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01 06:49 / 기사수정 2009.10.01 06:49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정재훈 기자] '팬들은 내게 져도 멋진 승부였다고 말한다. 과연 그것이 진심인가?'라는 광고 문구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광고를 매우 좋아하는데 기자는 '진심'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프로 스포츠에서 패자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지더라도 멋진 승부 즉 아름다운 패배를 그동안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보여준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에 온 국민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이는 영화로도 큰 성공을 이뤘다. 역시 얼마 전 큰 흥행에 성공한 스키점프 선수들을 그린 영화에서도 우리는 져도 멋진 승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감동이다.
아름다운 패배와는 반대로 승리를 했음에도 멋진 승부가 아닌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바로 움살랄을 두고 하는 말이다. 30일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서울과 움살랄의 경기에서 움살랄은 바람만 불어도 쓰러지는 '침대 축구'로 일관하며 축구를 모독했다.
1차전에서 3-2로 승리를 거둬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움살랄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그라운드에 누웠고 시간을 끌 수 있는 방법만 있다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포츠맨십과 축구선수로서의 책임감과 의무도 잊어버린 듯했다.
앞서고 있는 팀이 승리를 위해서 수비를 우선시하는 전술을 택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선택임이 틀림없다. 그것이 10백이라고 하더라도 누구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두 팀 중 한 팀은 웃어야 하고 한 팀은 울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 방법이 적어도 스포츠라는 전제를 벗어나면 곤란하다. 축구가 전쟁과 비교하지만 전쟁은 아니지 않은가?
전반 초반 한 골씩 주고받고 1-1 상황이 이어지자 움살랄은 몸만 부딪치면 쓰러졌고 쉽사리 일어나지 않았고 신체적 접촉이 거의 없었음에도 태클한 이후에는 그라운드에 나뒹굴고 있었다. 게다가 몇몇 선수들은 후반전 초반부터 다리에 근육 경련이 일어난 듯한 행동으로 시간을 최대한 끌었다.
그런데 다리에 쥐가 난 선수는 곧 그라운드로 돌아와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어이없는 것은 후반 초반에 쥐가 나서 쓰러진 선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교체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을 정도로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다분히 고의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축구는 없고 승리만 있었다.
앞서 포항과의 경기에서 패한 분요드로크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분요드로크 역시 수비에 중점을 두는 경기를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당연한 전략이고 전술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적어도 축구를 저버리지는 않았다.
침대 축구가 전술이란 말인가?
움살랄의 감독 제랄드 질리는 경기가 끝나고 가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자주 쓰러진 것에 대한 질문에 "서울이 도하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어느 정도 전술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서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대답하며 전략적이었음을 일부분 인정했다.
대체 무슨 말인가? 침대 축구가 전술이라는 뜻인가? 기자는 질리 감독에게 자비를 드려 전술책을 한 권 선물하고 싶다. 움살랄은 심판을 속였고 축구팬을 농락했다. 그리고 그들이 한 것은 축구가 아니었고 아주 멋진 배우들이 빛나는 연기를 펼친 저급 연극이었다.
진정한 안티 풋볼 '침대 축구'
많은 사람이 수비적으로 나서는 팀을 보고 안티 풋볼이라며 비난한다. 가장 좋은 예로 첼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챔피언스리그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에서 수비적으로 임한 첼시의 플레이에 많은 이들이 축구를 모독하는 안티풋볼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바르셀로나의 공격력에 맞서는 첼시의 전술이었다. 첼시는 바르셀로나에 맞서 정정당당한 수비를 펼치며 수비 축구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같은 수비전략이었어도 첼시와 움살랄은 다르다. 움살랄은 첼시처럼 열정을 바쳐서 경기를 하지 않았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군대에서 말년 병장이 시간을 보내듯 시간을 보내기에 바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안티풋볼이다.
경기가 끝난 뒤, 움살랄 선수들은 카타르의 국기를 흔들면서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 물론, 그들 중에는 다리에 쥐가 났다며 그라운드에서 시간을 끌었던 선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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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쓰러져서 시간 끄는 것에 항의하는 김한윤' (c)엑스포츠뉴스 김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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