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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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부패의 핵심은 회장

기사입력 2005.09.29 07:36 / 기사수정 2005.09.29 07:36

손병하 기자

▲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2005 대한축구협회
지난 27일, 사상 처음으로 국정감사를 받은 축구협회는 그야말로 의혹 덩어리이자 온갖 비리의 온상이었다.

각종 회계 부정과 공문서 위조 등은 기본이고 후원 업체와 에이전트사에 관한 검은 커넥션, 여기에 축구협회 소속 간부 중 45%(과장급 이상 29명 중 13명)가 현대 중공업 출신의 인물이라는 점까지,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대한축구협회의 각종 의혹과 비리는 여느 대기업의 조작과 비리에 뒤지지 않았다.

각종 '설'로만 나돌던 축구협회의 이런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오면서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분노와 상실감에 빠져있다. 한국축구의 심장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축구협회의 각종 비리를 직접 확인하게 되면서, 한국 축구의 암울한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의 비리, 정몽준 1인 체제가 불러온 비극.

이렇게 축구협회가 투명하고 공정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채, 각종 비리와 의혹의 온상이 된 것은 지지부진하게 미루어져 오던 법인화의 문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이고 큰 이유는 바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장기간 독재 체제였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지난 1993년 1월, 제47대 집행부의 회장에 취임한 것을 시작으로 97년, 01년, 그리고 올 1월에 있었던 제50대 집행부 회장까지 오르면서 4회 연임 및,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한축구협회의 수장 역할을 도맡아왔다. 앞으로 남아있는 임기까지 더하면 무려 16년을 집권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1996년, 일본으로 예상되었던 2002 월드컵의 개최국을 한-일 공동개최로 이끌어내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회장직을 역임하면서 한국 축구의 위상과 발전에 큰 공을 세웠던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든 사심 없는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였든, 장기 집권이라는 것은 부정과 부패를 부르게 마련이다.

어떤 자리건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르게 마련인데, 그 대가가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통해 얻은 것 이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흐르려는 물을 억지로 막은 것이라면 그 물은 썩어, 진한 악취를 풍길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대한축구협회의 부정과 부패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있었고, 축구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축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축구협회의 행정에 큰 불만과 우려를 나타냈었다. 그리고 축구인들이 제기하는 그런 문제의 핵심은 역시 정몽준 회장의 1인 장기 독재였다.

올 1월에 있었던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앞서서는 김호, 차경복, 박종환 등 전-현직 축구감독들이 중심이 된 지도자협의회와 이용수, 신문선 해설위원이 주축이 된 축구연구소 등이, 투명하지 못하고 의혹 덩어리인 축구협회의 문제점은 '정몽준 1인 체제'에 있었음을 천명하고 협회의 적극적인 개혁에 대한 투쟁을 불사했었다.

1월, 축구인들의 개혁 요구도 소용 없었다.

당시에도 축구계와 많은 축구인은 '비대해진 대한축구협회의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년간 300억에 달하는 엄청난 예산을 편성하고 잡아먹는 '기업'이 되어버린 축구협회의 회계문제' 그리고, '주위 인물들을 모으는 거미줄형 인사의 폐지' 등을 주장하며 축구협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또, 위 사항들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회장의 4선을 막기 위해 '대항마'를 내겠다고 하는 등,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강경자세를 펴며 축구협회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일개 단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커져 버린 축구협회를 제대로 견제하고 감사하지 못했고 결국 정몽준 회장은 별다른 출혈 없이 4선에 성공했었다.

축구협회는 처음 맞는 축구인들의 강력한 대항에 당황하긴 했지만, 그 뒤에도 지도자협의회와 축구연구소 등 현장의 축구인들의 목소리와 지적은 운영에 반영되지 않았고, 축구협회는 더욱더 굳게 문을 걸어잠그며 더 큰 의혹과 의문들만 만들어 나갔다.

결국, 정몽준 회장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축구협회를 더욱 견고하게 말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럴수록 축구협회에 '투명성'은 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축구협회가 법인화를 미루고 각종 회계 및 운영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잃은 채,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갔던 것은 결국 정몽준 현 회장의 독재에 필요한 일종의 양분 이였던 것이었다.

만에 하나, 지금까지 축구협회에 나타난 각종 의혹과 비리들이 정몽준 회장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축구협회 내부 직원들에 의한 일들이었다 해도, 축구협회 수장인 정몽준 회장의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회장에게 주어지는 권력만큼 의무와 져야 할 책임의 크기도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동안 흐르지 못하고 억지로 갇혀 있던 물은 이미 많이 썩어있다. 하지만, 이미 썩어버린 물이라고 치부하며 모른 채 하기엔 앞으로 한국축구가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고 아득하다.

이토록 많은 문제점과 치부를 드러낸 한국축구. 이제 그 고였던 물길을 터야하고, 그 물길을 터야 할 책임은 지금까지 한국축구를 대표해온 사람의 몫이 아닐까? 죽어가고 있는 한국축구에 하루빨리 신선하고 깨끗한 새 물이 들어오길 희망해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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