적이 있었다.

일부러 스케이트를 타러 오지 않는 이상 쉽게 발을 들이기 어려운 빙판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자체가 팬들에게는 큰 이벤트나 다름없다. 그래서 안양 한라의 이벤트는 항상 지원자가 즐비할 정도.

선수를 위한 준비도 만만치 않다. 한라는 안양 빙상장의 라커룸을 최신식 시설로 바꾸고 경기를 치르고 돌아온 선수들의 땀 냄새를 완화하기 위해 천장형 공기 청정기를 설치했다. 한라 선수들이 쓰는 홈 라커룸만이 아닌 원정팀을 배려하기 위해 원정팀 라커룸에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시설을 설치했다.

안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하고 나서 올해까지 차근차근 준비하고 시와 협의해 한라가 이뤄놓은 작은 업적이기도 하다.


②에 계속

[관련기사] ▶ 09-10 아시아리그 

[빙판삼국지] 하키타운 '안양'에서 '한라'가 살아가는 법-② 

[빙판삼국지] 하키타운 '안양'에서 '한라'가 살아가는 법-③

[사진=백종모 기자]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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