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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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과 오승환, 그들이 있어 즐겁다!!

기사입력 2005.09.04 05:39 / 기사수정 2005.09.04 05:39

손병하 기자

 

2005시즌, 우리네 프로 스포츠에서는 유난히 ‘새내기’들의 활약의 눈부시다. 매년 새롭게 얼굴을 내미는 참신한 신인들은, 그 팀에게 있어서나 팬들에게 있어서나 참으로 반갑고 호기심이 많아지는 대상들이다.

새로운 신인의 등장은 수많은 선수 사이에 단 하나의 이름이 더해지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 하나의 이름으로 인해 팀 전체가 활력을 얻기도 하고 때론, ‘새내기’답지 않은 발군의 기량을 펼쳐보이며 선배를 밀어내고 단번에 주전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겁없는 신인’, ‘무서운 루키’ 같은 표현으로 우리는 그러한 기량을 뽐내는 새내기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좋은 신인이 많이 나오는 해는 그만큼 그 종목에 대한 흥미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스타일의 새로운 선수를 직접 경기장에서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맹활약을 펼치는 어린 선수에게 응원의 힘을 불어 넣어주고 싶기도 한다. 신선함이 가져다주는 일종에 보너스인 셈이다. 이렇듯 자연스럽게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게 마련이어서, ‘슈퍼 루키’의 등장은 이래저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한국의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축구와 야구에서 이러한 '슈퍼 루키‘들의 등장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야구의 경우는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로 능력 있는 많은 신인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시장에 좋은 선수들의 공급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의 광주일고 트리오를 비롯해서 김선우, 추신수, 권윤민, 백차승, 송승준, 류제국, 등 정말 많은 어린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선수들이 만약 국내 프로야구 시장에 그대로 유입되었더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그 수는 많다.

축구는 야구만큼 신인들의 ‘해외 유출’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도유망한 어린 선수들이 일찌감치 해외로 빠져 나갔다. 잉글랜드에 진출해 있는 이산(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선수나 브라질 펠레 센터 라인에서 활약하고 있는 임규혁 선수와 프랑스에서 뛰고 있는 조원광(FC 쇼쇼) 선수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김진규 이강진 같은 선수들도 국내 리그가 아닌 일본에서 뛰고 있다.

이렇게 축구와 야구의 프로리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가능성 있는 신인들이 국내 무대에서 뛰지 못하게 되면서 야구 축구 할 것 없이 신선함이 떨어졌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를 배출하고 그런 스타들로 인하여 팀 성적은 물론이고 팬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이 프로 구단임을 가만 한다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이렇듯 거물급 신인에 목말랐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 올 시즌 걸출한 두 명의 ‘슈퍼 루키’가 등장해 적지 않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 기록과 팀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며 군계일학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바로 K-리그의 인기몰이를 주도하고 있는 박주영(FC 서울. 20)과 프로야구에서 팀의 리그 1위를 견인하고 있는 오승환(삼성. 23)선수다.

한국축구의 슈퍼 루키 '박주영'

▲ 축구계에 신드롬을 불러온 박주영 선수
ⓒ2005  남궁경상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박주영의 눈부신 활약에 모두가 매료되었다. 고려대학교를 중퇴하고 이번 시즌 FC 서울의 새로운 유니폼을 입으며 성인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박주영은 한국 축구에 ‘박주영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키며 그야말로 ‘슈퍼 루키’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박주영은 컵 대회를 포함하면 올 시즌 21경기에 출장해서 무려 15골을 넣는 놀라운 득점력을 뽐냈다. 현재 진행 중인 K-리그에서는 10경기에서 9골을 터트리며 성남의 김도훈과 대구의 산드로를 제치고 당당히 1위(전-후기 통합 순위)를 달리고 있다. 그야말로 겁없는 신인인 셈이다. 최근 2년 간,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팀도 현재 통합순위에서 4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주영의 활약은 국내 프로리그보다 해외에서 더 빛났다.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 선수권 대회를 포함한 각종 국제 대회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뽐냈었고, 지난 6월 3일과 9일 열렸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그의 기량은 대단했다. 원정 첫 경기였던 우즈베키스탄전에서 0-1로 패색이 짙던 종료 직전 동점골을 뽑아 내며 대표팀을 구했는가 하면, 쿠웨이트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선제골을 기록하며 4-0 대승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IQ 150의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드리블과 슈팅 등을 선보이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더군다나 지난 10여 년간 한국 축구를 지탱해온 황선홍과 홍명보의 은퇴 이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다려온 축구팬들이었기에 박주영은 더 보석 같은 존재였다. 소속팀인 FC 서울을 넘어 한국 축구에 보석이 되어버린 박주영이 올 시즌 많은 축구팬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프로야구에 새로운 신인 역사를 쓰고 있는'오승환'

축구에 박주영이 있다면 야구엔 ‘포커페이스’의 최고봉으로 우뚝 선 오승환이 있다. 오승환은 올 시즌 삼성에 입단한 신인이지만, 그의 경기 운영 능력이나 마운드에서의 진지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면 야구계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본 베테랑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그는 신인답지 않게 침착하고 어울리지 않게 노련하며 기량도 출중하다.

▲ 프로야구에 신선한 충격 오승환 선수
ⓒ2005 삼성라이온즈
오승환을 보는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혀를 내두르며 놀라는 부분이 있다. 바로 눈썹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완벽한 감정의 절제, 즉 마인드 컨트롤에 있다. 오승환은 투수가 가장 희열을 느끼는 삼진의 순간에서도 팀의 승리를 확정지은 순간에도 혹은, 홈런을 맞고 패전의 멍에를 쓰는 순간에도 그의 얼굴에는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다.

투수에게 있어 감정의 절제라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의 속도와 위력만큼 이나 중요하다. 주심의 볼 판정 하나하나 상대의 타석에서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매우 민감한 것이 바로 투수란 자리이기 때문이다.

손가락 마디 하나로 구질과 승부를 결정하는 투수에게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 승-패와 직결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10년차 베테랑도 터득하기 힘들다는 완벽한 감정의 절제, 이것을 신인 오승환이란 선수가 보여주며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런 오승환의 활약은 고스란히 팀 성적과 직결되며 삼성이 프로야구리그에서 1위를 질주하는 데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깨어날 줄 모르던 팀 타선의 장기적인 슬럼프 속에서도 삼성이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완벽한 마무리로 뒷문을 책임져 주었던 오승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즌 중반까지 삼성의 ‘승리 계투조’로 맹위를 떨쳤던 오승환은 마무리 권오준의 부진으로 이어받은 마무리자리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배짱과 구위를 선보이며 더욱 튼튼한 뒷문 지기가 되었다.

또, 오승환으로 인하여 프로농구의 기록이었던 ‘트리플 더블’을 야구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세 가지 부분에서 두 자리수 이상의 기록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트리플 더블’을 야구에 접목시킨 것인데, 바로 승리-세이브-홀드 부분에서 오승환이 트리플 더블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9승-12세이브-11홀드를 기록하고 있는 오승환은 1승만 추가하면 세 가지 부분에서 두 자리수 기록을 달성하는 사상 첫 선수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 등장한 이 두 명의 ‘슈퍼 루키’가 앞으로 얼마나 무럭무럭 자라서 최고의 ‘슈퍼 스타’로 성장할지,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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