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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은퇴' 정수근이 남긴 파편들

기사입력 2009.09.17 00:54 / 기사수정 2009.09.17 00:54

최세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세진 기자] 소속팀 롯데로부터 퇴출통보를 받고 KBO로부터 무기한 실격처분을 받았던 정수근이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정수근은 지난 15일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회에 보낸 장문의 편지로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마지막 감사인사를 전하고 은퇴의사를 밝혔다.

'프로생활 15년' 정수근의 빛과 그림자

95년 데뷔 이래 정수근은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앞세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빠른 발은 정수근의 가장 큰 주무기였다. 96년부터 2002년까지 7년 연속 40도루 이상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내 50도루도 3번이나 기록했다. 98년부터 4년 연속 프로야구 도루왕은 정수근의 차지였다. 정수근의 통산 도루 474개는 전준호, 이종범에 이어 역대 3위 기록이다.

도루 57개와 .325의 타율을 기록했던 99년 시즌은 정수근이 가장 빛났던 시즌이었다. 2000년에는 태극 마크를 달고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 대표팀의 동메달에 일조하기도 했다.

99년과 2001년에는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004년과 2007년에는 올스타전 MVP를 거머쥐었다. 소속팀 OB와 두산의 '부동의 리드오프'로 9년간 활약한 뒤 6년간 40억 6000만 원에 롯데와의 대형 FA 계약을 이끌어냈다.

화려한 선수생활과 더불어 정수근을 따라다니는 어두운 그림자도 적지 않았다. 거액의 FA 계약을 체결하고 롯데로 이적한 이후에는 예전과 같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불미스런 사건사고와 구설수에 여러 차례 휘말리면서 '악동'의 이미지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2004년과 2008년에 폭행혐의로 KBO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1년 만에 징계 해제 후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또 한 번 '음주난동' 구설수에 휘말리며 소속팀 롯데로부터 방출, KBO로부터 무기한 실격 처분을 받으며 더 이상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결국, 정수근은 전격 은퇴를 선언하며 15년의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전격은퇴' 정수근이 시사하는바

오랜 기간 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고 롱런하는 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뛰어난 '자기관리 능력'이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한 몸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뿐더러, 그라운드 밖에서는 '공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자기절제와 이미지관리가 필요하다.

그라운드 위에서 보이는 실력 이외에도 많은 요소를 두루 갖춰야만 진정한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결국, 프로선수들은 실력뿐만 아니라 본인의 '이미지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또 한 번 여실히 증명됐다.

허위신고로 인한 해프닝이라고는 하나 여러 차례 구설수에 휘말린 경력이 있는 정수근이었기에 사건의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말았다.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나는 정수근 본인이 가장 안타깝겠지만, 더 이상 정수근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는 팬들 또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사진 = 정수근 (C) 롯데 자이언츠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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