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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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4의 명암

기사입력 2005.09.12 15:47 / 기사수정 2005.09.12 15:47

이철규 기자
‘지역사회의 아이콘’ 축구클럽

오늘날 유럽축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클럽들이 지역 연고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의무와 봉사의 책임을 수행하면서 축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 지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지역사회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클럽이 ‘Local Identity’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인데, 'Farm Player'가 이런 지역민들의 단결과 결집의 상징적인 의미로서 클럽의 아이콘이 되었던 것을 볼 수 있다. 지역사회의 어린이들이 클럽의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기량을 발전시켜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클럽에서 활약하고 은퇴해, 자신들과 같은 서포터가 되가는 과정을 통해 클럽은 지역주민들과 하나 되어 지역사회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힘이 된 것이다.

이런 지역연고 클럽들이 모인 리그가 활성화되는 데는 해당 국가들의 경제성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70년대의 서독, 80, 90년대의 스페인과 이탈리아, 2000년대에는 잉글랜드가 축구시장의 중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이 클럽에 지원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충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회체육과 스포츠 자본주의’

이러한 지역중심의 축구클럽들은 이미 시장이 형성된 국가들의 낮은 성장률과 포화상태에 이른 자국축구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통한 수익원 개발과 대외 컵의 성공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승리를 위한 선수영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또 정책과정 내에서 ‘Local Identity’의 전통을 수호하고자 하는 지지자들과 클럽의 더 큰 성장을 바라는 지지자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런 갈등은 특히 대형클럽들에게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클럽으로 인테르, 유벤투스, 아스날, 맨체스터 Utd, 뮌헨,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PSV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이런 상업화에 중점을 두고 ‘세계 속의 클럽’을 표방하기 시작한 클럽들이 모여 ‘G14’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이들 클럽은 지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더 큰 성장을 위해 아시아와 미국 등 새로운 시장 발굴에 주력하기 시작했지만, 현재 일본 외에는 기대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는 신규 시장의 고객들은 즐기되 지불할 만큼의 충성도를 가지고 있지 않고 각 클럽들이 속해있는 리그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중계권 등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의 고객들이 원하는 유명클럽들과의 경기와 투어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나 각 클럽들의 선수들은 A매치와 다음 시즌 준비로 아시아투어와 같은 경우 많은 무리수가 따르고 있으며 리그의 편에서 축구산업의 균형있는 성장을 추구하는 UEFA와 FIFA, FA와 G14 간의 힘겨루기는 커져만 갔다.


G14 VS UEFA, FIFA

챔피언스 리그와 UEFA 컵의 규칙 개정과 컨페드레이션컵 등을 통해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축구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UEFA와 FIFA에 비해 몇몇 거대 클럽들의 이익이 가장 우선시 되는 G14는 FA, UEFA, FIFA와 분리된 별개의 리그를 만들려 하고 있고, 이런 모습 뒤에 있는 거대 미디어자본들은 지향점을 미국의 상업화된 스포츠에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벌어진 A매치 부상선수에 대한 보상소송을 G14가 지원하며 시작된 법정공방은 G14와 FIFA간의 힘겨루기가 유럽축구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용병제한이 EU와 NON-EU로 분류되면서 선수수급의 폭이 넓어졌고, ‘Farm Player’들이 이미 검증된 선수들만큼 성장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빅 네임’을 영입하는 것이 빠른 성공을 약속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며, 따라서 계속된 영광을 약속해 자국 지지자들의 불만을 무마하고 있는 G14는 하나의 완성된 선수로 자라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Farm Player’들로 이루어진 팀을 더 이상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맨체스터 Utd의 빛과 그림자

지역 기반의 지지자들의 비판과 클럽의 발전을 가장 잘 조화시켰던 클럽은 맨체스터 Utd였을 것이다. 폴 스콜스와 데이비드 베컴, 게리 네빌 등 유스시스템 출신들이 팀의 중심이 되어 프리미어 리그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세계적인 명문구단이 되었을 뿐 아니라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으로까지 군림하게 했던 맨체스터의 성공은 그 과정에서의 짙은 그림자를 감안하더라도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공의 뒷받침이었던 주식회사 체제로 인해 구단의 소유권이 미국의 글레이져 家로 넘어갔고, 이 과정에서 격렬하게 반대한 서포터들 역시 마지막까지 주식을 소유해 투쟁하기 보다 비싼 가격에 팔아 이익을 찾는 현실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최근 리버풀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도 불구하고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에 대한 영국 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이나, 레알 마드리드의 천문학적 부채를 탕감시키는 경영수완을 발휘한 플로렌티노 페레즈 구단주에 대한 비판들은 아직 구단의 소유가 전통적 지지자들에게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들의 비판이 현실적 이익과 성공 앞에 실제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더 이상 자국 리그를 파괴하고자 하는 G14의 행보를 막을 내부적 방법이 없음을 알 수 있다.


FA와 리그의 통합?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리그들이 FA와 별개로 운영되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고, 리그의 이사들은 각 구단의 구단주나 영향을 받는 인사들로 채워져 있어 G14의 움직임을 별도로 제재할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 독일 역시 다른 리그에 비해 낫기는 하지만 뮌헨의 입김이 강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라 할 수 있다.

현재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축구노동시장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주급제한정책이나 드래프트 제도의 도입 논란은 규정위반을 일삼는 대형클럽들에게 적절한 규제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해 불공정 경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출된 사안이며, 리그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시장 불균형 수정과 다수의 권익보호에 힘쓰길 바라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 건너 구경꾼

‘Local Identity’가 없는 제 3국의 팬의 입장에서 각 리그의 중소 클럽들의 균형을 바라는 요구들은 소리 없는 메아리처럼 들릴 뿐이다. 더구나 보다 더 강한 클럽들과 경기를 가지며 더 높은 가치를 더 많은 팬들에게 제공하겠다는 G14의 요구가 어느 정도 타당하게 들리기도 한다.

G14가 새로운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지역 서포터들의 불만을 무마시킬 수 있을 지, 성공에 대한 약속을 비야레알과 에버튼같은 변수를 피해 지켜낼 수 있을 지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이익과 승리라는 짜릿한 마약 앞에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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