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고대하던 첫 포스트시즌 무대, SK 와이번스 박종훈은 3경기의 값진 경험을 쌓았다.
박종훈은 지난해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들고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2차전 선발로 예고됐으나 1차전 패배로 하루 만에 가을야구를 마감해야 했던 SK였다. 분명 아쉬움도 컸지만 박종훈은 '내년에 더 좋은 곳에서 던지려고 안 던진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생각은 현실이 됐다. SK가 정규시즌을 2위로 마감하면서 선발 박종훈의 첫 포스트시즌 무대는 플레이오프가 됐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나서 4⅓이닝 3실점을 기록한 박종훈은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를 만나 1차전, 5차전에서 각각 4⅓이닝 2실점, 5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등판을 거듭할수록 미약하게나마 나아지는 결과를 냈다.
압도적인 투구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을야구라는 큰 경기, 더욱이 기선제압을 해야하는 1차전과 승부가 원점이 된 5차전의 중요한 상황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고 제 몫을 해냈다. 특히 한국시리즈 1차전과 5차전 선발 등판해 두산의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를 상대로 대등한 싸움을 하면서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긍정왕' 박종훈도 포스트시즌 선발은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5차전 등판을 앞두고는 잠을 이루지 못해 아침에서야 잠이 들어 세 시간 여 만에 눈을 떴다. 박종훈은 "(포스트시즌이) 확실히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 아무래도 부담이 있다보니까 스트레스가 큰 것 같다"고 얘기했다.
박종훈은 5차전 등판 후 "그동안 혼자 하려고 했던 게 너무 컸다. 수비를 믿고 던지니까 훨씬 마음도 편했다. 많이 배운 경기였다"면서 "아쉬운 점이 많다. 좀 더 수비에 맡기고 빠른 승부를 했다면 좋았을텐데 어떻게든 안 맞으려고 해 역효과가 났다"고 자신의 첫 포스트시즌 3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그래도 이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다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10일 5차전에서 84구를 던진 박종훈의 등판은 사실상 마무리 됐다. 박종훈은 팬들을 향해 "아쉬운 부분들을 많이 보여줘서 죄송스럽기도 하다. 기대만큼은 하지 못했지만 정말 나름 최선을 다했고, 잘하려고 노력했다. 1승만 남겨둔 상황인데, 마지막까지 응원해주시면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진지했던 박종훈은 "이제는 '직관 모드'다. 미친듯이 응원하는 일만 남았다"고 금세 특유의 밝은 모습을 찾았다. 그러면서 "우승하면 진짜 뭘 못하겠나. 다 할 수 있을 거 같다"면서 "쉬지 않아도 된다. 바로 시즌 시작해도 된다"고 들뜬 표정을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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