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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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꺼져가는 '아시아 챔피언의 꿈'

기사입력 2005.09.29 12:15 / 기사수정 2005.09.29 12:15

안희조 기자
알 이티하드의 공격력은 너무 날카로웠고 한 번 무너진 부산의 수비진은 겉잡을 수 없었다. 5:0의 패배, 다섯 골의 간극. 아직 2차전이 남아있고 결승 진출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 존재하지만 그 희망은 기적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게되었다.

28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부산 아이파크와 알 이티하드의 AFC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알 이티하드가 후반전에만 다섯 골을 뽑아내는 괴력을 과시하며 부산에 0:5의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이로서 부산은 10월 12일 벌어질 원정 2차전에서 다섯 골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두지 않는 한 결승전 진출이 어렵게 되었다.


지난 해 FA컵 우승 자격으로 얻은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착실히 준비한 부산이었고 4강까지 거의 무결점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승장구 했다. 상대는 지난 해 챔피언 '알 이티하드'.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 하지만 거침없이 달려온 부산에 무서울 것은 없었다.
아시아드 경기장을 떠나 다시 찾아 돌아온 구덕운동장, 부산 아이파크의 귀환과 함께 2만2천여명의 관중들도 구덕 운동장을 가득 메우며 경기의 분위기를 돋웠다. 이제 승리만 거두면 모든 것은 완벽해 질 수 있었다.



전반 초반부터 허리진영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부산은 시종일관 주도권을 잃지 않으며 알 이티하드를 압박했다. 다 실바의 경고누적으로 출전기회를 잡은 박성배와 부산의 귀염둥이 뽀뽀가 쉴새 없이 상대의 왼쪽을 괴롭혔다. 그러나 정작 결정적인 찬스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알 이티하드는 비록 미드필드에서의 주도권은 내주었지만 최종수비진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부산이 좋은 공격찬스를 만들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의 주도권은 여전히 부산이 쥐고 있었고 선제골은 시간문제인듯 했다.



적어도 후반 초반까지는 그랬다. 후반 6분 코너킥 찬스에서 김재영의 결정적인 슛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는 등, 부산의 공격은 한 층 메서움을 더해갔다.
그러나 선제골에 대한 부담감때문이었을까? 후반 10분 첫 실점 이후 부산은 급격히 무너졌다.

칼론의 오른편 돌파에 부산의 수비진은 흔들렸고 이어진 크로스를 받은 알 오타이비 앞에는 텅 빈 골문만이 있을 뿐이었다. 깔끔한 헤딩 골. 이 선제골은 너무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갑작스런 실점이후 부산은 허리진과 수비 포백라인의 호흡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수들끼리 계속 위치가 중복되었고 정작 필요한 곳에서는 커버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반 17분, PA정면에서 임관식이 범한 무리한 파울은 곧 칼론의 날카로운 프리킥 골로 되돌아왔다.


이성남과 한재웅이 긴급투입되며 공격에 고삐를 조이려던 부산이었지만 세 번째 골의 주인 역시 알 이티하드의 것이었다. 후반 21분 부산의 왼쪽 측면을 돌파한 알 사라니의 문전 크로스를 이날의 MVP체코가 넘어지며 발로 차 넣은 것.

오랜만의 많은 관중 앞에서 부산은 악몽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격을 했지만 위력이 없었고, 선수들의 개인기에 의존할 뿐이었다. 이미 팀 밸런스는 무너질데로 무너져 걷잡을 수 없었다.

후반막판이 되자 잠시 잠잠하던 알 이티하드의 날카로움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며 부산을 완전히 녹다운 시켰다. 후반 41분 체코의 오른쪽 돌파에 이은 크로스는 카리리의 골로 이어졌고 43분에는 교체투입된 함지가 사각지대에서 김용대의 다리 사이로 골을 성공시키며 융단폭격에 마침표를 찍었다.

5:0의 스코어와 함께 불려진 종료휘슬에 아시아 챔피언을 향한 부산의 전망은 그야말로 '시계제로'가 되고 말았다.

경기 후 양 팀 감독은 '선제골이 승부를 가른 경기'라 평가했다. 알 이티하드의 앙겔 이오다네스쿠 감독은 '이렇게 큰 점수차의 승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선제골과 두 번째 프리킥 골 이후 부산이 급격하게 무너진 것이 손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안 포터필드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지만 첫 실점 이후 통제력을 상실한 점이 결정적 패인이다. 경기장을 찾은 많은 관중들에게 승리를 선사하지 못해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안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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