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03 21:30 / 기사수정 2009.10.03 21:30
서울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경수(35세)씨는 가뜩이나 짧은 추석 연휴 때문에 고민이다.
부모님이 부산에 살고 계신 데다가, 아내가 임신 중이라 승용차로 이동해야 하기에 예상되는 귀향 시간이 10시간이 넘기 때문이다. 결국, 비교적 이동 차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늦은 밤에서 새벽 시간을 이용해 이동을 하기로 했지만, 잠도 자지 않고 무리해서 이동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이번 명절에는 짧은 일정 때문에 잠을 줄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각자의 생활에 바빠 자주 보지 못하던 가족과 친지가 함께 모이는 명절이면 이런저런 이야기에 밤을 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잠을 아예 자지 않으면 우리 몸은 배터리가 다 떨어진 기계와 같이 제 구실을 하기 어렵다.
명절에는 즐거운 일도 많지만, 고된 가사 노동과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가 다양한 형태의 '명절증후군'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하면 명절증후군이 더 쉽게 찾아올 수 있고 증상도 심해지는데, 이는 잠을 통해 신체의 기능을 조절하려는 필연적인 생리현상에서 기인한다.
낮을 위한 밤의 충전, 잠
사람의 몸은 낮에는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높아지면서 신체가 활동하기에 적합하도록 조절된다. 밤이 되면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감소하고 혈압도 따라서 내려가게 되어 자연스레 잠을 자고 싶어진다. 기계도 쉬지 않고 작동하게 되면 과부하가 걸리거나 고장이 나기 쉽다. 사람의 몸도 이와 마찬가지다. 잠은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로 하는 휴식이다.
한의학에서는 잠을 위기(衛氣: 인체를 외사로부터 방어하는 기능을 가진 기운)의 순환으로 설명합니다. 위기가 낮에는 움직임이 많은 몸 바깥 부분이나 근육에 몰려서 활동하므로 각성상태가 되는 것이고, 밤에는 내부로 몰려 내장 기능만 지원함으로써 수면상태가 되는 것이다. 밤이 되면 사람의 몸이 자연스레 잠을 자고 싶어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장시간의 귀성길 이동과 차례를 지내기, 손님 접대하기, 인사드리기 등 활동량이 많아지는 추석. 피로를 풀고, 재충전할 수 있는 수면 노하우를 알아보자.
추석 연휴, 똑똑한 잠자기
추석 연휴 숙면을 취하고 싶다면, 계속해서 명절 음식으로 향하는 손을 붙들어야 한다. 더군다나 잠자기 전이라면 과식은 금물이다. '아침에는 황제처럼, 점심에는 왕처럼, 저녁에는 걸인처럼 먹어라'라는 속담이 있다. 아침에는 맘껏 먹고, 점심에는 배부를 정도 먹고, 저녁에는 간단히 요기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음식을 소화시키는 기능을 하는 위장도 밤이 되어 잠이 들기 전에는 그 움직임이 둔해진다. 이때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이완되어야 하는 위가 소화를 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느라 깊은 잠을 잘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반면 너무 배가 고파도 편안한 잠을 방해할 수 있기에 저녁 식사 시 평소와 같이 적당량만 먹고 식사 후 최소 2시간이 지난 후에 잠드는 것이 좋다.
명절날 가족들과의 정겨운 자리에 술이 빠지지 않는 법. 대개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어지고 몸이 이완되어서 쉽게 잠이 들 거라고 기대하지만 잠이 들고 난 뒤 알코올이 몸에 흡수되기 시작하면 심박동이 빨라지고 혈액은 더욱 빨리 돌게 된다. 수면장애가 있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이번 추석 연휴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기억해두자.
-잠자리는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 마련한다.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한다.
-취침 전 흡연과 음주를 삼간다. 특히 취침 전 최소 2~3시간 전에는 흡연하지 않는다.
-낮잠 자지 않는다. 단, 장거리 운전 시 졸음이 쏟아질 경우에는 휴게소에 들러 쉬고 가는 것이 좋다.
-낮 시간에 적당한 운동을 한다. 초저녁에 가족들과 함께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늦은 밤에 하는 운동은 오히려 숙면에 방해가 된다.
-잠자기 전 가볍게 샤워나 반신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들 시간에는 복잡하거나 신경 쓰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보거나 TV를 보지 않는다.
-잠자리에 들어 20~30분 이내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있다가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잠자리에 든다. 잠들지 않고 잠자리에 오래 누워있으면 오히려 긴장을 유발하여 더 잠들기 어렵다.
불면증 전문 자미원한의원 허정원 원장은 "잠은 생명에 직결된 중요한 요소이나 많은 경우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편다. 이는 수면장애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며, "이번 추석 연휴가 짧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상에 복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수면 부족으로 신체의 리듬이 깨지면 면역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연휴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되 잠을 잘 챙겨 자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한의학 전문의 허정원 (자미원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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