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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전술 놀이터] '6연승 실패' 경남, 3-4-3이 패배한 이유

기사입력 2009.09.28 11:00 / 기사수정 2009.09.28 11:00

전성호 기자

* 엑스포츠뉴스에서 독자 여러분께 야심에 차게 내놓는 새 코너  [K-리그! 전술 놀이터]를 소개합니다. 축구담당기자 전성호 기자를 통해 연재가 되는 [K-리그! 전술 놀이터]는 우리의 리그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경남FC의 2009 K-리그 25라운드는 양팀의 사활을 건 승부였다. 

어느 한쪽이라도 패할 경우 6강 진입을 위한 경쟁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경남에 유리한 것처럼 보였다. 수원이 김두현의 가세 이후 점차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음은 분명했지만, 경남이 최근 5경기에서 5연승을 비롯해 15득점 4실점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모두 안정된 모습을 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남은 이날 수원에 1-3 대패를 당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최근 기세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경남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경남의 전술적 완성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경남은 5연승 과정에서 빛을 발했던 3-4-3 전술을 들고 나왔고, 수원 역시 최근 자주 사용하는 4-4-2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현대 축구에서 지역방어는 상대 최전방 라인에 맞선 최후방 수비 라인이 항상 +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수비 숫자가 공격보다 한 명만 많으면 된다. 수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만큼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반면에 +2 이상의 수비 과잉 상태는 미드필드에서 수적 열세를 가져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유의해서 볼 때, 3-4-3과 4-4-2는 수비적 측면에서 어느 한쪽의 유불리를 논하기가 어렵다. 

3-4-3의 입장에선 스리백이 상대 투톱을 상대하기에 '+1'를 유지할 수 있고, 4명의 미드필더는 서로 대칭을 이룬다. 상대의 측면 미드필더나 풀백이 공격으로 올라오더라도 양쪽 윙백과 측면공격수가 아래로 내려와 수비시에 5-4-1의 형태로 전환하면 큰 문제가 없다. 

4-4-2 역시 포백이 스리톱을 상대하고 중원에선 미드필더 숫자가 균형을 맞추기 때문에 단순히 포메이션 구조에서 발생하는 수비적 문제점은 없다.

이처럼 4-4-2와 3-4-3은 적어도 수비면에선 이론적으로 매우 균형을 이루는 전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3-4-3의 경남은 왜 4-4-2의 수원에 왜 1-3의 대패를 당한 것일까? 그것은 경남이 3-4-3의 전술적 핵심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3-4-3 전술의 이해

3-4-3은 스리백을 바탕으로 한 공격축구를 실행하기에 아주 적합한 전술이다. 상대를 앞선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이를 통해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양 측면을 활용해 공격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유리하다. 

이러한 3-4-3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공격, 미드필드, 수비 라인 간에 간격을 좁힌 채 철저한 지역 분담체제를 바탕으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한다.

2) 스리톱을 앞세워 압박이 시작되는 지점을 상대 진영까지 끌어올린다. 측면 지역에서 연속적인 트라이앵글 형성을 통해 빠르고 원활한 공격을 전개한다.

3) 스리백을 바탕으로 상대 투톱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강한 압박을 통해 윙백의 활동반경을 끌어올려 파이브백처럼 변형되는 빈도를 낮춘다.

여기서 특히 경남에 중요한 키워드는 압박과 활동량이다. 우선 압박에 대해 살펴보자. 경남은 수원에 비해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떨어진다. 따라서 지공에 의한 공격빈도를 줄이는 대신 스리톱이 미드필드 지역에서부터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해 높은 지점에서 공을 빼앗아야 한다. 이는 그만큼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 거리도 짧아지고 패스를 주고받는 횟수도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상대로부터 받는 압박 빈도는 줄어들고 빠르고 간결하게 공격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공격시에 3-4-3은 측면에서 선수들이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을 잡은 선수 주변에 계속해서 트라이앵글을 형성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윙백이 상대 위험지역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스리톱은 그 간격을 좁혀 상대 수비 라인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방식은 3-4-3의 중요한 공격 전술이다. 동시에 윙백은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기 때문에 풍부한 활동량이 전제돼야 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이영표와 송종국을 떠올리면 쉽다.)

경남의 패착: 핵심을 잃다

그러나 경남은 이 두 가지에서 모두 문제점을 노출했다. 스리톱의 이훈-인디오-김동찬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펼치며 부담을 주어야 했음에도 경남의 압박은 수원보다도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경남은 전방 스리톱의 수비 가담이 느슨해지면서 지역 분담체제가 이뤄지지 못하자 측면 윙백의 김영우-서상민이 측면 미드필더와 풀백이 함께 올라오는 수원의 측면을 막느라 분주해졌고, 이들이 점점 밑으로 주저앉으면서 공격 라인 간의 간격도 벌어지고 말았다.

이러면서 경남의 평균적인 볼 탈취 지점은 점점 밑으로 내려갔는데, 이는 공격 전개 거리가 길어짐을 의미했다. 패스나 돌파 등 개인 전술에서 수원에 밀리는 경남은 필연적으로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고,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경남의 빠른 공격을 사전에 차단에 나선 수원에 금세 공격권을 다시 내주고 말았다.

반대로 수원은 공격 전개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중원에서 김두현-백지훈-송종국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강력한 공격을 펼쳐나갔다. 여기에 경남 스리백이 개인 전술과 개인기에서 앞서는 에두와 티아고의 포스트 플레이와 김두현의 수비 뒷공간을 노린 킬 패스를 전혀 막지 못하면서 경남 수비는 계속해서 허점을 노출했다.

수원이 미드필드를 장악한 뒤에는 좌우 측면의 김두현과 이길훈을 통해 공격 루트를 개척해 나갔다. 수원의 거센 공격에 경남의 수비진도 자꾸만 아래로 내려갔고, 윙백들도 수비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져 사실상 5백의 형태를 띠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이는 자연스레 미드필드의 열세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로 반복됐다. 여기에 경남은 수비진의 잔 실수까지 겹치면서 경기는 점차 어렵게만 진행됐다. 

공격도 문제였다. 공격권을 뺏는 지점도 낮은데다 후방에 밀집된 2,3선 라인과 공격 라인의 거리가 너무 벌어져 있었다. 여기에 공을 잡으면 순식간에 수원 수비 두세 명이 에워싸면서 공격 전개도 쉽지 않았기에 경남은 전방 스리톱의 빠른 공격과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하여 짧게 끊어나가는 패스 플레이가 전혀 살아나지 못했다. 이에 롱패스에 의존한 확률 낮은 공격 전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상대 진영으로 넘어오더라도 문제는 여전했다. 중원이 밀리는 경남은 하는 수 없이 측면을 공략했지만, 상대의 배후를 침투하는 활발한 움직임 없이 단순한 측면 크로스에 의존할 뿐이었다. 그러나 수적으로도 공격숫자가 우위에 서지 못하고, 차범근 감독이 제공권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내세운 곽희주-이재성 중앙수비에 경남의 단신 스리톱이 열세를 보이며 무의미한 공격만 반복되었다.

경남은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하거나 중앙으로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일 때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다른 선수들이 중앙의 공격수들과 측면 후방의 윙백들이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 움직여야 함에도 이들이  페널티 지역에서 기다리거나 수비에서 미처 공격가담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경남은 배기종 퇴장 이후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공격 점유율이 높았음에도 말 그대로 점유율만 높은 공격에 불과했고, 수원 이운재 골키퍼가 한 것이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되면서 수비에서도 너무 쉽게 상대에게 주도권을 허락하고 공격에서 의미 있는 상황이 전혀 연출이 되지 않았던 것이 경남의 패인이었다.  

조광래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오랜만에 매섭고 강한 축구를 봤다고 생각한다. 수원다운 경기였다."라고 밝혔다. 결국, 이날 경기의 일방적이었던 분위기는 경남이 자신들의 전술적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과 더불어 수원의 정상 궤도에 오른 경기력이 함께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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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경남 선수단 (C) 엑스포츠뉴스 전현진 기자]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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