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가수 신효범 하면 ‘센 언니’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알고 보면 털털하고 진솔한 사람이다. 인터뷰에서도 시종 솔직한 입담을 보여줬다.
신효범은 여성 갱년기를 유쾌하게 다룬 뮤지컬 ‘메노포즈’에서 성공했지만 점점 늘어나는 건망증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전문직 여성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이 역할을 하라고 해서 했다. 다 잘 어울린다더라. 그런데 내가 연기가 되나. 나라면 그렇게 할 거 같다는 생각을 배역에 설정해 내 느낌으로 하는 거다“라며 솔직한 너스레를 떨었다.
‘메노포즈’는 제목 그대로 폐경기를 맞은 40~50대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코믹하게 담아낸 뮤지컬이다. 문희경, 조혜련, 박준면, 홍지민, 김선경, 백주연, 황석정, 주아 등 중년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한다. 찬란한 젊은 시기를 지나 중년에 접어든 여성이면 누구나 겪는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콕콕 집어 속 시원하게 보여준다. 가족은 물론, 친구에게도 터놓고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대담하게 꺼내놓는다.
관객뿐만 아니라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도 공감하는 작품이다. ‘늙으면 배역이 없어진다’ 등의 대사가 나온다. 시대를 풍미한 가수인 신효범은 “외부의 시선은 껍데기다. 그저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행복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갱년기를 지나오면서 살아온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돼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리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저는 돈이나 명예를 좆아 노래한 사람이 아니에요. A, B급은 관객, 대중이 주는 거지 우리(가수들)끼리 하는 얘기는 아니죠. 외부에서 오는 평가는 솔직히 껍데기거든요. 다만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라는 걸 아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텅텅 빈 시간이 많아졌고 이게 뭐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잡아야 하는 건가, 내가 만든 걸 잃어가는 건가 하면서 두려워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걸 가지겠다고 발악하는 건 인생을 망가뜨리는 거예요. 어차피 흘러가는 거거든요. 그때도 지금도 노래하고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한 사람이에요.”
과거 경연 프로그램인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바 있다. 가수의 순위를 매기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았단다. 관객이 공감해주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행복이다.
“장난삼아 한 콘셉트잖아요. 가수는 무대가 중요해요. 내 감정을 무대에서 풀어낼 때 관객이 눈물을 흘리고 기뻐해 주는 게 내가 원하는 무대에요. 시원하고 후련하고 공감 가는 무대는 누구나 원할 거예요. 관객이 내가 준비한 노래를 경청하고 감동하고 기뻐했으면 그거면 된 거예요. 그래서 ‘나는 가수다’에 나간 거고요. 경쟁하는 프로이지만 최고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우린 완전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이걸 잘하는 사람도 있고 저걸 잘하는 사람도 있어요. 순위를 매기면 어때요. 그게 큰 의미는 아니에요. 무대에서 얼마나 공감했는지가 중요한 거죠. 꼴찌도 상관없고 1위 해도 감격을 먹고 그러진 않았으니까. 내겐 주요 쟁점이 아니었어요.”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는 밤에 피는 장미로 출연했다. 신효범은 “재밌잖아요”라며 웃었다.
“최선을 다해 날 가리려고 목소리도 변조하려 했어요. 가면을 쓰니까 말도 안 되는 춤을 추게 되고요. 주류에 알려진 가수보다 괜찮은 가수, 가수다운 가수가 너무 많거든요. 루트가 없어서 자기 세계를 못 펼치는 아까운 인재가 많아요. 우리가 전혀 신경을 안 쓰던 누군가가 가면을 쓰고 자기감정을 얘기하면서 인정을 받잖아요. 눈물을 흘리면서 봤어요. 이름값이 있든 없든 그 감정이 어떤지 아니까. 애절하게 노래하는 친구들과 같이 하면 재밌을 것 같아 출연했어요. 다행히 1위는 안 하고. (웃음) 그렇게 재밌을 수 없었어요.”
1988년 제2회 MBC 신인가요제 이후 이듬해 1집 앨범 '사랑을 누가'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발들 들였다. '언제나 그 자리에', '난 널 사랑해',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등 히트곡으로 사랑 받은 데뷔 32년 차 가수다. 관객과 소통하는 게 행복하단다. 천상 가수다.
“초심을 생각해봤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왜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식견으로 달리 느껴야 하나 해요. 그런 것을 벗어던지니 할 것도 많아지고 잘 산 것에 자부심도 있고 겸손해지고 내가 하는 일을 들여다보게 돼요. 두려움이 상쾌하게 정리됐어요. 무대에서도 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그냥 일어나는 일 인 거죠. 관객들도,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 인 거야. 그냥.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척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관객, 무대와 동떨어지지 않고 대화하는 게 좋아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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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