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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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스케치] 입장권 전쟁…오전 9시에 와도 표 못 구해

기사입력 2009.10.23 18:28 / 기사수정 2009.10.23 18:28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잠실,이동현 기자] 그곳엔 전운까지 감돌았다.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이 벌어지는 잠실 구장 매표소. 미처 입장권을 예매하지 못한 야구팬들이 이른 아침부터 몰려 들어 이른바 '입장권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3천여장으로 알려진 현장 판매분 입장권은 오후 3시부터 팔기로 되어 있었지만 최근 최고조에 오른 야구 열기로 인해 적어도 매표 시작 6~7시간 전에는 야구장에 도착해야 겨우 입장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게 현장에서 만난 한 팬의 증언이다.

오후 3시. 매표소 창구를 막고 있던 가림막이 마침내 치워지고 발권이 시작됐다. 그와 동시에 뒤에 서있던 사람들은 침이 마르기 시작한다. 입장권을 끊는 사람들에게 '빨리 사라'고 아우성치는 한편 '신용카드를 쓰지 말고 현금을 쓰라'고 소리를 지른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거래 승인에 시간이 걸려 발권이 지연되기 때문이란다.

표를 팔기 시작하고 5분쯤 지나 중앙 매표소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암표상이 새치기를 하다가 적발된 것. 격양된 목소리가 한동안 오간 후 암표상이 안전요원에게 끌려나온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22일) 5차전에 비해서는 암표상들의 새치기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한국시리즈 현장 판매분 티켓은 보통 30분 이내에 매진된다. 이를 모를리 없는 사람들은 점점 마음만 급해진다. 괜히 앞사람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는가 하면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자기 차례가 얼마나 남았는지 세어 본다.

특히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KIA가 12년만의 우승을 확정지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KIA 팬들은 어떻게든 입장권을 구하려 안간힘을 썼다. 자신을 두산의 팬이라고 밝힌 40대 남성은 "KIA의 열성팬인 아내가 오늘 경기는 꼭 봐야 한다며 아침 8시부터 줄을 섰다. 나도 회사 일을 뿌리치고 왔다"고 말했다.

오후 3시 20분. 일반석 입장권 매진 소식이 전해졌다. 지정석 입장권만 소량 남았다는 소문이 돌자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금세 울상이 된다. 5분여가 지나 1루 지정석이 완전 매진됐고 3시 27분 3루쪽 지정석마저 입장권이 동이 났다.

전좌석 매진 안내판이 걸리자 일순 소란이 일어난다. 제1매표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한 남성은 티켓을 구하지 못하게 되자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분풀이를 했다.

질서 유지를 위해 투입된 경찰이 매표소를 막아서자 "왜 경찰들이 야구팬들을 막느냐"는 항의가 쏟아진다.

어떤 팬은 기자를 붙잡고 "문학에서 2천장, 잠실에서 3천장을 판다고 했는데 실제 판매된 티켓은 그보다 훨씬 적다. 반면 VIP를 위한 티켓은 너무 많다. 팬들의 응원이 없는 야구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제1매표소 앞에 있던 또 다른 팬은 "10명정도가 입장권을 구입했을 때 전산 오류라면서 한참 동안 표를 팔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한 매표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컴퓨터 시스템이 멈췄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하철 종합운동장 역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위치해 있어 덜 붐비는 제3매표소에서는 팬들이 자체적으로 번호표를 제작해 암표상의 새치기 행위를 저지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질서 유지는 팬들이 나설 게 아니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함께 전해졌다.

[사진 = 잠실 구장 매표소 ⓒ 엑스포츠뉴스 이동현 기자]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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