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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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박' 1년, 긍정과 열정으로 '이기는 팀' 만들었다

기사입력 2009.10.14 23:14 / 기사수정 2009.10.14 23:14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14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A매치 평가전은 한 선수에게 의미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바로 노란색 주장 완장을 찬 지 1년을 맞이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그 주인공이었다. 90분 풀타임을 뛰며 박지성은 경기 내내 분위기를 주도하는 플레이로 동료 선수들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인상적인 활약을 또 한 번 펼쳤다.

'산소탱크' 박지성이 '캡틴 박'으로 거듭난지 1년동안 한국 축구는 양적, 질적으로 모두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캡틴박 체제' 이후 치러진 15경기(6월 오만전 제외)동안 9승 6무의 성적을 내면서 이전까지 기록한 5승 6무보다 승률에서 앞섰다. 승리를 거둔 상대팀도 파라과이, 호주, 세네갈, 사우디 아라비아 등 한국이 그동안 한번도 이기지 못하거나 열세를 면치 못한 팀들이었다.

15경기를 치르면서 기성용(FC 서울), 이청용(볼튼 원더러스) 등 신예 선수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고, 박지성의 대표팀 막내 시절 함께 활약해 지금은 고참으로 거듭난 '올드 보이' 선수들도 힘을 발휘하며 '신-구 조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허정무 감독의 혜안과 더불어 '캡틴' 박지성이 만들어낸 '긍정과 열정'의 분위기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박지성이 '캡틴 박'이 된 것은 바로 지난 해 10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부터였다. 북한과의 최종예선 1차전 무승부 후,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박지성을 과감하게 '캡틴'으로 내정한 허정무 감독은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박지성의 주장으로서의 역량에 조금도 의심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허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지원 속에 박지성은 대표팀 주장직을 수행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대표팀에는 변화의 바람이 더욱 가속화됐다.

'캡틴 박' 취임으로 인한 효과는 금방 드러났다.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보다 훈련 때는 진지하면서도 부드럽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대표팀에 퍼지기 시작했다. 신세대 선수들의 분위기에 알맞게 이동 중에 가벼운 최신 가요도 틀고, 선후배간의 위계도 과거보다는 많이 유연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한 변화에 맞춰 팀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고, 코치와 선수가 가끔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 덕에 팀은 더욱 단결력있고 정이 넘치는 팀으로 바뀌었고, 오히려 창의적인 플레이와 전술 운용을 가능하게 했다. 또, 선수 개개인의 경기에 대한 열정도 돋우면서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부드러워지고 화기애애해진 것은 아니었다. '캡틴'이 스스로 먼저 뛰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다보니 다른 후배, 동료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면서 서로 간에 더욱 열정적이고 경쟁적인 체계가 갖춰졌다. 그 덕에 기성용, 이청용, 이근호 등 대표팀 경력이 일천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좋아졌고, 허정무 감독이 원하는 '신-구 조화 및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해서 한 것이 아닌 박지성 스스로 터득한 이같은 '솔선수범'형 자세는 팀 전체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힘이 됐다.

경기중에도 '캡틴 박 효과'는 대단했다. '박지성 시프트'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만큼 그의 존재감은 대표팀에 절대적이다. 박지성이 그라운드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은 큰 힘이 됐고, 자신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지성 없이도 동료들은 어떤 팀이든지 자신있는 플레이로 상대하며 '절대 지지 않는 팀'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8월에 있었던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캡틴 박' 없이도 박주영의 골로 1-0 승리를 일궈내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눈에 띄게 향상된 경기력 속에는 '캡틴 박 체제' 후 뿌리내린 자신감에 의한 긍정과 하고자 하는 열정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아직 남아공월드컵 본선까지 8개월 남짓 남았다. 어떤 변수가 생길 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캡틴 박'이 존재하고 있는 한 허정무호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다. 위기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내면서 해결사 역할을 하고는 곧바로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수행하는 모습에서 '든든함'을 넘어 '위대함'마저 느껴지기까지 한다. 박지성 스스로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라고 공언한 마당에 그의 뜨거운 심장과 멈출 줄 모르는 열정이 남아공 땅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박지성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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