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21 19:28 / 기사수정 2009.10.21 19:28
[위클리엑츠=전성호] 장신 공격수 안데르손이 FC서울의 막강 공격진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서울이 지난 시즌 '에이스' 박주영의 프랑스 AS모나코 이적을 허용한 것과 선발 출장 확보를 요구하던 FA 김은중까지 미련없이 계약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K-리그에서 손꼽는 공격자원을 다수 보유하고 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을 비롯해 '페트리어트' 정조국, 지난 시즌 K-리그 신인왕 이승렬, 광주 상무에서 복귀한 '리마리용' 김승용 등 서울의 공격진은 그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그러나 올 시즌 믿었던 정조국이 광대뼈 부상 재발로 인해 장기 결장한 뒤 기복 있는 플레이를 보였고, 이승렬은 U-20 월드컵 참가로 자주 자리를 비웠다. 여기에 성장을 기대했던 또 다른 장신 공격수 심우연마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측면의 김치우, 이종민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이청용까지 잉글랜드 볼턴으로 이적하자 K-리그는 물론 각종 컵 대회와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겸해야 했던 서울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은 외국인 수비수 케빈과 계약을 해지하고 터키 리그에서 활약하던 브라질 출신 장신 공격수 안데르손을 영입하게 된다.
서울은 3명의 외국인 선수 중 데얀과 아디라는 공수의 핵심 멤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서울은 '제3의 용병'이 매번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이는 징크스를 겪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이라던 무삼파는 5경기 만에 기량 부족으로 퇴출당했고, 터키리그 출신 제이훈도 그저 그런 활약을 보이다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나마 케빈은 괜찮은 활약을 보였지만 데얀과 아디의 활약에 비하면 결코 만족스럽진 못했다.
그렇기에 194cm의 장신에 브라질 출신 특유의 개인기와 터키 리그의 터프함을 경험한 안데르손이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은 물론 서울팬들의 큰 기대를 받은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안데르손은 서울로 이적한 뒤 한동안 K-리그의 템포와 팀 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귀네슈 감독의 애를 태웠다. 비록 2009 피스컵 코리아 4강 1차전에서 K-리그 데뷔 2경기 만에 마수걸이 골을 뽑아냈지만 이후 두 달 가까이 득점포가 침묵한 채 별다른 활약을 못하자 이 브라질 스트라이커에겐 '수비형 스트라이커냐'라는 비아냥이 붙기도 했다. 혹자는 지난 2007년 서울팬들이 가장 사랑하던 포르투갈 출신 미드필더 히칼도를 퇴출한 것을 거론하며 서울이 히칼도가 내린 '제3의 용병' 저주에 걸렸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안데르손이 지난 제주전에서 득점포를 재가동하며 서서히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하더니 지난 17일 부산과의 2009 K-리그 28라운드를 포함, 최근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는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비록 아쉬운 2-2무승부를 기록했지만 부산전은 안데르손의 가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이날 경기에서 안데르손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측면과 중앙을 끊임없이 헤집고 다니며 득점 사냥에 나섰다. 최전방에선 프리킥 상황이나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예외 없이 머리에 갖다대며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결국, 후반 7분에 안데르손은 김치우의 크로스를 이어받아 동점골을 뽑아내며 경기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데얀이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차출돼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부산전 하루 전날 귀국해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안데르손의 전방에서의 활약은 돋보였다.
수비에 있어서도 안데르손의 가치는 빛났다. 수비 상황에선 최전방부터 압박을 펼치며 상대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고, 세트 플레이 상황에선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 공중볼을 따냈다. 종종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실점을 쉽게 허용하는 서울에겐 안데르손의 제공권이 수비에도 큰 한 몫을 하는 셈이었다.
안데르손은 올 시즌 4골 중 3골이 헤딩에 의한 득점일 정도로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제공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서울이 측면에서 양질의 크로스를 올려줄 수 있다는 자원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안데르손의 존재는 서울의 공격력에 큰 힘이 돼준다.
라이벌 수원 삼성도 최근 브라질 장신 공격수 티아고를 영입하면서 상승세를 탔듯이 서울도 안데르손을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를 강력한 신무기로 삼을 수 있다. 물론 기존의 데얀과 정조국도 신장이 큰 편이지만 상대 수비와 적극적인 몸싸움을 벌이며 포스트플레이를 주로 하는 장신 공격수는 아니다.
안데르손이 이런 역할을 해준다면 이를 통해 측면에 빠른 선수들을 이용한 플레이를 전개하거나 2선에서의 공격 침투를 돕고 중거리 슈팅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서울을 상대로 두텁게 쌓이는 상대 수비진을 열어젖히는데 효과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아직 서울의 톱니바퀴처럼 물려 들어가는 미드필더와 공격진의 호흡에서 조금씩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과 '머리'뿐 아니라 '발'에서도 위협적인 공격력이 살아났으면 한다는 것. 이런 부분만 좀 더 보완한다면 안데르손은 서울에 또 하나의 강력한 공격 카드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 김치우의 '부활', 서울 우승의 키워드
[사진=(C) 엑스포츠뉴스 김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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