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9.03 04:02 / 기사수정 2009.09.03 04:02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이동국이 다시 잡은 기회를 통해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이동국은 지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실패와 K-리그 복귀 후 성남 일화에서의 부진을 딛고 일어서며 올 시즌 프로축구무대에서 가공할만한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다. 데뷔 이래 첫 K-리그 득점왕은 물론 6년 만의 30골 기록에도 도전하는 등 이동국의 되살아난 '킬러 본능'은 그를 외면하던 축구팬들은 물론 허정무 감독의 마음까지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결국, 이동국은 지난 8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장하며 2년 1개월만의 대표팀 복귀전을 치렀다. 그러나 이동국은 이렇다 할 활약 없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교체 아웃되고 말았고, 이후 누구도 그의 대표팀 재발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9월 5일 호주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발표된 대표팀 명단에 이동국은 다시 한번 이름을 올렸다. 허정무 감독이 다시 한번 이동국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그렇기에 이동국에겐 이번 호주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특별할 수밖에 없다.
지난 파라과이 전 이후 K-리그에서도 조급한 모습을 보이며 잠시 주춤했던 이동국은 지난 30일 K-리그 21라운드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그림 같은 왼발 결승골을 터뜨리며 득점포를 재가동시켰다. 때문에 이번 호주전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사실 K-리그에서만큼은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주는 이동국이지만 여전히 '대표팀 스트라이커’ 이동국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동국은 소속팀 전북 현대에서 4-2-3-1의 원톱 역할을 맡고 있다. 최태욱, 에닝요, 루이스 등 특급 도우미가 받쳐주는 상황에서 이동국은 좀 더 공격에 치중하고 득점에 전념하며 그가 가진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반면 대표팀의 공격진은 4-4-2의 투톱 체제로 꾸려져 있고, 미드필드 역시 전북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파라과이전 당시 최전방에서 자주 고립되던 이동국의 모습은 기존 대표팀 체제에 녹아내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특히 대표팀에는 기존의 박주영-이근호 투톱 체제가 워낙 굳건한 상황이어서 이동국이 입지를 다지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한 방'이 있는 이동국이지만 '조커' 자원에 어울리는 스타일도 아니다.
대표팀의 전술만을 탓할 수는 없다. 허정무 감독의 "최고의 선수라면 대표팀에 들어와서도 빨리 팀에 녹아들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궂은 질책처럼 이동국은 자신이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주전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이동국-박주영 투톱'의 실험 여부다. 지난 파라과이전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동국-이근호 두 공격수의 호흡은 그다지 훌륭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통파 스트라이커인 이동국과 섀도우 스트라이커로서 설 때 가장 빛을 발하는 박주영의 조합은 다시 한번 기대를 갖게 한다. 만약 이들이 2000년대 초반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청소년대표팀의 '이동국-김은중 투톱'처럼 좋은 호흡을 보여줄 경우 박주영-이근호 투톱 외엔 뚜렷한 대안이 없어 보이던 대표팀의 공격진이 훨씬 다양한 공격 옵션과 전술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대표팀은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최소한 한 팀 이상의 유럽팀과 맞붙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가상의 유럽팀과의 대결'인 호주와의 평가전은 이동국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동국은 분명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스트라이커지만, 허정무호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지 못한다면 스페인의 라울, 이탈리아의 델 피에로, 프랑스의 트레제게가 그랬던 것처럼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
결국, 이동국은 현재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 투톱인 박주영-이근호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위치에 놓여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이동국에겐 이번 월드컵이 또 다시 좌절의 무대가 돼버릴 수도 있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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