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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혼돈의 K-리그' 순위 경쟁 3가지 관전 포인트

기사입력 2009.10.12 09:46 / 기사수정 2009.10.12 09:46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처한 입장과 사정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운명은 겹쳐 있다.

시즌 종반을 향해 가는 2009 K-리그가 선두권과 6위권의 치열한 경쟁으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각 팀이 불과 2~3경기를 남겨두었음에도 아직까지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것 외에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 잔여 일정 결과에 따라 순위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요동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런 가운데 선두권과 6위권 팀들은 각기 다른 사정과 처지에 놓여 있지만 동시에 각자의 경기 결과에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잡아라!



전북과 서울, 포항 스틸러스가 치르는 치열한 선두권 3파전은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볼거리 중 하나다. 비록 9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선두권을 위협하던 포항이 전남 드래곤즈에 덜미를 잡히며 주춤한 모습이지만, 이들 '빅 3'의 경쟁은 비단 정규리그 패권뿐 아니라 어느덧 우승 못지않게 K-리그 클럽들의 중요한 목표가 된 내년도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진출권 확보 여부로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도 ACL 진출권은 올 시즌 정규리그 1,2위와 FA컵 우승팀에게 우선적으로 배정되고, 3~6위가 치르는 6강 플레이오프 최종 승자에게 마지막 남은 한 장을 부여된다.

물론 우승을 위해서도 정규리그 2위 안에 드는 것은 중요하다. 정규리그 1위는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하며, 2위는 플레이오프에 오른다. 반면 3위는 6강 플레이오프로 내려가 3-6위전을 치르고 여기서 이긴 뒤에도 4-5위전 승자와 대결해 승리해야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다.

 


다시 말해 3위를 차지할 경우 1,2위 팀보다 짧은 기간 최소한 2경기를 더 치러야 하며, 자칫 이변의 희생자라도 될 경우 우승의 꿈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ACL 진출권마저도 놓치게 된다. 지난 시즌 성남이 수원, 서울과의 선두권 경쟁에서 밀려나며 3위를 기록한 뒤 6강 플레이오프에서 6위 전북에 덜미를 잡히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한 것이 가장 좋은 예.

선두권 잔여일정:


전북(승점 50, 골득실 22, 다득점 52): 광주(H)-수원(A)-경남(H)


서울(승점 48, 골득실 19, 다득점 43): 부산(H)-인천(A)-전남(H)


포항(승점 44, 골득실 19, 다득점 50): 강원(H)-움살랄(H)-광주(A)-움살랄(A)-수원(H)


1위 전북 현대부터 3위 포항 스틸러스까지 모두 똑같이 홈 2경기, 원정 1경기 등 총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전북과 서울의 승점 차는 불과 2점. 반면 포항은 전북에 6점, 서울에 4점을 뒤지고 있다. 전북과 서울이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경쟁한다면, 포항은 ACL 직행 티켓을 노리며 서울을 추격하는 형국이다.

 
전북은 남은 3경기 중 2경기에서 승리하면 사실상 우승을 확정짓는다. 골득실과 다득점에서 2위 서울에 한발 앞서 있기 때문이다.

12경기 무승(1무 11패)의 광주를 홈에서 만나는 점이 전북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이어서 상대할 수원 역시 자신있는 상대다. 비록 얼마 전 FA컵 4강에서 수원을 상대로 0-3으로 패배했지만 전북은 최강희 감독 부임 이후 수원을 상대로 6승 3무 2패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둬왔다. 특히 지난 시즌 후반에 리그 선두를 달리던 수원을 5-2로 꺾는 대파란으로 6강 진입 기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좋은 기억도 있다.

리그 1위 확정을 위해 총력전을 벌일 전북에 비해 FA컵 결승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수원의 입장도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북은 광주와 수원을 차례로 물리치고 조기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으려 할 것이다.

역전 우승을 노리는 서울은 만만치 않은 일정을 받아들었다. 부산은 지난 시즌 말 서울이 0-2로 패하며 결국 다잡았던 정규리그 우승을 라이벌 수원에 헌납하게 했던 씁쓸한 기억을 안겨준 팀. 인천과 전남은 각각 최근 10경기(5승 5무), 6경기(5승 1무)에서 진 적이 없어 일면 가벼운 마음일 순 있으나, 두 팀 모두 6강 진입이란 뚜렷한 목표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기에 결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특히 서울은 인천만 만나면 선수들 간에 치열한 신경전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인천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무승부를 거둔 적도 많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서울로선 부담스러운 상대다.

포항은 모든 상황이 불리하다. 2위 서울에 승점 4점 차로 뒤진데다 ACL 4강에 올라 마지막 2주 동안 5경기를 치러야 한다. 카타르 장거리 원정 길에도 올라야 한다. 올 시즌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장 잘 구사하는 포항이라도 부담이 되는 부분. 반면 전북과 서울은 정규리그 일정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하지만, 남은 일정에서 힘이 빠질 데로 빠진 강원과 광주를 만나고, 시즌 내내 극한 상황에서 기적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던 '용광로 축구'가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한다면 정규리그 우승은 어려워도 ACL 진출권 확보는 노려볼 만하다.


'승부는 기울었다' VS '막판 대역전'




성남(승점 39, 득실차 5) : 수원(H)-경남(A)-대구(H)


전남(승점 37, 득실차 0): 대전(H)-제주(H)-서울(A)


인천(승점 37, 득실차 0): 제주(A)-서울(H)-부산(A)


경남(승점 34, 득실차 4): 울산(A)-성남(H)-전북(A)


울산(승점 33, 득실차 3): 경남(H)-대구(A)


수원(승점 31, 득실차 -1): 성남(A)-전북(H)-포항(A)


지난달까지만 해도 최하위 대구를 제외한 모든 팀이 치열하게 벌이던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은 사실상 4위 성남부터 9위 수원까지로 좁혀진 듯하다.

산술적으론 10위 광주 역시 남은 3경기 전승을 거둘 경우 6강에 진입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12경기 무승(1무 11패)의 부진에서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10월 22일엔 팀원의 절반이 전역해 원소속팀으로 복귀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현재 5위 전남과 6위 인천이 3경기 중 1경기만 승리를 거둬도 광주의 6강 탈락은 확정된다.

울산과 수원의 상황도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8위 울산은 잔여 경기 수가 2경기에 불과해 전승을 거두더라도 승점이 39점이다. 4위 성남이 3경기에서 승점 1점, 5위 전남과 6위 인천이 승점 3점씩만 보태면 울산의 6위권 진입은 오히려 9위 수원보다도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수원은 성남-전북-포항이란 최악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한 번이라도 패배할 경우 전남, 인천이 남은 경기에서 한 번만 비겨도 수원의 6강 진출 꿈은 물거품이 된다. 물론 수원은 FA컵 결승에도 올라있어, 불확실한 6강 대신 승리하면 우승은 물론 ACL 진출권까지 얻을 수 있는 FA컵에 집중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사실상 6강 경쟁은 성남-전남-인천-경남 중 한 팀이 탈락하는 상황이라 할 만하다.

한발 앞서 있는 팀은 4위 성남. 성남은 3경기에서 1승 2무(승점 5점) 이상만 기록하면 6강 진입이 확정된다. 전남을 제외한 다른 경쟁 군과 달리 홈경기가 2경기란 점도 유리한 점. FA컵 결승에서도 만날 라이벌 수원과의 경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지막 2경기가 통산전적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경남(7승 1패)과 대구(15승 4무 2패)와의 대결이어서 한결 여유가 있다.  

전남과 인천은 자력으로 6강 진출을 확정짓기 위해선 승점 7점(2승 1무) 이상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제주와 서울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모두 최근 전적과 역대전적에서 열세였던 팀들인 것이 부담이다. 다행인 것은 제주가 지난 9월 포항에 1-8로 패한 이후 최근 6연패를 거두는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어 승점 쌓기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전남과 인천으로선 제주는 물론 6강 경쟁에서 탈락하며 힘이 빠진 대전과 부산을 반드시 제압해 자력으로 6강에 오르는 것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성남, 전남, 인천은 6강 진출이 좌절된 하위권 팀과 최소한 한 번씩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승점 확보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경남은 최종전까지 한 번이라도 패할 경우 6강 진입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진다. 문제는 울산-성남-전북을 상대해야 하는 일정이 쉽지만은 않다는데 있다. 경남이 울산과 성남을 상대로 이겨본 적이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최종전 상대 전북이 올 시즌 최강 팀 중 하나란 사실은 경남의 6강 경쟁에 암운을 드리우는 부분.

그러나 2007년의 대전, 2008년의 전북처럼 막판 대역전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 '기적' 앞에 예전의 전적과 섣부른 예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좀 도와줘!





선두권 경쟁과 6강 경쟁은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남은 일정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두권 경쟁에 캐스팅 보트를 잡은 팀은 수원과 광주. 반면 6강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선두권 팀은 전북과 서울이다.

전북을 응원하는 팀은 전남과 인천이다. 전북이 경남과 수원을 잡아줄 경우 전남과 인천이 6강 진출을 위해 필요한 승점은 더욱 줄어든다. 반대로 서울을 응원하는 팀은 경남과 수원이다. 서울이 만약 전남과 인천을 잡아주면 경남과 수원은 막판 대역전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도망가는 전북과 쫓아오는 포항 사이에 끼인 서울은 광주와 수원의 선전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서울로선 자력 우승을 위해선 남은 3경기를 모두 잡고 전북이 한번은 패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동시에 포항이 한 경기라도 질 경우 최소한 ACL 직행 티켓 경쟁에서 굉장히 유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두 팀과 모두 경기를 치르는 광주와 수원이 마지막 '이변'을 일으켜 주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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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K-리그 선두 & 6강 경쟁, 잔여 일정의 유·불리는?

[사진=(C) 엑스포츠뉴스 남지헌 기자, 정재훈 기자, 지병선 기자]


[전성호의 스카이박스] 대한민국 축구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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